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이다. 추위가 찾아오고 있다. 사람들은 송년회와 신년회를 준비한다. 나는 벌써 몇 년째 병원에서 송년회와 신년회를 보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놀기 좋아하는 내가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폭도 좁아졌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대학원에 다닐 때만 해도 집에 있을 시간이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친구조차 만나기 힘들었다. 이제는 시간적 여유는 있으나,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병원에서 외롭게 지내지 않기 위해 2-3년 후를 준비하고 있다.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비한다. 이런 말에 몇몇 의료진들은 “잘하실 거예요. 능력 있으시잖아요.”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그때까지 살아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비웃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공감하는 내용이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 하지 못한 후회하는 말을 한다. 나 또한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내가 그때 우리 아빠가 산 건물만 샀어도 지금 걱정이 없다.”
“전셋값과 아파트값이 차이가 없을 때, 아파트 몇 채 사놨어야 했는데.”
“내가 결혼을 안 했다면?” 등
이런 쓸데없는 과거에 휩싸여 현재의 중요성을 잊어버렸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가?’를 깨우치고 나니 현재가 감사하고 고마웠다. 돈은 없지만, 내가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더 있다고 해도 더 많이 쓰지도 못한다. 사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다. 병들어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마음속에는 욕심만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나 바보였던가?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는 책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말해주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나에게는 왜 이렇게 뼈 때리는 말인지 모르겠다.
“책은 읽는 모든 독자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 다른 상상을 하게 된다. 반면 영화는 모두 같은 상상을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알면서도 쉬운 드라마나 영화로 현재의 트랜드를 배운다며, 한동안 미친 듯이 보았다. 지금도 시간만 나면 본다. 마약과 같은 드라마는 끊기가 쉽지 않다. 병원에 다니면서 이상한 습관만 들었다.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는 책에서 독서의 3단계를 말해주었다. 낙타 단계 -> 사자 단계 -> 어린아이 단계이다. 나는 창피하게도 이 나이까지 낙타 단계와 사자 단계 경계선에 있다. 아니다. 읽은 책이 없으니 낙타 단계에 더욱 가깝다.
어떻게 해야 독서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고 사자는 마침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될까?
첫 번째, 낙타 단계는 남이 소개해 준 책이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읽는다. 책을 보다 존다. 바로 나이다.
두 번째, 사자 단계가 되면 자유로워지면서 약육강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독서도 이제는 남이 소개해 준 책이 아니라 내가 골라 읽는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 한다. 삶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자유를 누리다 보면 남보다는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즉, 아쉬운 게 없는 단계이다. 자신감이 충만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대신 이 단계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 사자만큼의 독서량은 안되지만, 자만심에 빠져있는 나다.
세 번째, 어린아이 단계가 되면 시간을 압축하는 힘이 생긴다. 시간에 쫒기지 않는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자기 삶의 방향을 알기 때문에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 목표가 있어도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아간다. 매일 행복하고 피곤하지 않으며 즐기면서 산다. 가장 중요한 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남을 위해 살면 돈도 저절로 들어온다.
‘나는 이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 있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하다 보니 이젠 송년회도 신년회도 그렇게 부럽지 않다.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제부터 만나는 책은 죽일 것이다. 위대한 책에 지배당하지 않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나만의 생각을 찾을 것이다. 지나간 과거는 버리고 매일 새로 태어나서 어린아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 도전하고 창의력을 발휘해서 만족한 성취감을 느끼며 살 것이다. 이게 저자와 내가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안정적인 삶이 아닐까?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