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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Sep 30. 2023

보험의 필요성:가족 간 의사소통 개선과 어려운 순간


추석 명절을 보내기 위해 외박한 환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병원은 조용하다. 나도 집에서 며칠 아이들과 지내다 오고 싶었지만, 다음 주말에 쌍용에 다녔을 때 알게 된 언니들과 여수로 여행 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아껴야 한다. 집에서 아이들 식사 챙겨주고 청소하면서 몸을 괴롭히면 여수 여행을 포기해야 한다. 평생 몇 번이나 같이 갈 수 있을지 모를 분들이라 이번엔 아이들과의 시간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명절인 어제 나는 큰 언니네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 오기로 했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인천 큰집에 갔었다. 큰집에서는 아침 먹고 산소에 가든가 아니면 바로 집으로 올 것이다. 큰형님이 오래 있는 걸 싫어한다. 제사 지내고 아침 먹고 안 가면 점심도 주지 않는다.      


제사 지낸 후, 먹는 아침도 먹을만한 음식은 없었을 것이다. 음식 솜씨가 없기도 하지만 먹을만한 음식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 갈 때는 내 자식들과 큰 집에 있는 아이 때문에 LA갈비나 코다리찜 등을 만들어 갔었다. 딸 말로는 미역국과 김하고 먹고 왔다고 했다.      


큰 집에 안 간 지 몇 년 되었다. 몸이 계속 나빠지면서 명절엔 병원에 많이 있었다. 솔직히 앞으로도 가고 싶지 않다. 작년 4번째 수술 때는 연락도 없었다. 아무리 자주 수술한다지만, 병문안은 관두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 그래도 대수술인 암인데.  이상 나도 연락하고 싶지 않다.     




아침 먹고 큰 언니네로 가는 중에 딸이 전화가 왔다. “엄마! 우리 집 가. 지금 출발했어.” 그때 시간이 10시 40분이었다. “그럼 큰 이모네로 와! 여기 와서 점심 먹고 가.”라고 내가 말했다. 딸이 아빠에게 말하니깐 온다고 했다. 차가 막혀서 아이들과 남편은 1시 가까이에 도착했다.

     



언니 손자는 촌수로는 아줌마 아저씨지만, 젊은 학생들이 오니깐 너무 좋아했다. 언니가 차려 준 음식을 먹고 언니 손자의 재롱을 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손자는 말은 많지만, 긍정적이고 기운이 넘쳤다. 쑥스러움이 많아서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싶지만 말을 걸지 못하고 주위만 맴도는 모습이 코믹했다.

     

아이와 언니가 한 팀이 되고 우리 아들딸과 3명이 함께 고스톱을 했다. 아이는 새로운 게임에 혼이 나갔다. 처음으로 돈이라는것을 알게 된 초등학생은 돈의 계산에 재미를 느꼈다. 거기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와 언니가 이기고 있었다. 아이의 흥미는 1시간이 지나자, 모든 게 지겨워졌다. 우리는 게임을 그만하고 치킨을 시켜 먹고 집으로 왔다.     




딸이 ”엄마! 우리 엄마 차 타고 가면 안 돼? 아빠 차 너무 무서워!”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라고 말했다. 남편이 트럭을 운전하고부터 승용차 운전이 이상해졌다. 같이 있으면 목숨 걸고 타는 느낌이다. 인천까지 다녀오면서 운전 면허를 작년에 취득한 딸은 아빠의 운전이 무섭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출발하고 남편이 뒤에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출발 후 5분 정도 지나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나는 창문은 열어서 밖에서 나는 소리인가 하고 백미러를 보는 순간 남편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나와 남편 차 사이에 오토바이가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싶었지만, 세울 곳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갔다. 딸이 아빠에게 전화했다. 오토바이를 뒤에서 박은 것이다. 오토바이는 기스도 없고 아무렇지 않은데 상대방이 무조건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화가 이빠이 났다. 남편 차는 책임보험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종합보험 들지 않을 거면 운행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내 말이라면 귓등에서 안 듣는 남편이 보험에 추가로 가입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자주 운행하는 차 아니니깐 전날 운행하는 날만이라도 보험을 들으라고….“ 말했었다. 내 말을 들었을 리가 없다.       


딸이 전화할 때 스피커 폰으로 해달라고 했다. 남편에게 현금 몇십만 원 주고 합의 보고 합의서 작성해서 오라고 말했다. 남편은 상대가 보험회사 불러 달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형부에게 전화해서 가보라고 했다. 형부 말씀도 상대방이 무조건 보험처리 해달이라고만 했다고 한다.     




남편이 집으로 오기만 기다렸다. 내 생일 이후로 처음 대화하는 것이다. 남편은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보험에 들지 않으면 차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 어쩌면 그렇게 말을 안 들어? 어제 하루짜리라도 들어야지. 무보험차를 겁도 없이 뭐 하는 거야!”라며 짜증을 냈다. 남편은 ”책임보험의 있는데 뭐가 문제야? 보험회사도 줄 돈이 없어서 입원은 안 시켜준 데.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면 벌금 내고 그쪽에서 민사 소송하면 변호사 사서 이기면 된다고 보험회사 직원이 말했어“라는 것이다.      


기가 막힌 나는 ”그!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한 달 치 그 사람에게 보상해 줘. 딱 당신 한 달 버는 정도 보상해 주면 되겠네. ! 책임보험 기준 찾아봐! 제일 낮은 보상금액이 얼마니?”라며 짜증과 흥분 썩인 투로 말했다. 딸은 인터넷을 찾아보고 120 정도라고 말했다. “120만 원이면, 교통사고는 의료보험도 안 돼. 그리고 일주일이나 열흘 입원하면 하루 일당 20만 원만 계산해도 200이야. 그리고 후유 장애 금 달라고 할 거고.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운전하는 거야? 아이들이 당신 차 타고 싶지 않다고 했으면 조심 해야지? 모르겠어? 그렇게 매일 힘들게 일해서 번 돈 그 사람에게 같다죠.”라고 말하니깐 현실이 이제 좀 느끼는 듯했다.  

    



사고 처리한 보험회사 직원에게 전화 좀 해 보라고 했다. 나는 벌금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물어보았다. 보험회사 직원은 정확히는 몰라도 50-150만 원 사이라고 말했다. 모든 건 보상 담당자하고 말하라고 미루기만 했다.     



나는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형부와 통화를 해봤다. 형부 말씀으로는 상대방이 병원을 연휴 끝나고 간다고 했단다. 나는 그때 갑자기 해결책이 떠올랐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결책이 떠올랐어.”라고 말하자 남편은 ”어떻게?”라며 물었다. “우선 다친 곳이 아무 곳도 없다며? 오토바이도 기스도 없고? 보험 담당자도 확인하고?”라고 물었다. 남편은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당신은 돈이 없어서 책임보험만 들었다고 해. 그리고 그 사람이 병원에 4일 정도 후에 가면 어떤 검사도 아무것도 안 나와! 사고 당일 몇 시간 후와 다음날이 가장 아프고 그때 찍으면 근육이 놀랐다고 나오더라고. 그런데 4일 지나면 아무것도 안 나올 확률이 커! 그러니깐 아프면 보험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금액 한도에서 통원 치료 받으라고 해. 그리고 우리도 책임보험이라 벌금 내면 아까우니깐 반 정도 몇십만 원은 줄 수 있으니깐 가능한 한 합의해 달라고 보험 담당자에게 부탁해. 그래도 법적으로 한다고 하면 하라고 해. 벌금과 변호사 비용은 내가 10년 전에 들어놓은 운전자 보험이 3개나 있어. 거기서 다 보상될 거야. 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외상도 없고, 오토바이도 멀쩡하니깐 그 정도만 될 거 같아. 민사 가도 의사가 일할 수 없을 정도라는 소견서 써주기 쉽지 않을 것이고. 보험 증서 찾아봐봐, 당신 거 당신이 다 가지고 가서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그것도 모르지? 내가 아주 미쳐요. 내거랑 똑같이 들었으니깐 내 보험 증권 다 꺼내서 봐봐. KB, 롯데, 새마을금고 세 군데야.”라고 말해주었다. 남편은 ”KB 하나 아니었어?”라며 안심된 어조라 물어보았다. “내가 추가로 더 들어놨었어. 앞으론 절대 무보험차 운전하지 마. 미치지 않고 책임보험만 들고 어떻게 운전을 해. 인생 조지고 싶어? 인사 사고 나면 끝나는 거야? 그나마 오늘 승용차니깐 가능한 거지 트럭이었으면 보험도 안 돼.”라고 말하면서 남편의 확답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앞으로 남편은 무보험차는 안 가지고 나갈까? ‘솔직히 의문이다. 갈수록 화가 난다. 참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사고는 날 수 있어도 미리 보험만 들었어도 아무 문제 없었다.      




혼자의 생각에 빠져서 다른 가족을 생각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화가 난다. 지금은 사고처리가 잘 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생활을 내가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남편과 조화는 이룰 수 있을까?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평생 사랑하며 같이 살아가야 하는 반려자로 생각하면 편할 거 같은데 남편은 힘든가 보다. 나 또한 점점 마음을 닫히면서 아이들에게 나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나의 외로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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