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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압력과 시간과의 싸움

by 윤해

우주가 압력과 시간의 싸움이라면 우주 안의 지구, 지구를 닮은 인간의 한 생도 결국에는 압력과 시간의 싸움이며 우리가 소위 말하는 생과 사, 거시계와 미시계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섭취와 섭생의 에피소드도 결국은 압력과 시간의 문제로 귀결된다.

심장에서 혈압을 걸어 피를 뿜어 온몸으로 피를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은 46초라고 한다. 우리가 억겁 같은 지구의 나이 46억 년의 장구한 시간에 비하면 정말 찰나와 같은 시간 46초 동안에 우리 몸 46조 개의 세포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기적적인 메커니즘이 한시도 쉬지 않으면서 순환하고 대사 하는 생체가 우리의 소중한 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의 몸을 알아나가는 공부야 말로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고 하는 인간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근원적인 의문이며, 모든 학문과 공부의 시종이 이 근원적인 화두를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구도의 길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야생을 살면서 겪는 압력과 시간의 사이클과 문명에서 느끼는 압력과 시간의 사이클은 엄연히 다르다. 춘하추동 사방팔방에서 다가오는 우주로부터 날라 오는 압력과 시간의 자연리듬이 우리의 몸을 지배하고 있다면, 전후좌우 동서남북에서 우왕좌왕하는 압력과 시간의 문명리듬이 우리의 뇌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인간은 이처럼 야생에서 나와 가상의 문명을 건설하면서 몸이라고 하는 우주적 압력과 시간에 놓인 한 순간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구속적 질서에서 벗어나고자 마음이라는 추상적 의미를 창조하였다.

그리고 이 마음을 고도로 발달시키면서 기억을 만들었고 이 기억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인지혁명을 거쳐 마침내 구속사적인 유전정보의 한계의 사슬에서부터 풀려나와 뇌정보 기반의 문명을 만들었다.

그 뇌정보 문명은 차원이 다른 압력과 시간의 리듬으로 문명이라는 가상세계를 사는 세상 속의 인간들에게 이중구속을 가하면서 몸과 뇌의 인지부조화라고 하는 상이한 압력과 시간 리듬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 보자.

이처럼 뇌정보적 섭취와 유전정보적 섭생은 차원이 다르다. 시각 문명에 의존하여 기억이라는 뇌정보에만 의지하여 음식을 섭취하다 보면 우리는 대사순환 장애라고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압력에 직면한다. 그 압력은 시간을 날뛰게 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한생의 시간을 빨리 멈추게 만든다.

7만 년 전 인지혁명이 뇌정보 세상을 만들어 그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력으로 문명을 건설하면서 세상의 시간을 당겼지만 여전히 유전정보적 압력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뇌정보 세상이 강력한 압력으로 세상의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설탕과 소금 고기와 생선 그리고 쌀밥과 과일을 왜곡시키면서 누가 봐도 먹음직한 가공 식품으로 현대인의 뇌를 중독시켜 나가고 있지만 우리의 몸은 여전히 7만 년 전 구석기시대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정크푸드가 넘치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야생과 문명이 몰고 온 압력과 시간 리듬의 부조화가 초래한 섭취와 섭생의 참사를 실감하면서 도처에서 들리는 "하느님, 맛있는 거 모두 독이라 하오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라는 기도에 대한 응답까지는 못되더라도 이해 정도라도 된다면 내 글의 소임은 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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