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해 록 ] 삶과 죽음의 패러독스

by 윤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독백하는 햄릿을 창작한 셰익스피어는 무슨 생각으로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라는 불후의 명대사를 햄릿을 통해 내뱉게 했을까?

인생은 고통의 바다, 고해인 동시에 감미롭고 꿈결처럼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다. 분명한 것은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는 사실이다.

자연에 있는 사람이든 세상을 사는 인간이든 생로병사는 마치 춘하추동과도 같이 순환하고 돌아가는 우주법 안에 위치하면서 거역할 수 없는 생명계의 진리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섭리이든 세상을 돌리는 원리이든 간에 생명계의 진리는 개별개체의 사정과는 무관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무자비하게 돌아가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을 넘나들고 인간을 버린다. 버려진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파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오로지 다음에 올 인간에 의해 조금이라도 기억되면 다행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 생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간보다는 죽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순간이 다음에 올 인간들의 뇌리에 선명히 기억되고 소환되는 것이다.

역사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졸부와 죽을 자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던 영웅들의 서사로 가득 차 있다. 그 서사가 졸부의 서사이든 영웅의 서사이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인생의 서사가 무엇일까라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평시에는 표시 나지 않았던 죽고 사는 문제가 전쟁과 망국이라는 백척간두에 서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 한 몸 부귀영화를 위해 죽을힘을 다했던 매국노와 오로지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어디가 죽을 자리인지 죽을힘을 다해 찾아내었던 순국선열들의 애국심은 서사의 격이 다르다.

한 대목만 읽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을사오적과 같은 매국노의 서사와 몇 줄을 읽어 내려가기도 전에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 순국선열의 서사는 천양지차의 감동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잘 났건 못났건 양반이든 노비이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살 자리를 찾아 죽을힘을 다했던 구한말 망국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의 Answer, 해답은 정녕 존재했던가? 해답을 찾아 신념을 팔고 지조를 버리고 호위호식을 향해 부나비 같이 날아갔던 인간 군상들은 역사책에 덕지덕지 오물만을 묻힌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이와 반대로 망국 이후 죽을 자리를 찾아 소중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순국선열들의 이름은 청사에 기록되고 향기로운 명성이 대를 넘어 살아 숨 쉰다.

이들이야 말로 고해의 바다에서 출발하여 오욕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찾아낸 인생의 승리자이자 삶의 의미를 기어코 밝혀낸 죽음에서 돌아와서 역사를 통해 되살아난 진정한 레브넌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윤 해 록 ] 연해주 페치카 최의 디아스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