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울하고 어두운 기분이 내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 버리고 싶어서 글쓰기를 열심히 했다. 글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내면의 마음을 간직하고자 했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한글파일이 사라지면서 “한글 2022를 업데이트하세요?”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컴퓨터에 무지한 나는 놀라서 업데이트를 클릭해 버렸다. 그 결과, 조금 전까지 열심히 쓰고 있던 글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기분도 꿀꿀한데 분노까지 나를 휩쓸어 버렸다. 이것저것 아무리 눌러도 마지막에 쓴 글은 어디에도 없었다.
노트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딸의 최신형 노트북을 빌려와서 글을 쓰고 있었다. 올해 딸의 대학 입학 선물로 LG에서 나온 것 중 가장 최신형의 노트북을 사주었다. 하지만 지금 반수 하는 딸은 노트북보다는 인터넷 강의를 위한 탭이 더 필요하다.
딸의 노트북은 내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한글부터 필요한 것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도구였다. 컴맹인 나에게는 최적화된 노트북이다.
침울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글을 쓰고 있는데 그 글이 날아가 버리자 더욱 화가 났다. 그때 점심을 가져다주었다. 점심을 우선 먹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와 샐러드, 팥죽을 보는 순간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다.인간의 본성인 음식 앞에서 모든 감정이 잊히는 것 같았다. 맛있는 팥죽과 고기를 먹고 나니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병원을 옮긴 이후로 거의 운동 못했다. 다리가 갑자기 아파서 걷기도 힘들었고, 오른쪽 어깨의 통증과 기력저하로 움직이는 게 부담스러웠었다. 오늘도 기분은 별로였지만, 맛있는 점심도 먹었고 살이 계속 찌는 느낌도 싫었다. 뒷산을 1시간 정도 돌아다녔다. 기분이 나아지면서 복잡한 머릿속도 혼란스러운 마음도 정리가 되었다.
책상에 앉아서 아침의 날아간 글을 다시 써보려고 했다. 감정 변화가 일어나서 그런지 무슨 내용을 어떻게 써는지 내용이 떠오르질 않는다. 아침에는 우울함과 분노가 내 마음을 점령했지만, 지금은 또 다른 감정이 글을 쓰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간사한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였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는 하지만, 순식간으로 바뀌는 간사한 마음을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결국, 행복도 불행도 내 안에서 내가 만드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미소를 짓고 있다. 현재 상황을 좀 더 긍정적인 환경과 마음가짐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으로 변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