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러시아 전문가가 분석한 우크라니아전쟁 예측과 종결 조건
핀란드의 대표적 러시아 전문가 르네 뉘베르그(René Nyberg)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냉전 시절부터 모스크바 대사 등을 거치며 러시아의 권력 구조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뉘베르그는 이 전쟁의 기원을 살펴봐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21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노골적으로 “반(反)러시아”, 즉 러시아의 정체성과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했던 때를 전쟁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푸틴의 이런 과격한 표현은 우크라이나를 더 이상 ‘형제 국가’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적대화 배경에는 푸틴이 반복적으로 겪은 ‘굴욕감’이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시민혁명으로 친러시아계 대통령이 축출되자, 푸틴은 이를 자신의 영향력이 완전히 무너진 신호이자 서방의 개입에 의한 굴욕으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두 나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이 굳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시기의 고립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팬데믹 동안 푸틴은 대면 접촉을 끊고 극소수 측근의 보고만 들었다. 비판적 정보가 차단된 '정보 고립'은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뉘베르그는 이 상황을 1939년 스탈린이 겨울전쟁 직전 받았던 ‘과도한 낙관 보고’와 비교한다. 당시 소련의 정보기관과 군 지도부는 스탈린에게 “핀란드는 약하고, 전쟁은 금방 끝날 것”이라는 보고만을 올렸다. 하지만 전쟁은 예상과 다르게 이어졌고, 핀란드의 저항은 훨씬 강했다. 그 오판은 스탈린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되었다.
푸틴이 받은 보고도 비슷했다. 우크라이나는 쉽게 무너질 것이고, 키이우는 며칠 안에 장악할 수 있으며, 젤렌스키 정부는 도망갈 것이라는 측근들의 장밋빛 보고뿐이었다. 독재 체제에서는 권력자가 듣고 싶어 하는 정보만 올라가게 되고, 결국 전쟁은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되기가 쉽다.
러시아의 초기 전략 또한 예상을 빗나가며 크게 실패했다. 러시아는 1968년 체코, 197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했던 ‘수도 공항 선점’ 전략을 반복했지만, 키이우에서는 완전히 실패했다. 이때부터 전쟁은 단기전에서 장기전으로 국면이 전환되었다.
현재 서방의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결정적인 변화를 만들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그는 분석한다. 특히 트럼프의 불안정한 발언과 태도는 서방의 단합을 흔들고 전쟁의 향방을 흐리고 있다. 푸틴은 현재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평화 협상을 강요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뉘베르그는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우크라이나는 항복하지 않고, 푸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크렘린의 권력이 바뀌기 전까지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냉철한 진단이다.
출처: Helsingin Sanomat, “Sota ei pääty Ukrainassa ennen kuin valta vaihtuu Kremlissä, konkaridiplomaatti René Nyberg povaa”, 1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