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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始終一貫)하는 인간

by 윤해

세상을 사는 사람을 인간이라고 한다.

사람 인에 사이 간을 덧붙여 사람인 너와 나 사이에서 오직 관계로서만 존재가능 하다는 의미로서 자연을 사는 사람에서 세상 속을 사는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사회적 출산, 사회적 양육, 사회적 교육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사람이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세상이라는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 관계망은 복잡 다난한 네트워크로 가지를 벌리면서 증식되고 분화되어 나가며 그 개인에게 있어서는 생물학적 생로병사만큼이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시종일관始終一貫하게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지구상의 어떤 동물도 가지지 못하는 다양한 표정과 미소를 동반한 몸언어, 바디랭귀지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보고 보이며 그 속에서 희로애락 오욕칠정이라는 표현하기도 어려운 특별한 관계 사이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처럼 우리는 사람으로서의 생물학적 생로병사 못지않게 인간으로서 사회학적 생로병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곳에서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경험하는 사회적 동물인 것이다.

2010년 잡스의 유산, 스마트 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인간은 농업혁명 이후 만여 년 동안 구축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희로애락 오욕칠정을 느끼던 인간 시종始種에서 사람과 스마트 폰이라는 기계 사이에서 희로애락 오욕칠정을 느끼는 인간 말종末種으로 옮겨갔다.

시작이 있으면 종말이 있듯이 시종始種이 있으면 당연히 말종末種이 나타난다. 즉 시종始種과 말종末種은 가치중립적 개념일 뿐이다. 거대한 문명사의 주역으로서 인간으로 시작하였지만 이제 우리는 인간과 스마트 폰, 인간과 로봇 나아가 휴머노이드와 휴머노이드 간의 관계망 안에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 아닌 기계상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양산되기 시작한 인간 말종末種에 당황하기보다는 종말에 다다른 말종末種이 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고 생물학적 사람으로서 우리를 회복하면서 문명의 이기를 이기로서 이용하고 사람과 기계가 본말이 전도되는 중독에서 벗어나 말종末種이 새로운 시종始種으로 전화위복 한다면 사람에서 인간으로 달려온 우리 문명의 가치도 시종일관始終一貫하게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많이 나간 상상을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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