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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어려움: 핑계와 게으름을 내려놓습니다.

3부-나로 살아가기

by 기도집주인딸

나는 항상 모든 글을 쓸 때, 특히 처음엔 그런 생각이 있었다. “학생인데 이 정도면 괜찮지.” “장애인인데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 그게 자부심이기도 했고, 방패이기도 했다. 조금은, 아니 많이 어설픈 문장을 써도 마음속으로 핑계를 준비해 뒀다.(부끄럽지만 이러면서도 나는 욕심꾸러기였다. “와, 너 글 잘 쓴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마음을 가질수록 글이 점점 안 써졌다.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이 정도는 해야지’가 됐고, 그게 부담이 되었다. 점점 내가 쓰고 싶은 말보다, 남들이 읽었을 때 멋있어 보일 문장을 고르게 됐다. 그리고 문장이 멋있어질수록, 이상하게 내 진심은 멀어졌다.

그때 딱 멈췄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조용히 말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잘 쓰려고 가 아니었잖아.” “그냥… 쓰고 싶어서 시작했잖아.”

그제야 좀 편해졌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별 느낌이 없을 수도 있고, 어떤 문장은 유치하고, 감정 과잉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글감 안 나올 때 진짜 귀찮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막상 펜을 들면 머릿속이 깜깜해진다. ‘뭘 써야 하지?’ ‘뭔가 있어야 쓸 텐데…’ 이런 생각만 자꾸 들면서 손이 멈춘다. (이럴 때면 나 자신한테 잔소리가 시작된다.
“너, 작가냐? 아니면 게으른 거냐?”)

귀찮음과 싸우는 게 글쓰기의 절반 이상인 것 같다. 사실 그 귀찮음이 더 크다. 막상 글감을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귀찮고 번거롭다. 그래서 한동안은 핸드폰 사진첩만 뒤적거리는 등, 나도 모르게 딴짓을 하곤 한다.

가끔은 이 귀찮음을 반성한다.‘그래도 쓰고 싶다고 입만 살아있으면 뭐 해.’ ‘내가 글을 쓴다는 게, 그냥 귀찮음을 넘는 거라는 걸 이제 인정하자.’

하지만 또 알게 됐다. 글감이 안 나와서 귀찮을 때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뭔가를 쓰고 싶어 진다는 걸. 글쓰기란 결국, 귀찮음과 싸우면서도 다시 손을 들어 올리는 반복이라는 걸.

이 귀찮음을 인정할 때, 나는 조금 더 솔직해지고, 조금 더 나를 사랑하게 된다. 나는 글을 사랑하고 글이 주는 힘을 알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이 귀찮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학생인데’, ‘장애인인데’ 같은 타이틀도 이제는 붙이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내 일부일 뿐이지, 내 글의 값어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니까.

나는 그냥, 지금 내가 느끼는 걸, 지금 내 손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려 한다. 글이 멋있지 않아도 괜찮고, 그냥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멋진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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