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은 아마 듣기 어려운 말이다. 용두사미라는 말도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은 왕성 하나 끝이 흐지부지한 현상을 이르는 말로만 알고 있지만,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가 의미하는 바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상상의 동물인 용과 실상의 동물인 뱀을 비유해 보면 용이라는 동물에서 용과 같이 실존하지 않고 동물들의 강점만 모은 일종의 가상세상이라고 하는 문명을 만든 우리 인류에게 용이라는 짜깁기 상징은 세상에서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한 목표이자 왕이자 우상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승천하는 용은 단순히 상상 속의 존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고, 배를 땅에 깔고 기어 다니며 살기 위해 이브를 유혹하는 머리는 작고 다리가 없는, 소두무족의 보잘것없는 존재로서 뱀의 숙명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인류에게 있어 등용문을 통해 이무기가 용이 되려는 일장춘몽이며 용이 되고자 노력했으나 등용문을 박차고 승천하지 못하는 일종의 희망고문으로 한 생을 살아가는 아담의 숙명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유추해 본다.
처음과 마지막이 시종일관하는 한 생이 문명이 추구하는 코스메틱 한 우주적 질서와 부합하듯이 머리에서 시작되어 꼬리로 마무리되는 인간의 운명도 공간을 이동하고 시간에 올라타면서 희비쌍곡선과 오욕칠정의 다리를 건너가면서 두서를 잡고 유종지미를 거두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 세상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장두노미藏頭露尾,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머리는 숨기고 꼬리는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무엇을 숨기고 무엇이 드러나는 것인지는 모르나 숨기고 드러내는 지체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머리와 꼬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지구생명체로써 무엇이 그렇게 숨길 것이 많은지 머리가 아니고 크게 가리어진 대가리가 되어 가리고 숨기는 머리가 되고 점점 더 드러나는 꼬리는 자르고 잘라 이제는 퇴화된 꼬리뼈를 가진 기막힌 현실의 우리의 모습을 장두노미藏頭露尾라고 표현했다고 하니 촌철살인다운 사자성어이다.
혹자는 현대사에 있어 1968년을 68 혁명이라 부르며 68세대 이전과 이후를 나눌 정도로 중요한 해라고 이야기하고 한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 모두는 68 혁명 이후의 질서 속에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전후 베이비 부머 세대가 전전 세대가 가졌던 국가주의를 뒤엎어 버리고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선진국의 문명의 패러다임은 격동했지만 대한민국의 1968년은 1.21 김신조 등의 무장공비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이틀 뒤 동해에서 미국의 정보 함인 푸에블로호를 피랍한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그리고 그해 10월에 사흘간 무장공비들이 연달아 침투한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대응하여 1968년 4월 1일 향토 예비군이 창설되었으며 11월 21일 주민등록증이 최초로 발급되었고 12월 5일 급기야 국민교육헌장이 반포되는 등 한국전쟁이 재현되는 듯한 공포와 긴장의 한 해였다. 68 혁명이 실종된 대한민국에서 북한이 도발하던 일촉즉발의 누란의 위기는 32년이 넘어선 2010년 또다시 그대로 재현되면서 3월의 천안함 피격으로 46명의 해군용사들이 전사하는 사건부터 시작해서 11월의 연평도 포격전으로 한국 전쟁 휴전 이후 57년 만에 최초로 북한군이 한국 영토에 포격을 가하여 그로 인해 사망자, 전사자까지 나온 전쟁과 같은 장면이었다. 그 정도로 남북관계가 휴전 이후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2010년은 전 세계적으로는 아이티와 칠레에 리히터 규모 8.0이 넘는 대지진이 발생하여 아메리카 대륙이 요동쳤던 해이기도 하였다. 특히 아이티 지진은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오게 되어 국가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중국 상해에서 2010 엑스포가 개최되었으며, 이 해 2 사 분기 중국이 일본의 경제규모를 추월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었고, 역사적으로는 한국이 일본에게 강제로 국권을 빼앗기고 노예로 전락한 사상 최대의 치욕인 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했던 해이기도 하며 일본 총리 간 나오토는 100주년을 기해 병합의 강제성을 우회적으로 시인하고 조선왕조의궤를 인도하는 "간 나오토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2010년은 전년도 10월 1일부로 시범 시행 시작한 우측통행이 이해 7월 1일부터 완전히 우측통행으로 바뀌었으며, 대한민국 4색 신호등 표준 체계가 좌회전 후 직진에서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뀌었다. 9월 25일 대한민국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렸던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여민지 선수는 골든 부츠, 골든볼, 대회 MVP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9월 28일 북한에서 조선노동당 당 대회를 열고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표했다.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를 숨기고 꼬리를 드러낸 북한 조선인민군 해군의 연어급 잠수정의 CHT-02D 어뢰에 공격당해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한 천안함 용사들에게 보내는 "772함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의 어두움도 서해의 그 어떤 급류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라고 하는 애타는 절규를 뒤로 하고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산화한 천안함 용사들은 말이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암약하는 매국세력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보고도 믿지 않고 머리를 숨기고 꼬리를 드러내며 칠흑 같은 바다에서 생때같은 우리 해군 수병의 목숨을 앗아간 북의 도발을 한사코 믿지 않으면서 백 년 전 경술국치를 불러일으킨 내부 분열에 여념이 없었던 현실부정 매국세력의 길로 머리는 숨기고 꼬리는 드러내는 망국적 행동은 백 년의 세월 동안 역사의 평행이론으로 2010년에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