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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다 틀 막, 다 풀 헤

by 윤해



자연의 섭리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어코 살아남는 적자생존이다. 그러나 말과 글로 문명을 밝힌 세상은 처절한 생존을 넘어 비빌 언덕을 마련하고 비빌언덕이라는 토대 위, 즉 생존을 극복하고 생존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행위를 이치에 맞게 정리한 것이 일종의 가상세계를 사는 세상의 원리인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원리가 실상과 허상이라고 어렴풋이 구분할 수는 있겠지만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세상 안에서만 살 수도 없는 섭리와 원리의 지배를 동시에 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체로써의 우리 인간은 자연을 바라볼 때 섭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원리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죽을 때까지 생각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운명 속에서 한 생을 살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익숙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인류 문명사에 있어 얼마나 독특한 나라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선진국의 뛰어난 점을 보고 부러워하거나 후진국의 비참한 점을 보고 우쭐하기도 한다.

이전 세대의 역사적 맥락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세대가 겪고 경험한 독특한 삶의 이력은 그 어떤 나라 그 어떤 시대보다 다이내믹한 인생이었다. 즉 스테틱 코리아가 아니라 다이내믹 코리아를 살아온 것이다.

즐거운 지옥, 한국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내뱉는 일성이다. 빠르고 동적이며 활기차며 깨끗하고 안전하기까지 한 대한민국의 속살을 보면서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를 반문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아마 어떤 대답도 내어 놓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열심히 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선진국보다 더 선진국이 되었네라는 독백 아닌 자백이 과연 대답이 될 수 있을까?

내 나름대로 대답을 찾다 보면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세상의 원리는 후대에게 비빌 언덕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한 생을 온전히 갈아 넣고 스스로 언덕이 된 수많은 순국선열들과 참전용사들의 선공후사적 애국이 모여 이 땅에 건국영웅들과 산업영웅들을 탄생시켰고 그렇게 탄생한 영웅들과 함께 히든히어로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비빌 언덕이라는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자각을 망각한다면 그 뒤를 이어 찾아오는 포퓰리즘을 동반한 선사 후공의 매국무리들의 준동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살벌한 국제 패권질서 속에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제로섬게임의 이전투구가 나날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 전열을 정비하고 합심하여도 격랑의 파고를 넘을지 말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 상황에서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고 국가조직을 사유화하여 입법독재를 통해 언로와 헌법정신을 다 틀어막고 내란선동을 통해 삼권분립이라는 우리가 비빌 마지막 언덕까지 무너뜨리고 다 풀어 헤치는 행위는 그동안 그 비빌 언덕을 마련하기 위해 한 생을 갈아 넣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도로로 돌리는 매국행위이다.

다 틀어 막는 다 틀 막으로 비빌언덕 하나 없이 고통받는 2천만의 북녘동포와 다 풀어 헤치는 다 풀 헤로 그동안 쌓은 비빌언덕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5천만의 대한민국 국민들, 누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여 서로 물어뜯고 싸우게 하는지 이번에 반드시 다 틀어막지 말고 다 풀어헤쳐 발본색원하여 한반도 백년전쟁의 매국선동 무리가 누구인지 선동에 넘어가지 말고 밝혀낸다면 번영이라는 세상의 원리도 지키고 적자생존이라는 자연의 섭리도 알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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