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떠난 화살, 그리고 살풀이

by 윤해

2024.03.18


시위를 떠난 화살은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 화살은 과녁에 명중하던지 과녁을 비껴가던지 둘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과녁이 무엇인가에 따라 시위를 떠난 화살이 구국병기가 되어 나와 나라를 구할 수도 있고, 활시위를 아군에게 돌려 우리를 파멸에 이르게도 할 수 있음을 역사는 항상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화살이 날아가는 향방과 피아구분에 따라 양날의 검으로 작동하는 것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의 운명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궁이 수두룩한 민족이다. 오죽하면 중화질서 속에 우리를 지칭하는 이름이 동이족, 즉 동쪽에 큰 활을 들고 있는 민족이라 했을까


올림픽을 비롯하여 온갖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독보적으로 금메달을 가져오는 효자 종목이 바로 양궁이다. 활을 바꾸어 서양활을 쥐어줘도 여전히 신궁이 되어 세계 1등을 차지하는 현상을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다.


최종병기로서의 활은 총의 출현으로 전쟁무기로서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여전히 모습을 바꾸어 우리 주위를 망령같이 떠돌고 있다.


소두무족, 머리는 작고 다리는 없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을 진리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비록 머리가 작고 다리는 없지만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활시위를 떠나 맹목적으로 멀리 있는 과녁을 향해 순식간에 소두의 화살촉이 날아가 그 대상에 깊숙이 꽂혀 목표물의 명줄을 끊는다.


활과 화살이 사라진 현대에서 이 소두무족의 활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말로 환생했다. 말은 화살과 닮은꼴이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을 되돌릴 수 없듯이 입술을 떠난 말은 거둘 수없다. 화살이 작은 머리로 다리도 없이 멀리 떨어진 과녁을 맞히듯 입술을 떠난 말은 주어 담을 수없이 다리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이제 건국 70년을 내다보는 대한민국 사회는 화살이 환생한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곳곳에서 피아구분 없이 날아다니는 소두무족, 머리에 든 것이 적어 생각이 짧은 정치인이 내뱉는 발 없는 말이 매스미디어를 타고 천리를 날아 국민의 가슴에 꽂혀 나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


생각 없이 한 말들이 온 국민을 혼란케 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 그 업보가 부메랑이 되어 자기에게 돌아오는 자업자득의 장면이 연일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애꿎은 국민의 가슴에 말화살을 꽂고 있다.


화로서 죽인다는 화살과 같은 말이 말화살이 되어 천리를 날아 온 국민의 가슴에 불을 일으키는 이 흔한 장면에 이제는 종지부를 찍고 온 국민의 가슴에 박힌 말화살을 뽑는 화살풀이를 통한 살풀이라도 해서 말화살을 외교라는 국익에 쓰지 않고 부화뇌동하는 일부 강성 팬덤에 기대어 자신의 영달을 도모하는 머리 작고 다리 없는 소두무족의 정치인이 나라를 좀먹는 장면들이 우리 눈에서 사라졌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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