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사는 것도 맞지만 막아야 사는 것도 맞는 말이다. 개별 생명체로써 인간은 먹어야 살지만 공동체라는 세상 속의 인간은 저 혼자 살겠다고 공동체의 자산을 다 먹는 탐욕한 인간이 되면 이 인간들을 막아야 공동체도 살고 그 구성원들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 먹고 살 수도 없고, 안 막고 살 수도 없다. 어쩌면 먹고 막고라는 오래된 싸움이 제도를 만들고 조직을 만들며 나라를 만들었다. 개별 생명으로서 나는 먹어야 하고 공동체로서 나라는 막아야 하는 이중 구속을 해결하고자 만든 모든 문명이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이 이중구속의 난제를 풀지 못하고 흥망성쇠를 거치면서 사라져 갔다.
결국 문명이 대단해 보여도 먹고 먹히고 먹고 막고라고 하는 끝나지 않는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우리는 말도 만들고 글도 남기고 이념도 생기고 철학도 배우며 한 세상을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애쓰는 것이다.
한 순간의 욕심으로는 노멀을 만들고 그 노멀이 좌절되면 뉴노멀이 나오고 욕심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바가 공동체가 나아갈 바라고 굳게 믿으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문명이라는 가상세계를 살아가고 있지만 실상과 가상이 다르고 진아와 경아가 다르듯이 내가 바라보는 나는 진정한 나가 아니고 네가 바라보는 나가 진정한 나라는 사실에 한 세상을 살아도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밖에 볼 수 없는 자신의 한계만 깨달아도 각자라 부를 만하다.
세상이 왕을 원해 왕왕거리는 왕을 세웠지만 조변석개하는 세상인심은 만왕의 왕이라 부르는 예수마저도 십자가에 매달아 버렸다. 이처럼 백성들을 위하여 진심과 성심을 다하던 왕이 민중들에 의해 권좌에서 끄집어 내려서 기요틴에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목이 잘려나가는 것으로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었지만 혁명의 끝은 무지막지한 나폴레옹 황제가 주도하는 나폴레옹 전쟁을 프랑스 민중은 감당하고 패전의 멍에까지 온전히 졌어야 했다. 왕정과 공화정이 교체되면서 그때마다 기요틴에 잘려나간 수많은 혁명가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우리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역사요 공산주의 혁명이며 전체주의의 등장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자는 계속 먹어야 살 수 있고 계속 살아내려는 자는 어찌 되었건 탐욕으로 찌든 자들이 모든 것을 먹어 치우기 전에 사력을 다해 이들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망국한 지 120년 해방된 지 80년 건국된 지 77년을 넘어서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운도 이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나라를 통째로 들어 먹는 자들을 막지 못해 벌어진 망국의 트라우마로 인해 건국 후 40년간 먹는 자들을 경계하며 막기만 했던 40년을 지나 야금야금 국부를 삶아 먹고 데쳐먹고 갉아먹는 세력들이 주류가 되어 막는 자가 먹는 자로 전환되는데 채 40년이 걸리지 않았다.
주류 세력 중에 아무도 막는 자가 없는 우리 공동체의 앞날이 우려스럽지만 그래도 120년간 막아온 막는 자들의 저력은 우리 국민 마음속에 숨 쉬고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