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도로 조선의 그림자, 다이내믹 코리아
미시사와 거시사가 혼재하며 돌아가는 역사를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번영과 몰락이라는 사이클의 오르막 내리막의 커브는 당대를 살아가는 한 세대 남짓한 기간 동안은 절대로 파악도 이해도 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여말선초 정몽주 정도전으로 대표되는 신진 사대부들은 이인임으로 대표되는 권문세족들의 어마어마한 부의 독점을 타파하고 정전법을 통해 극단적 양극화를 타파하고자 설계했던 조선 개국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성리학적 이념체계가 임진왜란 전 이 백 년간의 평시에 더욱더 강화되어 사색당파 정치를 하다가 서인과 남인의 사화를 통한 환국 정치 끝에 서인세상이 되고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갈리고 탕평책의 부산물로 노론 천하가 되어 세도정치로 이어지며 결국 권문세가로 부가 집중되면서 조선은 망국의 길로 달려갔다.
이처럼 국가의 흥망성쇠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 대한민국 건국 직후 시행된 경자유전이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으로 자경농이 된 신생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6.25 전쟁이라는 누란의 위기에서 적화되지 않은 것도 자기 땅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농자 천하지 대본야의 의지를 꺽지 못했음이리라 여기며 그렇게 지킨 땅으로 교육을 시켜 산업화 시대의 도시민이 되고 도시민의 시민정신으로 민주화를 향한 열망에 불을 지펴 기어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다이내믹 코리아를 이루어낸 모습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스태틱 코리아가 아니라 다이내믹 코리아라서 이렇게 시끄러운 것인가? 하루도 바람 잘날 없이 빨리빨리 달려온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유니크한 나라이다.
그 독특한 나라가 번영의 성취를 써 내려갈 때는 일을 하느라 바빴으나 쇠망의 커브에 올라타는 순간에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분열하느라 바쁘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이래저래 바쁘다. 공동체를 오염시키는 속도보다 공동체를 합심시키는 속도가 빠르면 우리는 살아남아 번영하겠지만 불온한 외부세력이 조선의 노론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 사사건건 방해한다면 다이내믹 코리아는 스태틱 코리아가 되는 것도 모자라 오랜동안 도로 조선의 망령과 망국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따라 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