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목공이 하는 일은 단순히 가벽을 세우는 것을 넘어 디테일적으로 굉장히 많다. 무거운 물건을 설치하기 위해 보강을 한다던지, 가구를 직접 제작을 하는 등의 전체적인 구조의 공사도 있지만 실질적인 생활에 밀접한 요소 공사도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단연코 가장 많은 범위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공간의 분리 공사이다. 가벽을 새로 세우는 공사, 혹은
도어를 새로 신설하는 공사 등 하나의 공간에 2개, 3개 많게는 5개 이상의 공간을 분리하여 효율적인 사용을 할 수 있게 설계한다. 다만 가벽을 세울 시 가장 기본은 '투바이'라는 각재를 이용하여 충분한 두께로 낭창거리지 않는 시공을 지향해야 하지만, 부득이하게 공간이 매우 협소한 경우나 새로 신설하는 가벽이 천정까지 올라가 가벽의 힘이 위와 아래 그리고 측면 총 ㄷ자의 힘을 버틸 수 있다면 얇게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
도장이나 도배 등 마감 내장재의 종류에 따라 가벽의 마감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도 미리 파악하여
치수를 계산해야 한다. 또한 모든 가벽의 모서리는 각 자재의 현장 재단면이 아닌 공장의 재단면을 사용하여
1자로 떨어지게 진행해야 뒷 공정 시 원활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현장에서 목공을 지시하다 보면 항상 치수에 결국 예민해진다.
목공의 작업 이후 마무리 단계의 마감재들이 붙기 시작할 때가 결국 최종적으로 나오는 공간의 크기이기에
자재가 차지하는 치수만큼을 빼고 목공 때 계산을 해야 하기에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자 제품이나 기성 가구들이 타이트하게 들어가야 하는 상황일 때 고작 1,2센티 차이로 부족하다면,
해당 가벽부터 다시 뜯고 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굉장히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실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설계도면을 디테일하게 작성하고 공사를 들어가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현장의 컨디션은 도면에 적용이 될 수 없기에, 소장의 융통성 하에 현장에 따라 우선순위를 지정하여 원활한 공사가 이루어지게 해야만 한다.
내가 항상 목공이 다 끝나고서 현장을 확인할 때 드는 생각은 항상 이렇다.
'천만다행이다.'
내가 의도한 치수로, 내가 지정한 마감의 방향으로 적정하게 시공이 되었을 때 그 안도감은
다른 기타 공정보다도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인의 우리에게도 생각보다 많이 투영될 수 있다.
흔히들 얘기하는 '갓생'을 살기 위해서
아침 러닝, 책 읽기, 전시회, 뮤지컬, 영화, 어학공부, 헬스, 주말 스포츠, 당일치기 여행 등
주어진 24시간과 정해진 나의 체력 속에서 무리해서라도 쪼개고 쪼개어 이를 실행에 옮기곤 한다.
과연 '내'가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까?
각 공간에는 주어진 역할에 맞는 평균적인 치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우리가 주중에 퇴근 이후 어학공부를 4시간 내내 할 수 없는 것처럼
출근 이전에 아침 러닝을 잠을 3시간씩 줄여가며 매일 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것은 1만 명 중 1만 명이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정해진 시간과 나의 체력을 기반으로 적정한 분할이 필요하다.
퇴근하고 너무 피곤하다면 아침에 1시간 정도만 일찍 일어나서 독서나 러닝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아침잠이 많은 대신 퇴근하고서 멀쩡해진다면, 어학공부나 문화생활을 퇴근 이후에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모든 것을 내가 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것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으로 구분하여
'갓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