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큰 명절인 설 연휴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나는 어디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재미있는 뭔가를 찾던 중 나는 “킹더랜드”라는 드라마와 함께 긴 시간을 보냈다. 이틀 만에 16부작을 다 보았다. 꼬박 16시를 본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미친 짓이라고 칭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긴 시간이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거 같다. 재밌고 즐거웠다.
혼자 낄낄거리다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 돈의 위력을 보여주는 재벌과의 사랑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였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운 사랑을 대리 만족했다.
긴 시간 동안, 평생 한 번쯤 겪어보고 싶은 그런 사랑을 아름답고 멋진 젊은 배우들을 통해 간접 경험했다. 재벌이 아니어도 오직 나만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남녀 배우로 최고로 이쁘고 멋있었다.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기쁨과 교훈을 주었다.
전문대졸이지만, 호텔에 입사하기 위해 여러 외국어 실력을 갖춘 여주인공과, 재벌 아들이 MBA를 마치고 본부장이라는 타이틀로 사랑이 시작된다. 그들의 사랑은 무수히 많은 문제에 부딪히지만,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그들만의 사랑이 더욱 깊어져 갔다.
주인공 여성이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풀어나가는 재치와 순발력.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거절할 줄 아는 부드러운 말솜씨.
아무 도움 없이도 새로운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멋진 재벌 아들. 연애할 때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재벌 도련님.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어떻게 살았으면 저런 대사들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많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 내용은 뻔하다. 우리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는 소설 내용이 얼마나 다르겠는가? 하지만, 그 속에서 담긴 대사와 행동 묘사는 우리가 그 드라마나 소설을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킹더랜드”의 사랑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환상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부모 복 남편 복 없는 나는 더 이상 이쁜 사랑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아들딸에게는 진정한 사랑이 있기를 바란다.
여성이라면 최고 미남에 능력을 겸비한 멋진 재벌의 남성. 즉 왕자님에게 사랑받는 꿈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오직 나만 사랑해 주는 멋진 왕자님. 불가능한 신데렐라 꿈은 드라마에서만 가능하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상위 0.1%에 들어가는 재벌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1~2% 재벌은 만나봤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드라마처럼 그렇게 멋지거나 여유롭지 못하다. 외모는 물론이고 돈도 시간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롭지 못했다.
일에 치여 시간이 없는 돈 많은 남성에게 맞추어야 했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는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처럼 그렇게 막 쓰지도 못했다. 심지어는 일반인보다 구두쇠인 사람도 있었다.
나의 소원이 있다면, 내 자식들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 서로 아끼며 소중히 여기는 이쁜 사랑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결혼은 안 해도 괜찮다. 좋은 사람 만나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는 행복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가끔 아들딸에게 남편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이혼하지 않을 걸 억울해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엄마가 갈등할 때마다 딸이 엄마에게 말했지?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 대신에 이혼만 하지 말아 달라고? 기억나?”라고 물어보면, 딸은
“우리로선 그럴 수밖에 없잖아.”
“알지. 그 덕에 엄마는 영원한 머슴을 잃지 않았잖니?”라고 말하자, 아들딸은 눈이 휘둥그레져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왜 놀라지? 엄마 말이 틀려? 딸! 이쁜 딸은 남자를 만날 때 너에게 평생 머슴 노릇 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해. 그리고 아들은 여자를 만날 때, 내가 저 여자를 위해 평생 머슴으로 살 수 있을 거 같은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나야 하고. 그래야 행복한 거야.”라고 말하자, 딸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엄마 말이 맞는 거 같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니 깐. 너희 아빠가 답답하고 살면서 엄마를 미치게 했지만, 그래도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야. 현실을 모르는 거지. 한마디로 뭐가 잘못된 건질 모르는 거지. 미친 누나 때문에.
너희에게는 끔찍했잖아. 저런 아빠도 없어. 방법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어서 그러지. 지금도 엄마가 부탁하면 웬만하면 다 들어주긴 하잖아. 그럼 된 거지. 뭘 바라겠니?
아그들아! 인생 별거 없다. 돈은 쓸 만큼만 벌면 되고 정말 중요한 건 진정한 사랑을 해보는 거야.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여. 드라마 대사들을 봐봐. 얼마나 이쁘니? 밖에서 부정적인 사람들을 봐봐? 그들은 사랑을 몰라. 마음속에 미움이나 원망이 많은 사람이야.
우리 이쁘니 멋쟁이는 항상 이쁜 마음 가지고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 상대가 지금처럼 엄마라면 엄마야 평생 행복하겠지만,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이쁘고 사랑스러운 상대를 만나야지. 사랑은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는 것도 중요하거든.”
이런 말은 하면 아들딸은 웃는다. 특히 딸은 지금도 행복한데 왜 남자를 만나서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돈 벌기도 힘든데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으면 어떻게 키우냐며 그냥 혼자 편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킹더랜드”라는 드라마는 나에게 현실을 잠시 잊고 어린 나이로 돌아가 다시 신데렐라의 꿈을 꾸게 해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또한 나에게 사랑은 현실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받는 것만큼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엄마로서의 나의 조언이 때로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드라마에서 보고 느낀 것처럼, 진정한 사랑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이는 드라마 속 대사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랑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세상을 더욱 밝고 아름답게 보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