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물도 마다하지 않는 깊은 바다,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는 거대한 태산을 품은 지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겉으로는 순환하고 속으로는 회전한다.
순환은 내부의 원리요 회전은 외부의 섭리다. 원리는 시끄럽고 섭리는 조용하다. 자본주의 세상이 돈을 중심으로 시끄럽게 흘러간다고 하면 지구는 물을 중심으로 조용히 흘러간다. 가상의 세상에서는 화폐경제의 총아, 돈을 좇으면서 세상의 인간들이 일희일비하고 좌충우돌 우왕좌왕 하면서 한 생을 살아내듯이 실상의 지구는 태산과 심해처럼 한 줌의 흙을 뚫고 발원한 한 방울의 물이 샘물이 된 태백의 검룡소가 내를 이루고 천을 만들며 강을 이루고 달려가다가 마침내 바다에 다다른다.
해발 800미터에서 용출하여 하루 평균 2천 톤, 9℃의 물이 솟아난다는 금대봉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물이 태백 준령과 여량 땅을 지나는 음천陰川, 골지천이 되고, 황병산에서 발원한 물은 구절리를 지나 여량 땅에 접어들며 양천陽川, 송천이 되어 비로소 아우라지 물목에서 음양陰陽의 이치가 화합하여 중中에 이르듯이 제법 도도한 물결이 정선 아리랑의 수많은 아라리요를 낳으면서 강을 만들며 흘러간다.
세상의 눈으로 보이는 제3 한강교를 흐르는 한강의 기적은 세상의 기적일 뿐,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태백준령을 가로지르고 아우라지 물목에서 합쳐져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한강의 기적이야말로 시원始原을 알 수없고 잠시도 멈추지 않는 진정한 한강의 기적이 아닐까?
정선 아리랑에서 시작된 한강의 노래는 물결을 타고 흘러 시대를 관통하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드라마가 대하드라마가 되고, 서사가 대서사시가 되어가면서 댐을 만들고 유역을 정비하면서 제방을 쌓고 수중보를 만들며 제3 한강교와 같은 수많은 다리를 세우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나간 이들을 우리는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들을 흘려보냈는지 기적의 주역들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소환하여 낱낱이 해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해부용 메스가 공功이라는 부위는 잘라서 자기 몫으로 돌려놓고 과過라고 하는 부위의 썩은 고기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며 몇 번씩 팔면서 우려먹는 레퍼토리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닌 몇 번씩이나 속아 넘어가는 조삼모사 속의 원숭이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 속의 제3 한강교를 가로지르는 한강의 기적은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태백준령을 가로질러 큰 바다 심해로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 자연 속의 물방울 한 방울에도 미치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 그지없는 오늘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