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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제안 : 자녀와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들

by 김인경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독자가 “당신의 글이 좋아요. 글이 재미있어요. 글 잘 쓰시네요.”라는 칭찬의 말들을 기대하지 않을까? 오늘 나는 진지하게 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는 브런치 작가님을 만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오전 9시 전이면 메시지를 확인한다. 9시가 넘었으면 주식과 코인의 동향을 살펴본다. 잠이 중요한 나는 잘 때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하거나 꺼 버린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보지 못한 핸드폰을 본다. 안 좋은 줄 알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러운 행동이 돼버렸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는 아침이면, 밤새 온 글이나 내 글에 라이킷을 어떤 분이 해 주셨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은 내 글 5개나 라이킷을 해주신 분이 계셨다. 깜짝 놀랐다. 심지어 예전 글에도 라이킷을 해주셨다.


나는 이렇게 여러 개 라이킷을 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가끔 의문은 가진다. 예전 글 중간중간에 있는 글을 라이킷 해 주셨다면, “내가 쓴 최근 글부터 라이킷 한데까지 다 읽으신 건가? 아니면 중간중간 읽으신 건가?” 나는 보통 관심 있는 작가를 찾으면 위에 있는 최근 글부터 읽어 내려간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몇 달 안 되었기에 내 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가끔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로 이웃 부탁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남겨주면 서로 이웃을 누르면서 “정말로 내 글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나?”라는 의심이 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나에게 최고의 날이다. 아침에 라이킷을 5개 해주신 분에게 연락이 왔다. 오전에 내가 쓴 글이 재미있어 다 읽으셨다고 하셨다. 감동이었다. 나도 내 글을 다시 읽기가 만만치 않았다. 예전 글 중에 그림을 넣지 않은 것은 수정이 필요한 글이다. 그것조차도 미루고 있다.


그분은 나에게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을 해주셨다. 일주일에 한 편씩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내 글을 올려 달라고 하셨다. 그것만으로 황홀하고 흥분되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원고료도 주신다고 하셨다. “내 글이 돈을 받을 정도의 글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분과 몇 통의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 통화를 한 뒤, 아들딸 남편이 있는 카톡방에 제안서 메일을 올렸다. 나는,

필명을 뭐라고 하지?”라고 보내자, 딸은

그럴듯한 가명. 차은우가 본명이 아닌 것처럼.”이라고 답이 왔다. 남편은

“그런 건 생각할 시간을 줘야지. 하하”라며 왔다. 우리는 카톡에서 행복의 이모 콘티를 보내면서 재미있게 웃었다.


1시간 정도 후에 나는 딸에게 전화했다. 남편과 아들 다 같이 샤브샤브를 먹고 있었다. 나는

“이쁜 딸, 엄마 필명 뭐라고 하지? 말해 봐봐.”라고 좋아서 말하자,

“엄마. 나 밥 먹는디? 생각을 해봐야지?”라며 지금은 밥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했다. 나는 바로

“그러면 옆에 있는 아빠나 아들에게 물어봐”라고 말하자,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지. 금방 어떻게 생각해”라는 남편의 목소리가 전화기 속으로 흘러나왔다. 그러자 딸이


“50대 아줌마 아저씨들 취향을 몰라서, 20대도 아니고 참. 엄마. 내 밥 좀 그만 빼앗아 가.”라며 재치 있게 대답했다. 이해를 못 한 나는 놀라서,

“내가 무슨 밥을 빼앗았어?”라고 묻자,

내 샤브 면과 볶음밥이 사라지고 있어. 엄마와 통화 중에. ㅋㅋ”라며 웃는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혀 크게 웃었다.


“우리 이쁘니는 표현력이 아주 끝내 줘요. 밥을 다 빼앗아 가서 어째? 엄마 버리면 깜찍한 도둑도 못 할 텐데.”라고 말하자, 깜찍한 도둑이란 말에 딸은,

엄마. 백작 부인 좋다. 타로에서 말한 백작 부인으로 해.”라며 깜찍한 도둑을 포기한다는 말은 절대 안 한다. 나는 다시


“백작 부인 괜찮아?”라고 말하자,

“좋아, 나 밥 먹을게.”라며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필명을 백작 부인으로 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조그마한 기쁜 일이라도 생기면 칭찬하기 바쁘다. 딸도 아들도 사소한 것까지 모두 이야기한다. 다른 가정에서는 보기 힘든 조화로운 관계이다.




딸이 고 3때 나에게 무슨 과를 가면 좋을지 의논했었다. 처음에 우리는 약대에 가려고 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딸은

엄마. 학원 선생님이 의대, 약대, 한의대는 재수가 필수래. 나 재수할게”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나는 바로,

안 가면 되지. 우린 집은 재수는 없어. 반수는 내가 용납하지. 컴퓨터 공학이나 인공지능 등 새로운 학과 가면 어떨까?”라고 말하자 딸은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다음날, 딸이 학교에서 친한 선생님에게

“선생님. 우리 엄마가 나 보러 컴퓨터 공학 계열로 가래요?”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깜짝 놀라면서,

너는 아직도 엄마하고 말하니? 고3이 엄마랑 말하는 아이가 있어?”라며 놀랬다는 것이다.


공부하라는 엄마와 자식 간의 갈등이 고3 때 최고조에 이른다. 이 시기를 잘못 넘기면 평생 부모와 자식 간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 있다. 가족이 서로 의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 1인 아들은 학기 초에 영어 시험을 50점 맞아도 자신 있게 말했다.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화를 냈다. 결국에는 웃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상의했다. 왜 그런 상황이 왔는지를 딸과 함께 들으면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의 자존심을 죽이지 않는 것이다. 딸이 죽이려 하면 내가 말린다. 내가 흥분해서 아들에게 뭐라고 하면, 딸은 “엄마! 나도 고1 때 저랬어. 걱정하지 마!”라며, 나를 위로한다.


딸 또한 반수 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들과 나에게 풀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받아주면서 서로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딸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고 같이 춤도 배우러 다녔다. 이 나이에 방송 댄스를 배우는 엄마는 몇이나 될까? 방송 댄스는 나에게 재미없었다. 차라리 병원에서 무료로 배우는 라인댄스가 더 즐겁다. 하지만, 엄마의 헤매는 모습을 보면서 딸은 자신감을 얻는다.



자식과 사이가 안 좋은 부모들이 가끔씩 나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자식들과 나처럼 지낼 수 있는지를? 나는 그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들과 싸우지 말고 져주라고. 공부 좀 못하면 어떠냐고? 엄마가 화낸다고 학원 보낸다고 성적이 오를까? 오르면 그것과 자식과의 유대와 바꾸고 싶냐고. 나도 공부 못했지만, 그래도 잘 먹고 산다고. 다 자신들이 알아서 하도록 나 두고 친구가 되라고.

가족 간의 소통과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부모는 자녀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자식 또한 부모를 지지자와 조력자로 감사하며 존경해야 한다.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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