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나로 살아가기
중학교 1학년의 시기는 정말 빠르게 지나간 듯하다. 사람이 롤러코스터를 타면 그 빠른 속도가 기억남고 주위 풍경은 잘 기억나지 않는듯 니 역시 불과 일년전 일이 까마득 하다. (참고로 난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하기에 타본적이 없다.)
나는 기억나지 않는 일들은 내가 작년에 썼던 글을 통해 추억을 떠올렸고 그 추억이 힘들든 기쁘든 난 그 과정 자체가 성장점이라고 생각했기에 난 내 글을 사랑했다.
물론 글의 완성도로 생각해보면, 그 시절 내가 쓴 글들은 정말 엉망이었다. 비유는 과했고, 문장은 횡성수설했고, 감정은 넘쳐흘렀다. (솔직히 지금 내가 다시 읽어도 ‘이걸 대체 무슨 말로 쓴 거지?’ 싶은 순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이 나를 살렸다.
중1 때의 나는, 너무 많은 걸 혼자서 느끼고 있었고, 그걸 표현할 곳이 없었다. 친구에게 말하자니 너무 무겁고, 부모님께 말하자니 괜히 눈물부터 날 것 같고. 그래서 종이와 펜(정확히는 스마트폰 메모장과 손가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막 썼다. 형식도 없고, 논리도 없고, 오로지 마음뿐인 글들이었다.
그 글들을 쓸 때만큼은, 이상하게 미래 걱정이 사라졌다. 나는 종종 “이 손으로 내가 대학 가긴 갈 수 있을까?”, “취직은 할 수 있을까?”, “혼자 살 수는 있으려나?” 같은 생각들을 한꺼번에 하며 괜히 피곤해졌다. 그런데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나도 놀랄 정도로.
글을 쓰는 그 순간은 나에게 ‘연약함’이라는 게 ‘결점’이 아니라 ‘정체성’처럼 느껴졌다. 그게 이상하게 위로였다. “그래, 나 좀 부족해. 근데 이 부족한 나도 뭔가 할 수 있어.” 그 생각 하나로도 매일매일이 의미있어졌다.
나는 내가 썼지만 결코 내가 쓴게 아닌 그 글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늘 나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었구나. 너무 많은 걸 해내야 한다고, 빨리 잘해야 한다고 다그쳤구나. 그런데 그 시절 글들은 말해줬다. “너 그때도 충분히 잘했어. 그 상황에서 그 정도면 진짜 잘한 거야.” 그리고 이상하게 그 말은, 타인이 아니라 ‘내가 내게’ 해준 말이라 더 위로가 되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연약한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마음속에서 ‘근데 너 이거밖에 못 하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쩌겠어, 그 목소리도 나니까 내가 고쳐줄 수밖에.)
어쨌든 확실한 건, 나는 글을 통해 살았다는 거다.더 멋진 말로 포장하고 싶지만, 사실은 단순하다. 나는 글을 썼고, 그 글이 나를 붙잡아줬고, 그게 반복되면서 나는 살아남았다. 그렇게 나로 살아가기의 시작은 나의 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드린것이 시작이 되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