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7

비 옵니다.

by 기도집주인딸

2024.10.22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가을의 끝을 알리는 비인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비인지.
추적추적,
비 소리만 가득하다.

한이 맺힌 듯 울음을 멈추지 않은 게
며칠째인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비처럼,
그런 비처럼
나도 내 시작과 끝을 모르겠다.

세상 그 누구도 비의 시작과 끝을 말해주지 못하고,
나도 나의 시작과 끝을 모른 채
그저 책상에 앉아
서글픈 빗소리만 듣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생겨났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내가 좋아하던 일도
뒤돌아보면 흔적 없이 사라져 있다.

비도 시작과 끝이 희미해서,
그래서 비인 거다.

모든 희미한 풍경 속
내가 서 있다.
나의 길을 찾기 위해 걷는다.

비가 내릴 거다.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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