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의
아빠 노릇 좀 하라는 아내 성화에 가족회의 소집
고민 끝에 준비한 것이 장석주의 시
아빠의 멋진 시 낭송
이어지는 대추 한 알의 인생 이야기
대추는 저절로 익어가는 게 아니야
성공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야
시인 아빠의 감성이 돋보이는 호소
열다섯 살 아들, 열한 살 딸은 그저 무덤덤
말이 길어지더니 어느 순간
열매 맺은 대추의 대견함보다
대추가 견뎌야 했던 힘든 날들이 떠올라
자꾸 오독誤讀으로 흐르는 아빠의 시 해설
추위와 더위와 외로움을 겪게 될
아이들의 앞날이 눈에 어려
서서히 떨리기 시작하는 아빠의 음성
실망한 아내의 이글거리는 눈빛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하라는 거 아니야?
아빠의 훈계에 치고 나오는 아들
그런 거였어, 공부 열심히 하라는 시였어?
키득대며 오빠를 거들고 나서는 딸아이
회의 끝, 각자 방으로!
급히 해산을 알리는 아내의 천둥 소리
엉망진창이 된 가족회의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방으로 쪼르르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세상은 슬픈 거야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그러니 얘들아, 살면서 많이 아파하지 않기를
끝내 말하지 못한 아빠의 진짜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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