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는 단편 모음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하여 지연 혈연에 의존하는 삶이 아닌 진정한 영적 독립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주장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고 믿는 것이 아는 것이며 아는 것이 앎에서 삶으로 발전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삶의 한 바퀴를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전쟁의 비장함은 목숨까지도 내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끝이 나는 전장에서 죽여도 죽여도 히드라처럼 죽지 않고 살아나는 망령이 있다면 학살이라고 하는 전쟁 범죄다.
전쟁 중 인도주의적 대우를 보장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든 제네바 협약은 전쟁 시 민간인과 포로, 부상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국제법이다. 1864년 첫 협약 체결 이후 1949년 4개 협약으로 완성되었다. 협약 구성은 제1협약(1864): 육전 부상자 보호 제2협약(1906): 해상 부상자 및 조난자 보호 제3협약(1929): 포로 대우 제4협약(1949)을 기본으로 하여 전시 민간인 보호 추가 의정서가 1977년 제정되어 국제적·비국제적 무력 충돌 희생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1,2차 추가 의정서에 이어 2005년에 적십자 표장(Red Cross Emblem)에 적수정(Red Crystal) 이 추가되는 제3추가의정서가 추가되면서 전쟁 범죄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저지를 목적으로 제네바 협약은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을 죽이는 전쟁의 한가운데서도 지킬 것은 지키자는 제네바 협약의 정신은 서로가 피맛을 보면서 좌절과 고통 그리고 야수로 돌아가는 전투의 속성으로 인해 지켜지기가 대략난망한 영역일지라도 사후 전쟁범죄 척결을 목표로 쌓아온 노력은 전쟁과 범죄의 간격을 벌려 놓았고 전쟁을 빙자한 범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인류 전쟁사의 진일보를 이룬 강력한 브레이크가 바로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제네바 협약이다.
학살은 학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쟁범죄이다. 전쟁이라고 하는 극한의 생존경쟁과 국가 멸망이라는 누란의 위기에서 일시적으로 위임된 생사여탈권이라고 하는 지극히 특수한 지휘권을 남용하여 보복이나 가학적인 악마성을 발현시켜 피아를 넘어 민간인에게 까지 저지른 집단학살의 책임은 그 어떤 전쟁범죄 보다도 중하다.
시대를 불문하고 빌런과 악마들은 출몰한다. 다만 그 시대를 사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따라 공동체의 명운이 좌우된다. 맹목적 외면만큼이나 맹종적 관심이 공동체에 끼치는 해악은 생각보다 심대하다. 선택적 관심이 가져오는 편식적 가치관의 섭취야말로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밑동부터 썩게 만든다.
망국과 식민지, 전쟁과 재건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고 환골탈태한 국민이 과반수라고 한다면 맹목적 외면과 맹종적 관심으로 사건의 본질에서 늘 유체이탈 하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도로 조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무리들도 우리 국민의 반수가 존재한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수긍할 때 공동체 분열이라고 하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비로소 풀리지 않을까?
분열과 전쟁은 어쩌면 거울을 보고 싸우는 거울 이미지 효과 mirror image effect와 같다. 이 용어는 코넬 대학교 심리학 교수였던 브론펜브레너(Urie Bronfenbrenner) 박사가 만든 것이다. 그는 개인의 발달과정을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생태학적 체계이론 ecological systems theory을 정립한 학자로 유명하다.
브론펜브레너 교수는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도 대부분 ‘거울이미지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A라는 나라가 B라는 나라에 적대감을 품고 있으면, A라는 나라가 군사력을 조금만 증강시켜도 B라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치부하게 되고, B라는 나라도 군비증강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은 전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이러한 현상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미소 간의 군비경쟁,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군사적 대립, 인접한 나라들 간의 군비경쟁 및 갈등과 분쟁 등도 모두 거울이미지 효과와 관련이 있다. 동북아지역에서 한중일 간의 군비경쟁과 상호 불신 및 경계도 이런 현상이다. 각국은 상대국의 군사력 증강을 결코 방어력을 키우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려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되고, 덩달아서 군사력을 증강시키게 된다. 모두 거울이미지 효과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동체의 분열과 반목은 거울 이미지 효과로 인한 부정적인 파동을 가져오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반목하면서 서로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급기야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거울 이미지 효과가 공포에 승수를 곱하면 제노사이드와 같은 학살과 전쟁범죄로 세상을 물들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