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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아우라지

by 윤해



2024.05.27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면 헤어지고 간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보고 있는 저 무심한 강물이 흘러 흘러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것만은 굳게 믿고 산다.

세상사 모든 인연은 저 강물의 흐름과 같이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아름다운 인연과 악연이 인과를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서 한평생 살아가는 공간을 산하라 부르면서 너와 나가 한 공간에 살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하고, 그리고 또 강역이라 부르며 너와 나 사이에 엄연한 영역과 경계가 있음을 은연중에 내 비친다.

천지가 개벽하여 산에 터널이 뚫리고 강에 다리가 놓이면서 너와 내가 터널을 통해 산을 넘고 다리를 딛고 강을 건너면서 우리는 도시를 만들었고 도시에서 만났다. 그 도시 안에서도 어떤 인연인지는 모르나 대부분 산을 넘고 강을 건너왔어도 고향의 익숙한 산하와 강을 잊지 못해 그 낯선 도시 안에서도 조금이라도 나를 낳아주고 키워낸 고향의 산하와 강을 닮은 곳에 정착하기 마련이다. 덧붙여 불원천리 고향을 떠나왔어도 한치라도 고향에 가까운 낯선 도시의 한편에 살려고 하는 것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인지상정 아닐까

정선하면 오일장이요 , 아리랑이다. 정선은 강원도 오지답게 산하에 널려있는 야생약초가 유명하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나와 세상풍파를 겪고 몸이 상할 때 정선 오일장을 찾으면 도시의 병원에서 처방하는 화학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온갖 약초가 시장 난전에 지천이다. 물론 때를 맞춰 가야지 효험이 있다. 대부분의 약초는 인동초처럼 겨울을 지나면서 초봄에 나온 것들이 약성이 좋다. 오일장 가는 길에 아우라지 강변옆에 춘향전에 춘향이가 타고 구를만한 대형 그네가 생뚱스럽게 있으니 한번 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에 위치한 두물머리나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강이 되었든 간에 우리네 인생도 강과 같이 흘러가다 보면 다른 인생의 강을 만나고 그 만난 인생의 강이 함께 모여 흘러가다 보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거대한 바다와 만나게 된다.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고 욕망으로 출세를 하였어도 혼군을 너머 폭군과 마주친 사림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적수공권으로 산을 넘고 내를 건너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와 태백준령 한 자락에 몸을 의탁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그곳에서 또다시 세상을 만난다는 것은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이 무엇인가를 몸소 체험는 것이다.


태백준령에서 발원하여 정선 아리랑 고개를 넘어와 아우라지에서 출발한 물이 내를 이루고 강을 만들어 남한강과 북한강이라는 거대한 두물이 하여 한강의 머리가 되는 물의 행과 지구라는 수구에 의지하여 한 생을 사는 우리의 인생역정이 서로 닮아 있음을 인정만 해도 상선약수의 지혜에 따라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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