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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백년전쟁 77, 트레블 1977

by 윤해


축구에서 트레블 Treble은 단일 시즌 기간 동안 한 축구팀이 3개의 주요 대회를 우승하여 3관왕을 기록하는 것으로. 농구, 야구, 사이클 대중음악 등에서는 트리플 크라운 Triple Crown이라 부르며 그 분야에서 최고의 성적을 성취하였다는 상징과도 같다.


우리 대한민국, 팀 코리아는 망국의 질곡을 넘고 당랑거철의 독립전쟁을 지나 혼란의 건국과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분연히 일어나 의거와 혁명 그리고 유신을 통해 기어이 수출 100억 불, 국민소득 1000불, 식량 자급자족이라는 단일 운동분야에서도 성취하기 어려운 3관왕, 트레블과 트리플크라운을 국가와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합심하여 조기에 달성하고 5천 년 가난을 떨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와 교두보를 마련한 해가 바로 1977년이었다.


음양중 정반합이라고 하는 자연의 섭리를 상징하는 3이라는 끝없는 반복의 숫자가 세상의 원리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춘하추동 흥망성쇠라는 4라고 하는 숫자가 거듭되며 세상을 사는 인간이 4계절, 춘하추동 보내면서 철부지가 아닌 사람이 되고 사람이 만들어가는 역사는 흥망성쇠라고 하는 리듬을 타고 기승전결 하면서 자연의 3수와 세상의 4수가 만들어 가는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원리가 희비쌍곡선을 그리며 우리는 대를 이어 살아가고 사라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팀 코리아도 건국의 제헌헌법에 따라 제1 공화국을 선포하고 4.19 의거 후 제2 공화국을 거쳐 5.16 혁명으로 제3 공화국에서 산업화의 박차를 가하여 자연리듬, 음양중 정반합의 섭리를 바탕으로 10월 유신으로 출발한 제4 공화국부터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의 성과가 드러나는 세상의 원리인 기승전결과 흥망성쇠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반도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이래 조생종 통일벼로 대표되는 육종개량의 결과와 이상적인 벼농사 기후에 힘입어 대한민국에서는 1977년 크게 풍년이 들어 쌀 수확량이 사상 처음으로 4천만 석을 돌파하였다. 이로써 식량수급이 가능해지자 정부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무미일(분식의 날)을 폐지하고, 쌀도 백미에 가까운 9분도로 도정하도록 하였다. 이어 밀가루 막걸리를 금지하고 쌀 막걸리를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쌀 소비억제 정책을 전면 해제하였다. 그해 12월 1일에 쌀 막걸리를 허용하는 행정조치가 내려졌고, 14년 만에 쌀 막걸리가 다시 등장하였다.


1908년 1월생은 인생 칠십 고래희라고 하는 고희에 접어들 무렵 마주하는 대한민국이 오천 년 가난에서 벗어나 식량을 자급하고 수출입국의 신호탄과 같은 100억 불 수출의 금자탑을 쌓고, 1인당 국민소득 1000불을 달성하면서 남북간의 체제경쟁에서 확실히 북한을 제치며 중진국에 진입하는 모습을 감격에 겨워 바라보면서 망국의 식민지 청년시절 고향 배시내 들판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일본군 수비대의 총검소리를 들으며 불안하게 농민들과 마시던 막걸리의 추억을 떠 올리고 난 다음 1977년 대풍을 자축하면서 쌀 막걸리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1977년 1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대북 식량원조를 제의하며 남북 불가침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철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 불가침협정을 거부하는 대신 남북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였다. 1월 20일 지미 카터가 미국 제39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1월 28일 박정희 대통령은 국방부를 순시하며 핵무기와 전투기를 뺀 모든 무기를 국산화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1월 29일 하이틴 영화의 원조로 알려진 고교얄개가 개봉되었다.

2월 10일 박정희 대통령은 임시행정수도 건설 구상을 발표하였다. 3월 9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4~5년 내에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계획을 발표하였다. 5월 24일 미국의 필립 하비브와 브라운 특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5월 29일 카터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침략당할 시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언명하였다. 6월 19일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가 가동을 개시하였다. 7월 1일 정부는 부가가치세 제도와 의료보험제를 실시하였다. 북한은 2백 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하였다. 이에 남한 정부는 이를 불인정한다고 발표하였다. 9월 15일 고상돈 대장이 이끄는 한국 등반대가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11월 11일 전북 이리(익산)에서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12월 1일 서울에서 시내버스 토큰제가 처음 실시되었다.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스텔스기인 F-117이 첫 비행에 성공했다. 12월 17일 구마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12월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수출 1백억 불 달성 기념식이 열렸다.


목표를 정하고 달성한다는 성공이야기에 고무되지 않을 세상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스포츠에서 기록을 소중히 하며 높은 기록을 내고 달성하는 개별 선수들에게 박수를 치기도 하지만 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선수단과 같은 단체가 팀을 이루어 성취해 낸 트레블과 트리플 크라운에 더욱더 열광하는 것은 그들의 합심과 단결 그리고 기복 없는 꾸준함에 찬사와 갈채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팀 코리아가 1977년에 이루어낸 100억 불 수출, 1000불 개인소득, 식량 자급자족이라는 트레블과 트리플 크라운은 망국의 식민지 청년출신의 세대들이 다시는 망국하지 않고 번영된 나라를 후대에게 물려주어 자신들과 같은 망국의 아픔을 겪지 않겠다는 피눈물과 같은 단심이 모여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 선진국으로 가는 막차 티켓을 거머쥔 것과 같았으며 이와 동시에 대한민국 번영의 신호탄을 세계를 향해 쏘아 올린 역사적 거보이자 위대한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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