2023.12.08
지구라는 행성은 우주적 관점에서는 한점 티끌도 못 되는 미미한 존재이고 태양계의 관점에서는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에 자리 잡고 태양 궤도를 도는 축복받은 행성이다.
지구 자체가 축복받은 행성이라고 해도 그것은 태양계의 관점에 불과하고 지구에 터전을 잡고 사는 생명의 입장에서는 물 한 방울 돌 하나 그리고 흙 한 줌에게도 나와 남이 갈라져 치열하고도 유구한 생존경쟁의 장을 펼치는 한순간에 나가 남이 되고 남이 나가 되는 무자비한 생태계 순환 한가운데 놓여 돌고 있음을 어렵사리 짐작할 수 있다.
46억 년 지구 아주머니의 정원에 출현한 나가 아닌 남, 나무라는 탄소동화작용의 결과가 지각을 덮어 생명을 기를 터전을 나가 아닌 나무가 먼저 만들었을 때 나무에 의존하여 먹고 자고 숨 쉬면서 나가 아닌 너의 존재를 그냥 스스로 그러한 자연으로 이름 짓고 동고동락하면서 나가 남이 되고 남이 나가 되는 억겁 같은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살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지구라고 하는 인큐베이터 안에 나무라고 하는 생명 유지장치를 물고 있는 지구의 신생아다. 신생아인 나는 지구 생명의 대선배 바퀴벌레 보다도 일천한 지혜를 가지고 지구라는 생명의 인큐베이터를 헤집고 다니면서 생명유지장치인 나무를 생판 남으로 규정하여 베고 남벌하는 것도 모자라 파괴하고 다니며 지구 아주머니를 당황케 하고 있다.
처음에는 손짓 발짓 같은 신생아 발길질에 불과했던 나에게 도구라는 위험한 장난감이 주어지고 도구는 날로 진화하여 지구에 존재하는 나를 제외한 모두를 남으로 돌리면서 나뿐 짓에서 나쁜 짓으로 발전하여 이제는 숫제 생명유지장치인 나무마저 다 없앨 태세로 인큐베이터 안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지구에 기생하고 사는 신생아에 불과한 우리 인간이 지금처럼 살 수 있는 것은 나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없다. 수구인 지구라 해도 나무가 없으면 누가 인간이 마실 물을 저장할 것이며 나무가 없으면 누가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인간이 숨 쉬는 대기를 생산할 것이며 나무가 없으면 무엇을 먹고살았겠으며 나무가 없으면 무엇으로 우리 몸을 가렸겠으며 나무가 없었으면 무엇으로 우리는 이 한 몸을 뉘었을까?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인간은 문명이라는 말과 글을 사용하는 가상세계를 만들어 나를 만들어낸 또 다른 나를 남이라 규정짓고 나무라 부르며 나무를 마음껏 수탈하고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며 지구에서 인간의 서식지를 넓혀가며 그것을 문명의 진보라 여기며 도시를 만들어 여기까지 왔다.
도시화는 문명의 또 다른 이름이며 나가 또 다른 나인 나무를 없애가는 과정이다.
회색빛 도시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나무는 이제 자연의 나무가 아니라 관상수라 부르고 조경수라 읽는다.
조경수는 말 그대로 인간이 경관을 위해 도시에 꽃아 둔 제 살기도 급급한 또 다른 나의 처절한 현실이다. 나무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더 이상 나를 도와줄 수 없는 관상수에 불과한 나무를 보면서 나라는 지구의 신생아를 여기까지 키워준 지구의 생명유지장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다 어디 가고 도시에는 통나무 마냥 황량한 나무를 관상수로 바라보면서 한입 베어문 사과 한쪽이 그려진 휴대폰 화면에서 문명이 만든 브이로그 화면을 보면서 잃어버린 또 다른 나의 통나무에 부지런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는 역설을 자고 새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마냥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