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인간이 만든 경제

by 윤해



2024.02.11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위한다. 번지르한 말로 혹세무민 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정권을 잡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순간 그 공동체는 밑뿌리부터 썩어 들어간다.

사람이 먼저고 사람을 위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고 하나마나한 말일지도 모르나 이러한 레토릭(rhetoric)에 곧이곧대로 빠져드는 순간 그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고 사람의 감성을 움직여 사람을 나누고 나누어 특권층을 만들고 내로남불 산성을 굳게 쌓아 나는 되고 너는 안 되는 그들 만의 세상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설익은 레토릭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치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먼저이며, 사람을 위한 다고 할 때 어떤 사람을 위하는지 꼼꼼하게 챙겨서 확인해야 한다.

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빌 클린턴의 레토릭이 재선에 도전한 조지 부시를 꺾고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듯이 경제, 즉 돈은 이념과 주의를 망라하고 누구나에게나 세상을 사는 연료요 추진체와 같은 것이다.

돈을 쓰는 인간과 돈을 모으는 인간 중에 누가 더 돈을 사랑하는 인간일까라는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니면 닭이 먼저야 계란이 먼저야처럼 이분법적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경제, 즉 돈에는 수많은 인간과 수많은 사연이 녹아있는 집합체가 덩어리로 구성된 추상명사인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계량화도 동시에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 신기한 요물은 동서고금, 남녀노소, 부귀빈천을 떠나 누구에게나 간절하고 절박하며 다다익선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움직여 무언가를 도모하고자 하는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경제를 들먹거리며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인간들의 또 다른 모습이 구현되는 곳이 바로 경제다. 문명세상에서 인간은 문명을 주동적으로 움직이는 주체이며 알파요 오메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개성으로 인하여 죽었다 깨어나도 합치거나 분리할 수가 없으며 설사 일시적으로 합쳐졌다고 해도 의리와 마음으로 묶인 관계라고 하는 것은 언제든지 하루아침에 사분오열되어 흩어지기가 쉽다는 것은 문명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답답함과 필요에 의해 세상은 화폐경제를 낳았고 그 이후의 세상은 사람에서 세상 속의 화폐경제를 담당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닌 한 분 한 분의 인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즉 화폐경제 이전 전후좌우, 동서남북, 춘하추동을 아는 사람은 화폐경제가 출현한 이후에는 화폐경제를 끌고 가야 하는 한 분 한 분의 세상 속의 인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면 대체로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는 말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초월적 가치의 붕괴를 의미하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전지전능하고 전인적 사람으로 대표되어 상상되던 신의 품성을 지니고 닮은 한 사람 한 사람은 죽고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닐까?


화폐경제 속에서 분투노력해야 살 수 있는 한 분 한 분의 인간 만이 생존이 허락되고 우리가 기억 속에서 상상하는 전인적 사람의 결합체, 신에서 경제로 치환되는 아이러니가 초월적 가치로 자리 잡아 나가는 시대상황에서 자연에서 빠져나와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굴레가 되는 과정 속에서 최초의 사람, 아담이 이브의 꾐에 빠져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인간세상으로 내동댕이쳐지면서 원래는 벌거벗고도 당당했지만 옷을 입고도 적나라해진 현실 앞에 부끄러움을 마주하는 반전과 아이러니 내 몰린 한 분 한 분의 인간이 바로 세상을 사는 우리 자신의 적나라한 지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만든 신본주의를 거쳐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제는 아련한 사람의 향수를 자극하는 '사람이 먼저고 사람을 위한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레토릭에 다름 아닌 허무한 수사이자 선동적 도구로 인식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한 인간으로서 만들어진 신, 경제에 따라 웃고 우는 자본주의의 한계 안에 놓인 한 분 한 분의 인간이 자신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사람이라고 하는 자연에서 나온 본모습 그대로의 품성을 언제 회복할지,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용의 해에 기대 한 번 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연스럽게 저절로 억지스럽게 인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