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행복에 관한 생각과 기준이 다 다르다. 그렇기에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사전에서는 행복을 “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을 충분히 느끼는 흐뭇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간결한 정의는 개인마다 다양한 행복의 모습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에 읽은 책이 “클루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삶 자체가 클루지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나의 잘못을 남에게 넘기는 것도, 행복을 느끼는 기준도 모두가 클루지였다.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있어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것. “임시방편으로 땜빵이 된 기계”라고도 말한다. 한마디로 완벽하지 못한 진화의 흔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서투르고 불완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일깨워 주었다. 서투른 판단, 게으름, 책임 전가, 행복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 모두가 클루지로 임시방편적인 행동이다.
7월부터 거의 50권가량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 외국 서적에 대한 번역의 한계이다. 이론이 쉽고 명확한데도, 번역 과정에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 내용들이 많았다.
읽은 책 중에 “욕망의 진화”, “클루지” 등의 대표적이다. 두 책은 “사바나 이론”에 기초해서 사람의 심리를 말하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쉬운 내용이다. 번역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지루한 내용으로 집중을 분산시켰다.
클루지의 주요 내용은 조상들에게 익숙한 부족사회 환경에서 발전된 현대사회에 적응해 가는 진화 과정에서 오는 한계라고나 할까?
오늘 나는 다시 한번 전자책에 도전했다. 며칠 동안 “유방암에 걸렸어요!”를 정리하면서 드디어 “유페이퍼”에 올렸다. 의미는 없다. 그냥 내가 쓴 글을 올리면서 나의 만족을 하고 싶었다. 바보 같은 클루지 행동인 것도 인다. 알면서도 해보고 싶은 클루지의 행동을 보면서 만족감과 동시에 허탈 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면서도 나를 위로하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 준비하는 시간이야. 지금 내 몸 상태를 봐봐. 좋아질 기미가 없잖아. 지금은 최대한 쉬면서 여유를 즐겨야 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시간이야’라며 나를 합리화하고 있다. 얼마나 클루지 같은 생각인가?
내가 암에 걸리고 가장 힘들 때가 호르몬 이상으로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는 생리 때이다. 어마어마한 양을 한 달에 2번 하는 경우가 1년에 몇 번인지 모른다. 이번에도 15일 만에 나왔다. 많은 양의 피를 하혈하고 나면 몸은 퉁퉁 붙고 살이 찐다. 살이 찌면 몸이 더 힘들어지고 여기저기 근육통도 심해진다.
이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적절하게 챙겨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먹는 음식은 평상시에 안 먹는 콜라, 피자, 과자, 초콜릿, 딸기잼을 듬뿍 바른 달콤한 빵들이다.
나도 모르게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마시고, 배달 앱을 찾게 된다. 바쁜 와중에도 대형마트에 가서 여러 박스의 스낵과 쿠키를 사 온다. 이 얼마나 클루지다운 행동인가? 집에 쌓아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바보라는 표현을 좀 유식한 말로 표현하고 싶어 클루지라는 세련된 단어로 도망가고 있다.
잠을 못 자도 생리 때문이고, 나쁜 기억이 올라와도 생리 때문이다. 갑자기 뭔가 기분이 나빠도 생리 때문에 예민해져서 그러는 거라며 모든 핑계를 생리로 돌린다.
어쩌면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해서 일지도 모른다. 생리로 돌리면 몇 년 안에 폐경이 올 것이다. 그러면 희망이 보인다. 유방암도 내가 느끼기엔 생리로 인해 몸이 약해져서 계속 오는 것 같다. 유명한 한의사 선생님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렇게 오래 갈 줄 알았으면 처음 유방암 왔을 때, 자궁 적출 수술을 했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몇몇 의사 선생님은 하신다. 내가 유방암에 4번이나 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후회는 부정을 부른다.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알면서도 후회하고 의사를 원망한다. 이 또한 클루지이다.
만약 내가 항암치료를 하고 호르몬 약을 먹었다면 생리는 멈추었을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득과 실을 보았을 때, 항암치료나 호르몬 약을 안 먹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그때의 판단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 또한 어쩌면 지금의 나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클루지다운 생각을 한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유방암은 호르몬 문제이다. 그 호르몬 문제가 자궁으로 후유증이 와서 생리를 이렇게 자주 엄청남 양의 하혈로 이어질지. 처녀 때의 몇십 배 양은 되는 듯하다. 내 몸에 이렇게 많은 피가 있는지 암에 걸리고 알았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클루지’라고 본다. 우리의 결정이 항상 현명하고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도 그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후회와 원망, 자책 대신, 어떻게 하면 현재의 삶을 더 잘 관리하고 즐길 수 있는지 고민한다.
이 모든 고민과 경험은 나를 더욱 강하고 긍정적으로 만든다. 클루지로 가득한 삶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내 삶을 사랑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