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해 May 10. 2024

발효와  부패



2024.05.10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공간은 보이는 것이 반절이고 보이지 않는 것이 반 정도 있다는 감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면 마음이 편하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은 또 반반이 아니라 사육이니 삼칠이니 이팔이니 그럴듯한 데이터와 근거를 들이밀며 본말이 전도된 곳에 집중을 하고 논쟁하면서 소모되어 간다.

삼라만상의 크기와 무게 나아가 다양성은 아득한 우주를 닮아 우리 인간의 인식체계로는 가늠도 두량도 할 수 없는 한계를 일단 인정해야 한다.

무지의 지를 아는 것만이 우리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라는 자각에 이를 때 비로소 우리는 헛된 진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발효의 세계는 존재는 하는데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의 세상이다.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믿는 색계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음식은 눈으로 보기에 먹음직해 보이고 눈으로 보기에 달콤해 보이고 눈으로 보기에 맛있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세뇌의 수준을 너머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는 상식이 자리 잡고 이 상식에 기반하여 온갖 종류의 정크푸드와 같은  식품들이 범람하고 자고 새면 그런 식품들을 섭취하는 현대인의 몸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음식은 미각에 기반하여 맛으로 감별해야 함에도 시각에 의존하여 뇌정보적 판단으로 먹다 보니 현대 식품산업의 포로가 되어 몸에 해가 되는 식품을 서슴없이 먹으면서 인스타 그램에 인증숏까지 찍고 자랑해야 직성이 풀리는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음식은 크게 나누어 God made와 Man made로 대별된다.

음식의 세계에서 신의 역할은 발효를 담당하는 미생물이다. 우리 몸 자체가 10% 인간세포에 90%의 미생물총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미생물로 발효된 음식은 우리가 소화하여 에너지를 만드는데 전혀 제약이 없다.

반면에 인간이 만든 가공식품은 미생물이 멸균된 죽은 음식으로 방부제를 넣지 않으면 유통도 보관도 되지 않고 곧장 부패되어 먹을 수 없는 식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력이 배제된 가공식품들이 현대의 시각문명과 결부된 광고와 만나 온갖 포장과 왜곡을 동반한 세뇌에 우리 몸이 포획당한 모습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현주소 아닐까?

진짜와 가짜, 진품과 짝퉁 그리고 정통과 사이비가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라지며 우리를 헷깔리게 하지만 누룩이 향긋한 곡주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숙성과 발효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개입이 있어야 하듯이 겉만 흉내 내어 그럴듯한 교언영색과 포장과 짜깁기는 색계에서 눈속임으로 진짜를 뒤덮어려는 철부지들의 환영과도 같다.

눈이 녹고 물이 빠지면 뻔히 드러날  가짜와 짝퉁 그리고 사이비는  부패한 음식을 만드는 가공식품 유사하다.

 숙성과 발효를 거치지 않은 누룩이 곡주가 될 수없듯이 자기 검열과 필터링이 결여된 수많은 말과 글들은 방부제로 포장을 한 체 유통되는 가공식품다.

숙성이라는 고민과 고뇌가 묻어나는 지구의 동반자, 친구의 애정 어린 말과 글들이 마치 잘 익은 누룩이 숙성을 거치고 신의 손, 미생물의 발효까지 마친 달달한 곡주 같이 위장을 적실 때 나는 드디어 말과 글을 통해 사랑이라는 또 다른 이름, 이해에 또 한 발자국 다가서는 숙성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느끼며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