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7
한겨울에도 인도어 라이딩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철인 3종경기에 진심인 친구를 보니 학창 시절 체육활동에 열정적이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구절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의 시구절이지만 이 말이 유명세를 탄 것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구호로 사용하면서 널리 회자된 말이다.
인간은 식물이 아니고 동물임에도 농업혁명을 통해 정주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점차 인간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문명이 발전했고 그나마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특권층들만 노예를 부리면서 움직이지 않는 생활방식을 영위했지만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기계문명과 자동차로 이어지는 물질문명 시대에 우리 현대인의 몸은 그저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기초대사 정도의 불수의근만 혹사하는 생활방식이 성공한 현대인의 모델이 된 지 오래다.
수영과 사이클 그리고 마라톤 3 종목을 완주한 사람을 현대판 철인(鐵人)이라 부르며 움직이기 싫어하는 현대인에게는 경탄의 대상이다. 그러나 진화의 달력을 거슬러 올라가면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하여 뭍으로 상륙한 위대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몸에 있는 40억 년의 생명의 흔적, 헤엄치고 뛰어다니는 능력은 인간의 원초적 능력이자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원초적 본능에 더해 바퀴의 발명을 통해 문명을 증폭시킨 인류가 갖가지 운반수단을 개발하였지만 가축화된 마소로 인해 정작 자기 자신이 오로지 자신의 힘 만으로 공간을 이동시키는 발명품 자전거를 만들어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동시에 스스로의 힘으로 공간을 이동한다는 그 자체가 사이클도 인간의 본능, 헤엄치고 달리는 반열에 오르기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철인 3종경기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본능의 한계를 극복하는 고독한 레이스라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지난 만 년 동안 꾸준히 약해진 현대인의 체력은 운동량의 급감과 깊은 인과관계가 있다. 만 년 전 인류나 지금의 인류나 생명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찰나에 불과하여 운동 능력에 있어서 하나도 다를 것 없지만 물질문명, 그중에서도 특히 자동차의 발명은 현대인의 운동 능력에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혔다. 자동차 문화는 공간을 이동하는 동물로서 인간의 다리를 바퀴로 대체했고 그 대체된 바퀴 때문에 다리는 퇴화되고 현대인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자동차 문명 속에서 인간의 다리는 이제 더 이상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자동차 바퀴가 갈 수 없는 점과 점의 짧은 거리를 이어주는 엑스트라로 전락한 것 같다. 더구나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문명은 우리가 두 다리로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마간산 격으로 차를 타고 이리저리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정신없이 다녀야만 생존경쟁의 우위에 서는 현대인에게 자동차는 더 이상 운송수단이 아니고 몽골유목민족의 게르와 같은 움직이는 집과 같은 필수재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세태에도 만 년의 문명발전의 도정을 거슬러 올라가 40억 년의 생명계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철인 3종경기의 묘미는 단순한 운동을 떠나 산소가 만든 지구에서 생명체로써 진화한 우리 인간 그 자체가 산소와 철이 결합된 헤모글로빈(hemoglobin)이라는 적혈구에서 철을 포함하는 붉은색 단백질, 즉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라는 단백질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존재로서 우리 인간은 존재 자체가 철을 품고 있는 이미 철인( 鐵人)이다.
달리기를 통하여 사이클을 통하여 수영을 통하여 산소를 마시고 신선한 산소가 폐에서 혈액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세포말단까지 이동하여 다시 모세혈관과 정맥을 통하여 이산화 탄소로 돌아오는 생명계의 여정에서 혈색소안에 들어있는 철로 인해 우리의 몸은 온통 붉은 혈액의 바다를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명은 40억 년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단순한 사실만 알아도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한 오늘도 내일도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는 철인(鐵人)이며 동시에 생명의 시원을 기억하는 철인(哲人)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