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시작하면서 아들딸과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겼다. 같은 책을 읽고 평을 하기도하고, 좋은 책은 권유해 주기도 한다. 함께 공유하며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독서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는 새 책을 구매해서 읽기 원한다. 우리 집에도 남편과 딸이 그렇다. 고르는 재미, 사는 기쁨, 새 책에서 나는 냄새, 첫 장을 넘기는 설레임 등 장점이 많다.
나도 새 책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고 싶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샀다. 새 책을 들고 오는 모습에서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고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뭔가 큰일을 한 것 같았다. “빨리 가서 읽어야지?”라는 붕 뜬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온다.
책 겉표지를 살펴보면서 손바닥으로 쓱 문질러 촉감을 느낀다. 넘겨서 작가 소개를 읽고, 서문을 읽는다. 목차를 훑어본다. 그리고 책장이나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둔다. 그 뒤론 언제 다시 꺼낼지 기약이 없다. 병원 올 때, 끊임없는 나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 인터넷이나 블로그에 올라온 새로운 책의 리뷰를 보면서 나의 손가락은 어느새 은평 도서관에 접속해 있다. 좀 전에 본 책을 찾아 빌리거나 예약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오면 무조건 읽게 된다. 반납해야 하는 날이 있어 우선 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고를 싫어하면서 왜 책만큼은 빌려보는지 모르겠다. 압박감과 의무감 때문일까?
어제는 “원씽 (The one thing)”을 대여했다. 한 달 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구입하지 않고 기다렸다. 예약해서 빌렸다. 아이들도 보여주고 싶어 기간 연장을 원했으나, 벌써 예약이 되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딸과 이마트에 가서 “아이패드”를 사주었다. 가지고 있는 갤럭시탭도 최신형인데 아이패드를 사고 싶다며, 노트북 대신 사달라고 했다. 딸의 노트북을 내가 사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삼성 탭은 힘이 없는 아들로 넘어갔다.
아들이 새것을 원하면 사준다고 했지만 양보했다. 누나가 엄마 없으면 식사도 챙겨주고, 간식도 자주 사준다. 공부 또한 누나가 가르쳐주니 누나 심기를 거슬리지 않으려는 동생의 배려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외출하고 온 나는 내일을 위해 하루 종일 링거를 맞고 있다. 아들 시험이 끝나는 날이라 아들딸과 영화 보고 외식하기로 한 특별한 날이다. “원씽”도 다 읽었다. 내일 아들딸에게 주려고 부지런히 읽었다.
읽기 편한 책이었다. 번역도 잘되었고, 글씨도 빽빽하지 않게 구성이 좋았다. 내용을 보면서 몇 달 전에 아들과 함께 읽었던 “몰입”이 생각났다.
“몰입”은 한 가지 문제에 오랜 시간 집중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원씽”은 목적의식을 갖고 하나의 중요한 일을 정한 후,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강조했다.
“읽으면서 당연한 말인데, 우리가 왜 이렇게 살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일을 할 때, 목적의식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목적 없이 일한다면 어떠한 성과도 없다. 일을 성취할 목적이 생겼다면, 목적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순위를 정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일을 처리할 때는 능률적으로 생산성 있게 빠른 시간에 더 좋은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목적의식 – 우선순위 –생산성”이라는 당연한 세 가지 원리를 우리가 살면서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는 것에 놀랐다. 나를 돌아보았다. ‘기본인 걸 나는 얼마나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아이들을 낳고 학원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뚜렷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선생님들 교육이 우선이라 여겼다. 아침이면 그날에 가장 중요한 일을 정하고 나갔다. 교육할 때도 적은 시간에 가장 높은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 항상 생각했다. 머릿속엔 온통 학원일 뿐이었다.
지금의 나를 보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삶은 항상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치료 시간도 깜박한다. 소중한 아이들에게도 소홀해졌다.
죽을 때 후회하는 일이 적어야 한다는데 지금은 후회만 남아 있다. 아프다는 핑계로 10년이란 세월을 그냥 보냈다. 원망만 했다. 나를 아프게 한 신에게. 남편에게. 나를 이렇게 초라하게 만든 사람은 나인데 엉뚱한 곳에 원망했다.
“원씽”을 읽으면서 아들 생각이 났다. 내일 시험 끝나면 바로 읽으라고 줄 것이다. 읽고 내용을 글로 정리해 보도록 하고 요약한 걸 의논해 보려 한다.
아들은 목적의식이 없다. 성적에 확신이 없어서다. 누나가 간 경희대에 가고 싶어 한다. 중요한 건 공부라는 걸 안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공부 방법을 모른다. 이것을 깨우쳐 주고 싶다.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공부 방법을. 공략집이 필요하다.
딸은 대학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취업을 위해 준비할 것들을 적어 본 후, 우선순위를 정해 학년마다 달성할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성을 높일 방법을 함께 의논해 주어야 한다. 이 책을 먼저 읽으면 대화가 편해질 것 같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자녀들에게 필요한 책을 선택해 주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나는 뭐하며 살았는지 후회가 된다. 투병 생활 10년간 지루하고 힘들고 외롭다며 나만 봐달라고 투정만 했다. 남들이 갖지 못한 귀중한 시간에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갑자기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는 작가 고명환 님이 생각났다. 투병 생활을 하면서부터 책을 3,000권 이상 읽었다는 작가님을 보면서 나의 어리석음을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책은 우리에게 삶의 해답을 제공하며, 때로는 깊은 성찰의 기회를 준다. 더 많은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교훈을 찾아내려고 한다. 독서는 우리 가족을 하나로 묶는, 시간을 초월한 연결고리와도 같다.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