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流水같이 흘러 한 생을 살다가 사라진다. 세월의 내를 건너고 세월의 강을 흘러가다가 세월의 바다에 다다르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바다에 빠지든지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돌든지 아니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정처 없이 바다를 표류漂流 할 것이다.
바다는 생명의 탄생지이며 생명 그 자체이다. 20억 년 전 아비규환의 바다를 뒤로하고 뭍으로 상륙하여 해당계 생명체에서 미토콘드리아 생명체로 세포차원의 진화를 통해 여기까지 달려온 우리 인류의 시원에는 생명의 고향과 같은 바다를 향한 알 수 없는 경외감이 본능 속에 숨 쉬고 있다.
육지가 문명의 시발점이라고 한다면 바다는 자연의 시발점이다. 오대양 육대주를 제 집 마냥 누비는 우리 인류이지만 여전히 지각과 수평면 위에서 육지에서 태동한 문명의 원리와 바다에서 태동한 자연의 섭리들을 조화하고 삼매 하면서 입세와 속세 그리고 출세를 반복하며 사는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침몰하여 승객 중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대한민국의 해상사고로서 대한민국의 해상 사고 중에서 3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이며,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330명이 사망한 창경호 침몰 사고와 326명이 사망한 남영호 침몰 사고 이후 4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재난 사고가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가 충격적인 이유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나선 안산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이었다. 온 국민 오천만이 실황중계를 통해 뻔히 눈 뜨고 보는 가운데 서서히 침몰하면서 구조할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며 서서히 수장되는 피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 중 250명과 교사 11명 그리고 일반인 사망자는 43명 등 총 사망자 304명의 비극은 죽기 살기로 구조에 나선 살신성인의 구조인력이 구조한 구조자, 단원고 학생 75명, 교사 3명, 일반인 94명으로 총 172명의 값지고 소중한 생환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참사 앞에서 말문이 닫히고 머릿속은 수많은 가정으로 복잡하게 돌아간다. 참사의 그 순간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다 보면 막을 수 있는 수많은 장면들과 마주한다. 이 모든 가정과 장면이 부질없는 생각과 행동임에도 안타까움과 여한이 뒤범벅되어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여한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악마와 빌런들은 그들의 장기인 디테일로 죽은 자들을 거듭 죽이고 산 자들에게 아쉬움을 넘어 죄책감을 각인시키며 순식간에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디테일에 강한 악마답게 자신들이 이 참사의 최대 수혜자가 되도록 판을 깐다.
2014년은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다. 이 해 대한민국에서는 유독 안전불감증이 원인이 된 여러 사건 사고가 빈발했다. 연초에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부터 시작하여 두 달 후인 4월, 세월호 참사, 그 후 대구 중년부부 살인 사건, 수원 토막 시체 유기 사건, 파주 전기톱 토막살인 사건, 제28보병사단 의무병 살인사건,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 양양 일가족 방화 살인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일어났으며, 그중 대구 중년부부 살인 사건,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은 2011년 이후 이례적으로 사형 선고가 되었다. 국내 정국은 통합진보당 해산 등으로 정치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2014년은 국제적으로도 큰 사건들이 많았다. 중국은 지진이 발생했고, 터키는 탄광 폭발에 유럽에 중동은 전쟁이 일어나고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역병이 유행되기 시작했다. 2014년 크림 위기와 동부 우크라이나 위기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냉전 시대로 복귀한 듯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라크 내전 역시 시리아 내전과 맞물리며 극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또 가자 지구에서도 7년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충돌이 벌어졌다. 중국 내 위구르족과의 갈등도 커져서 3월 쿤밍역 칼부림 테러, 4월 우루무치역 폭탄 테러, 5월 우루무치시 폭탄 테러 등의 유혈사태가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9월~12월에 걸쳐 2014년 홍콩 우산 혁명으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서 홍콩에서도 행정장관 문제와 중국의 일국양제 훼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욕망과 탐욕을 엔진으로 작동되는 세상의 원리는 그 부작용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생과 사를 가르는 사건과 사고를 만난다. 세월호 참사도 이러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해상사고일 뿐이다. 한 생명은 천하보다도 귀하지만 그 천하를 만들기 위해 스러져간 생명의 입장에서 보면 천하만큼 귀한 것도 없다. 세상에 들어와 피지도 못하고 시든 인생의 봄날이자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4월의 남쪽 바다 한가운데에서 기성세대가 탐욕의 탑을 높이 쌓는 동안 꽃망울도 터뜨리지도 못하고 바다로 사라져 버린 희생자들의 애끓는 사연이야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없겠지만 이 참사를 활용하여 자기네들의 더럽고 추악한 욕망을 성취하려는 매국노와 같은 악의 무리들은 슬픔을 공동체의 안전으로 승화시키는 대신 당리당략의 선동의 소재로 활용하려 했고, 정부의 대처도 중심을 잃고 자신들의 감독책임을 모조리 청해진 선사의 배후, 구원파라고 하는 종교집단에 떠넘기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대한민국 사회는 갈기갈기 찢어져 분열하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게 되었으며 2025년 오늘날 사분오열되어 갈등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된 참사가 세월호 침몰이었으며 세월호 참사에 의해 촉발된 호도와 흑색선동으로 점철된 정치상황에 따라 촛불과 탄핵의 강은 더 이상 건너갈 수 없는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다가 되어 백년전쟁의 뇌관이 되고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협상력을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