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開戰 열전熱戰 냉전冷戰 휴전休戰 정전停戰 종전終戰, 전쟁의 참혹함 만큼이나 전쟁의 단계도 다양하다. 한국전쟁은 그 흔한 선전포고도 없이 개전開戰되었고 T34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준비된 북한군의 기동전은 미처 준비되지 못한 국군과 미군을 여지없이 몰아 부쳐 낙동강전선이라는 열전熱戰의 도가니 속으로 군인들을 밀어 넣었다.
그해 한 여름밤의 열전熱戰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북진한 국군과 미군이 봉착한 찬바람 부는 개마고원 장진호의 겨울과 마주한 그 혹독한 추위의 냉전冷戰을 거쳐 전선은 도로 삼팔선이 되어 휴전休戰회담 중의 냉열전冷熱戰이 교차되는 고지전을 거쳐 드디어 정전停戰협정을 앞두고 있었다.
10분간 휴식休息은 고된 훈련을 마친 장병들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천사의 속삭임이다. 연이어 담배 일발 장전裝塡 구호를 듣고 한 개비 담배 연기를 폐 속에 깊이 들이마시면서 내뿜는 그 순간에 내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기억한다.
이처럼 10분간 휴식과 담배 일발 장전은 평시에는 고된 훈련을 잊게 하고 전시에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는 군인들 만의 루틴이자 군인들의 내면에 은밀하게 자리 잡은 천부인권이자 자동화된 추억과 기억일 것이다.
개전초기 전차궤도에 짓밟혀 나갔던 그들도 낙동강을 피로 물들였던 그들도 북진통일에 들떠 추격섬멸전에 환호했던 그들도 개마고원의 냉동고에서 처절한 후퇴를 했던 그들도 고착된 전선에서 눈앞에 고지를 향해 포탄이 빗발치던 능선을 오르던 그들에게도 생사는 오락가락했지만 무명용사들의 소확행, 10분간 휴식 담배 일발 장전만큼은 아무도 가져갈 수도 뺏아갈 수도 없었던 그들만의 소박한 권리이자 작지만 확실한 찰나의 행복이었을 것이다.
널문리에서 휴전회담이 중단되면서 38선 부근에서 교착된 고지전에서 담배연기의 추억을 간직한 체 포연 속으로 사라져 가고 갈려나간 이 땅의 젊은이들의 비극 앞에서 치를 떨던 1908년 1월생과 같은 한국민들에게 희비가 교차되는 소식이 들려왔다.
1953년 3월 5일 한국전쟁의 마리오네트 줄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흔들던 스탈린이 급사하였다. 스탈린은 붉은 군대를 한반도에 진주시켜 한반도 분단을 가져왔고 철부지 김일성을 후원하여 한국전쟁을 도모한 전범으로서 한민족과는 지독한 악연을 가진 독재자였지만 소련으로 봐서는 2차 세계대전의 독소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성동격서의 전략으로 한국전쟁을 통해 동유럽 공산화를 공고히 하여 동유럽 대부분을 소련의 위성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였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선천적으로 약한 몸임에도 과음하는 주당이요, 담배를 달고 사는 지독한 골초였다. 이로 인해 말년에는 고질병인 뇌질환과 고혈압 그리고 심장병으로 고생하다가 숨을 거두었다.
폐쇄적이고 고지식한 성격을 가진 스탈린은 결국 1952년에서야 의사들의 조언을 수용하여 금연을 결심 했지만 그가 몰아넣은 한반도라는 전장에서 안개처럼 피어올랐던 포탄 연기처럼 자욱했던 수백만의 이름 모를 무명용사들의 일발장전 했던 담배연기가 한숨 되어 독재자 스탈린의 숨을 거두어간 것인지 이 희대의 독재자는 암살의 공포 속에서 주치의조차도 믿지 못하고 쓸쓸히 홀로 자신의 집무실에서 뽀얀 담배연기처럼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