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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과 번식, 감성과 이성 그리고 사랑

by 윤해



2024.03.24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과도 같은 두 가지 선물, 감성과 이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쌍두마차와 같다.

우리는 문명이라는 사이버 세상을 살고 있으면서 자연을 자주 접하지 않고 살다 보면 보이는 것이 다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으며 이것이 문명을 통해 점점 강화되어가면 보고도 믿지 못하거나 믿고 싶은 것만 보는 지경에 다다른다.

이러한 현실부정은 있는 데로 보지 않고 마음 가는 데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의 왜곡을 가져오고 그 감정의 왜곡으로 인하여 짝짓기, 즉 생식이 어려워지고 생식이 어려워지니 출산과 육아 그리고 이성을 통하여 후천뇌를 교육하는 것까지 포함된 번식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협의의 생식과 광의의 번식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 따라 움직이는 감정이라는 본능의 소리가 자연에서 자연스러운 짝짓기로 연결된다면 번식은 감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이성이 작동되어야만 출산이나 육아 나아가 교육까지도 후천뇌에 심어주어 개별종이 지속가능한 생존을 넘어 번식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식능력이 사라져도 사랑할 수 있는 인간고유의 특징은 이와 같이 인간은 생식이 끝이 아니고 시작에 불과하며 생식후 출산과 육아 교육이라는 번식의 장엄한 스토리를 이성을 도구 삼아 문명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감정에서 출발하여 이성으로 완성시킨 생식과 번식 그리고 사랑을 통한 인류의 대서사가 문명인 것이고 이러한 연유로 생식이 끝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사랑하는 능력이 남아 왜 생식 이후의 사랑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가면서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 이 능력을 주었을까? 에 대한 의문에 실마리가 보인다.

생식이 번식의 부분집합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생식이라는 본능이 이끄는 감정과 번식이라는 문명을 이끄는 이성 모두를 넘나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본능이 이끄는 감정, 즉 생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명으로 이끄는 이성, 즉 번식까지 이어지는 문명의 핵심적인 개념인 사랑으로 완성되어야 생식과 번식을 넘어선 인류의 번성이 설명된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체가 오리무중인 이유가 생식과 번식이 모호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 번쯤 의심해 보자.

맹목적 사랑, 불같은 사랑같이 사랑이 불 타오르는 것을 보고 우리는 사랑이 단순히 감정의 소산이라고 보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사랑은 계산된 이성의 결과물 인지도 모른다.

마치 생식은 감성의 소산이고 번식은 이성의 결과물이라는 이분법적 해석을 넘어 생식과 번식 모두에 관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최고인 사랑은 순수하게 감정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주신 축복이자 선물인 감정에 더해 읽고 쓰고 사색을 가능하게 하는 이성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문명이라는 인간 세상에서 이렇게 널리 회자되고 인류의 영원한 로망으로 자리 잡은 사랑도 따져보면 생식과 번식, 감정과 이성이 희비쌍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인간의 무늬, 즉 인문이라는 어디로 튈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인류의 대서사 같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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