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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백년전쟁 34, 고지전1951

by 윤해


링 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전쟁이나 전투에 돌입되기 전 까지는 모두 다 희망회로를 돌리면서 자신들의 계획이 실행되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돌격 앞으로 나아간다.


70%가 산지인 한반도 전쟁의 역사는 고금을 관통하여 산성전투라고 하는 전투방식을 낳았고 이 산성전투를 통해 중국대륙에서 침략해 오는 적을 한반도라고 하는 거대한 산성 속으로 끌어들이고난 뒤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여 나는 살고 적은 죽이는 효율적 살상방식을 통해 중국의 백만 대군의 예봉을 꺾고 물러나는 적을 끝까지 추격하여 몰살시킴으로써 향후 수십 년간의 평화를 담보받고 중국대륙에 먹히지 않았던 한반도인들의 생존 필살기는 한국전쟁에서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38도선을 넘어 연천 철원 양구 간성을 연결하는 중동부 전선에서 험준한 고지를 사이에 두고 피아간에 피 터지는 현대판 산성전투, 고지전으로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었다.


정상작전 OPERATION SUMMIT이라 명명한 유엔군과 국군의 고지전 작전은 우월한 무기와 장비를 바탕으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산정상에 병력을 실어 나르면서 신속히 고지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네이팜탄을 인정사정없이 적의 고지를 향해 폭격하고 105밀리, 155밀리 야포가 불을 품고 120밀리 박격포가 쉴 새 없이 적이 점령한 고지를 폭격하는 동안 험준한 경사면을 기어오르는 보병들의 돌격 앞으로는 최종적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에 깃발을 꽂았고 치열한 백병전이라는 혈투 끝에 고지의 주인이 하룻밤 새 몇 번이나 바뀌는 소모전의 끝없는 반복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산성전투는 1951년 한국전쟁에서 고지전의 모습으로 환생하여 한반도 중동부 전선에 산재되어 있던 수많은 고지를 선점하여 휴전회담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혈투는 피아간의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인명의 손실과 함께 막대한 전쟁물자가 소비되고 재활용되는 전시경제 사이클이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가고 있었다.


한반도 전쟁이 밑도 끝도 없는 소모전으로 치닫는 동안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된 일본의 전후 경제가 되살아난 것은 물론 마찬가지로 잿더미에서 일어서려 했던 서유럽의 경제도 몰락의 바닥을 찍고 마침내 반등의 단초를 마련하면서 한국전쟁은 도미노처럼 전후 세계경제를 자극했다.


1908년 1월생과 같이 살아남은 한국의 지식인들이 바라본 1951년 한국전쟁의 비극은 초토화되고 참절된 국토의 허리뿐만 아니라 수없는 젊은이들의 생명이 갈려나가는 고착화된 고지전의 전황이 역설적이게도 어부지리漁夫之利의 고사와 같이 다시는 목격하기 싫은 일본이 일어나고 지구를 돌아 전후 서유럽 경제의 밀알로서 썩고 있다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보란 듯이 작동하는 전시순환 경제의 아이러니와 같은 역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를 생생히 목격하면서 가슴을 치고 한민족의 불운에 몸서리치면서 마냥 허둥대고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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