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인간은 이해(利害)를 남긴다

by 윤해



2023.12.12

전후좌우 춘하추동 동서남북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당대 세상을 사는 인간들의 평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에서 가죽은 물질이요 이름은 정신이다.

아무리 용맹한 사람도 살아생전 호랑이를 어떻게 힘으로 당해내겠느냐? 그렇게 용맹한 백수의 왕 호랑이도 죽어서는 한 장의 가죽, 즉 알맹이도 아닌 껍데기를 남길뿐이다. 그에 반해 사람은 정말 죽어서 남길 것이 이름 밖에 없는 것 같다. 껍데기인 물질을 남기는 호랑이에 반해 사람은 보다 지속가능한 알맹이인 정신을 갈고닦아 길이길이 자신의 이름을 청사에 남기려 애쓴다.

지혜로운 자란 의미의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유는 호모사피엔스가 나무 위에 있었던 사바나를 걸어갔던 강가에 정착했던 그리고 문명을 만들어 세상 속에서 살아갔던 그 공간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고 그 공간 속에서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알고 대를 이어 내려가는 정신의 소중함을 깨달은 지혜자라는 데 있다.

이름을 남긴다는 의미는 가죽이라는 물질을 남기는 호랑이에 비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러 업을 뒤집어쓸 수도 있고 사는 동안 보이지 않는 음덕을 쌓아 여러 사람을 구제하고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름에 담긴 그 사람의 일생은 두고두고 연기법의 고리를 타고 자손만대에 이어지는 도와 덕이라는 질긴 생명줄의 연장선상에 놓이며 이것을 우리는 시절인연이라 부르기도 한다.

문명이 만든 세상에서 사람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간으로 자리매김되면서 사람으로서 남기는 이름보다는 세상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공동체의 이해득실 관계에 놓인 인간으로서의 덕목이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여기서 세상을 사는 인간의 욕망과 조급함이 발현되어 지혜자로서 청사에 이름을 남겨야 하는 정신적 존재가 나라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눈앞의 이득과 해악에 즉각 반응하여 편을 나눠 싸우는 짓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행하는 것이 세상 속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인 것이다.

사람의 공과는 시대가 판별한다. 누가 누구를 주제넘게 간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평가는 공동체에 끼치는 이익과 해악이라는 기준에 의해 가차 없어야 하며 거기에 이념과 사상이 비집고 들어가서는 안 되며 오로지 보편타당한 삼척동자도 알만한 상식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세상 속의 이전투구에 놓인 인간의 문제가 눈앞의 이해관계에 따라 마치 줄을 달아놓은 마리오 네트같이 갈피를 못 잡고 서로 싸운다는 데 있는 것이다.

대를 이어 이름 속에 정신이라는 유산을 심어 놓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면 눈앞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하고 투쟁하며 호피와 같은 물질을 가지고 어르렁 대는 이전투구는 이름을 남기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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