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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백년전쟁 122, 러우전쟁 2022

by 윤해

기본적으로 우리는 복잡계를 살고 있다. 138억 년의 팽창하는 우주 안에 있고 46억 년 동안 지구 생명체로 진화된 우리가 단순하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된 출발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복잡계를 살고 복잡한 생명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 우리의 일상은 전쟁과도 같이 처절하며 생사를 오가는 긴박감으로 바쁠 수밖에 없다.

팬데믹과 트윈데믹으로 세계는 저마다 빗장을 걸어 잠그고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고 코로나 백신이라고 하는 예방접종에 기대어 소우주와 같은 복잡계를 숨 쉬고 있는 생체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이 지나가기를 인디언 기우제를 올리는 심정으로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 평소 인간의 생명을 구해줄 것처럼 온갖 첨단장비와 검사기기를 동원하여 머리부터 발 끝까지 병명으로 호도하던 현대의학은 미시계의 보잘것없던 코로나라고 하는 일종의 감기 바이러스 앞에서 무력하게 굴복하였고 현대 문명은 멈춰 섰으며,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임상도 생략한 약물을 코로나로 급해진 나라의 약점을 파고들어 그들이 그렇게 원했던 low risk, high return의 영업방식을 강요하면서 부작용은 접종자의 개별적 건강상태로 돌리고 천문학적인 매출은 모조리 다국적 제약회사가 가져가는 그들로서는 환상의 영업조건을 구현해 가면서 전 세계 인류를 상대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며 3차까지 가는 백신만능의 세상을 기어이 구현하고 완성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의 조바심과는 별개로 그들의 시간 그들의 미션을 담담히 해내고 차츰 유행성 감기 정도로 약화되면서 인류 안에서 숨 쉬는 미시계의 면역체계와 안면을 트고 익숙해져 갔지만, 코로나로 야기된 세계 질서는 엉망이 된 채 흔들렸으며 무엇보다 코로나 극복이라는 허울을 쓰고 뿌려졌던 엄청난 각국의 재화는 세계패권질서를 교란하였으며 이 재화를 줄이고 소각해야 할 급한 불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수순으로 세계는 굴러가고 있었다.

2022년 임인년 새해는 벽두부터 인류가 호랑이처럼 무서워했던 전쟁과 마주했다. 88 올림픽 이후 팍스아메리카나의 세계는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국지전이나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패권국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된 일방적 전쟁만을 보아온 세계인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군사강국 러시아가 유럽의 식량창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전쟁의 망령 앞에서 경악했다. 첨단무기와 재래식 무기 핵협박까지 콜라보가 되어 벌어진 2월의 전쟁은 단순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의 두나라 전쟁이 아닌 오래된 세계패권전쟁, 즉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패권을 둘러싼 해묵은 그레이트 게임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했으며 단기간의 군사작전이라고 에둘러 변명하며 단기전을 노렸던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의 지원에 힘입었던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반격에 전선은 교착되었고 전쟁은 점점 더 끝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소모전으로 끌려들어 가고 있었다.

2022년 3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5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되었고, 새 정부 출범 3주 만인 6월 1일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 힘이 광역, 기초 선거에서 모두 압승하는 등 정치 구도가 대격변을 맞았다.

2022년은 재난, 재해, 그리고 안전과 관련된 사고들로 점철되었다. 연초부터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인부 6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고, 연중에는 대한민국 중부 지역에 최고 시간당 141.5mm라는 집중호우가 내려 수도권 일대가 침수돼 도시 기능이 마비되기도 하였다.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내습으로 11명 사망 및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2조에 육박하는 재산피해를 내기도 하였다. 10월 29일에는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압사 사고로 인해 159명의 사망자와 195명의 부상자를 낸 참극이 발생하기도 하면서 전 국민들은 도심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에 할 말을 잊었다.

병 속에 가득 찬 공기가 뚜껑을 열면 분출하듯이 코로나로 갇혀 지내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각종 사건 사고가 봇물 터지듯이 터져 나왔던 해가 202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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