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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Oct 12. 2023

병원장의 선택 : 삶과 죽음의 저편을 바라보며(3)


눈 앞에 펼쳐진 이야기는 삶고 죽음의 아이러니한 대립을 그린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이익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주식에서도 수익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수익만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금압박으로 폐업과 자살을 선택한 요양병원의 원장이 있듯이폐업으로 인한 환자들의 움직임으로 이익을 보는 요양병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새로 간 요양병원은 역시나 예상대로 폐업한 요양병원에서 여러 환자가 와 있었다병원 오픈한 이래 이렇게 환자가 많은 적이 처음이라며 직원들도 당황해하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1인실 환자였다.     




내방을 보는 순간, 선생님저 여기 못 있어요숨이 막혀요창문도 없고 공기 순환도 안 되고 안 되겠어요.”라고 말하자, 며칠 내로 휴게실을 방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휴게실을 보여주었다. 

     

거기는 창문도 크고 숨이 트였다. 나는 “내일 바로 갈 수 있도록 부탁드려요. 숨이 막혀요.”라고 말하자, “시간이 필요해요”라며 사정하듯이 말씀하셨다. 알았다고 대답했다. 


“선생님! 저 짐을 옮겨야 해요. 팔이 아파서 주차장 차에 있어요.”라고 말하자, “조금만 기다리세요. 상담 하나만 하고 올려 드릴게요.”라며 친절히 답해주셨다.  

   



주차장에서 짐을 빼면서 전 요양병원 이야기가 나왔다. “원장님 돌아가셨어요.”라고 상담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누구요원장님이 젊은 분 말고 또 있어요?”라고 물었다. 내가 만난 원장님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요젊은 원장님이요.”라며 다시 확인 시켜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퇴원하는 날 인사하고 나왔는데….”라며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목매달아 돌아가셨데요원장실에서.”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하면서 주저앉고 싶었다숨이 머지는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이에요스스로 목숨을 끊어요?”라고 말하자, 

건물주와 이야기가 잘 안되었나 봐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차에서 짐을 꺼내면서 어디까지냐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때 그 병원을 소개해 준 언니 이름이 내 핸드폰에 떴다. 정신없이 전화를 받았다. “언니무슨 소리야들었어원장님이 자살했데나 가슴이 너무 떨려”라고 말하자,

나는 아침에 정신이 없었어여행 잘 다녀왔어집이야?”라며 안부부터 물어 주었다. 

어제 늦게 왔고 팔이 너무 아파서 며칠 집에 있고 싶었는데 바로 왔어내가 아프면 아이들이 힘들잖아.”라고 답했다.     


나는 오늘 일하러 병원 갔다가 놀라서 왔어직원들 2시쯤 서류 해주는 사람 한두 명 남고 다 나왔어수간호사가 서류 만들어 달라고 들어갔더니만 목매달아 있더래.”라는 말에, 

“언니! 그래서 내 제안을 못 받아 들였구나! 너무 착하더라! 그냥 해도 되는데 바로 들어올 사람 없으니깐, 배 째라 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슴이 메어온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자식은?”하고 물었다. 

초등학생 2명 있데오늘이 월급날이야.”라고 말하며 월급을 걱정했다. 

월급 안 준 거야?”라고 물었더니, 

“어디서 받아. 다들 황당했지.”라며 언니는 기가막혀 했다. 

그래서 자살했구나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었구나!”라고 말하자, 

그 사람 그릇이야그렇게 큰 걸 운영할 그릇이 안 된 거지”라며 언니도 속상해했다. 

“너무 착하더라. 남에게 일도 피해 못 주는 사람이더라. 오죽하면 죽었을까? 나이는?” 하며 물었다. 

47이래”라는 언니의 대답이 나를 더 미치게 했다.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자 여기 병원장님이 오셨다자신은 재활의학과 쪽에서 알아준다며 초음파 기계까지 병실로 가지고 왔다나는 놀라서 “제가 가면 되는데 병실까지 이 기계를 가지고 오셨네요.”라고 말하자, “네. 저희는 직접 옵니다.”라며 친절히 진찰해 주셨다. 

     

어깨는 암 때문이 아니라 석회가 있고 염증이 많다며 그 자리에서 초음파를 보면서 주사약을 투입했다몸이 약한 나는 바로 숨이 차고 가슴이 뛰었다. 조금 지나자 멈추긴 했지만, 힘든 치료였다.    

  

원장님은 “이 치료는 어느 요양병원도 힘들어요오늘 운이 좋으셨네요저는 이 분야가 전문이에요이쪽 전문가 만나기 쉽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치료에 만족해하셨다.     




이때 돌아가신 원장님 이야기가 나왔다. “월세가 1억이었데요.”라고 내가 말하자, “1억에 80병상이면 못하지요.”라며 놀라는 것이다. 그건 맞는 말이야 송파에 내가 다녔던 그 큰 건물도 그리 비싸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그 병원이 망해서 수혜를 입은 이 병원장님은 신이나 있었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갔다며 아쉬워했다.

 나는 “누구는 죽음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그 죽음이 누구에게는 이득이 되냬요.”라며 씁쓸히 말하자, 

환자분은 오늘 저 못 만났으면어깨 큰일 날 수 있었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도 수혜자인 것을 인식시켜 주었다.

     



남편과 통화하다가 고인이 되신 원장님 이야기를 했다. 남편도 전화를 못 끊고 슬퍼했다. “당신도 몸 관리 잘해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돈 몇 푼에 건강 상하지 말아아이들 아빠일 거 잊지 마나 지금 너무 우울해.”라며 울었다.     



전문의 의사까지 되어서 큰 희망을 품고 차린 병원에서 4년간 죽도록 고생하고 남은 건 빚밖에 없어 목숨을 버릴 때의 마음은 오죽했을까어린 자식을 두고 떠나는 심정은 어떨까수천 번 수만 번 생각하다 결정했을 텐데. 내 가슴이 답답하고 뛰는 가슴을 갈아 안 칠 수가 없다.   

   



병원에 오면서 놓고 온 태블릿과 노트북을 늦은 밤에 딸이 가지고 왔다. 딸에게 고인이 되신 병원장님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 생각에는 병원장은 자식 때문에 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라고 말했다.

딸은 “왜 자식 때문에 죽어?”라고 물었다. 

부모는 자식이 힘든 거 보기 싫어특히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 받는 건 더 못 보지자신이 죽으면 모든 건 다 해결되지만 살아있으면 그 많은 빚으로 살 수 있겠니아마 죽는 게 자식과 부인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아나라도 그 상황이라면 죽음을 선택했을 거 같아.”라고 말했다.

     

자식이 없는 대학생 딸은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도 말이야만약 너희가 없었으면 이렇게 살아있었을까? 4번의 암 수술 남들은 자신들 일이 아니여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엄마 많이 힘들었어지금도 매우 힘들고아빠는 왜 저렇게 일하는 거 같니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잖아엄마를 위해서일까아닌 거 알지오직 너희 둘 때문일 거야그게 부모야.”라고 말하자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딸을 보내고 바로 자고 싶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지금 어깨도 문제이고 생리로 인한 하혈로 숨이 너무 가쁘다. 쉬어야 하는데 쉴 수가 없어서 노트북을 켜고 이렇게 글을 쓴다. 새벽 1시 반을 넘어가고 있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다살아서 아이들이 자리 잡는 걸 봐야 한다내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엄마의 말 한마디에 웃는 내 아들과 딸을 위해서 나는 나를 지켜야 한다. 알지만 마음을 다스리기가 힘들다.      




암 환자로 있으면서 너무나 많은 죽음을 보았다. 경조사가 생기면 보통 우리는 좋은 일은 안 가도 슬픈 일은 꼭 간다. 하지만 나는 반대다. 내가 암 환자라 죽음이 있는 곳은 가지 않는다내가 그 우울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오늘 고인이 되신 원장님의 소식이 얼마나 나를 괴롭힐지는 모르겠다    

 

내 주위의 분들은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죽은 다음에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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