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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Apr 02. 2024

딸의 여드름 치료와 선택 : 득과 실을 찾아서


나와 딸에게 찾아온 걱정은 작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딸의 여드름이었다. 소중하고 이쁜 귀한 내 딸의 얼굴에 여드름이란 불청객 손님이 심각하게 많이 찾아왔다. 가름한 계란형 얼굴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오직 울긋불긋한 못생긴 여드름이 그녀의 미소를 뒤덮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드름은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닌 우리 가족 모두의 고민으로 자리 잡아갔다. 마사지 기계로 매일 얼굴을 관리하던 딸은 점점 심해지는 여드름에 참지 못하고 급기야 피부과로 달려갔다.   

  



피부과의 문을 두드리며 딸과 나는 해답을 찾아 헤맸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독한 염증약과 항생제 그리고 무서운 스테로이드는 우리 앞에 놓인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항생제는 2주 정도 꾸준히 먹고 상태 보며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단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이 교정 때문에 복용을 망설이고 있었다.     


약의 부작용이란 그림자가 딸과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고, 나는 딸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어떻게 하든 피부과 약을 복용 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지만대안이 없었다. 우선 식사를 하루에 두 번밖에 하지 않는 딸에게 항생제도 2번씩만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딸이 다녀온 피부과에 전화했다.   

   

약과 함께 피지선을 죽이는 레이저 치료를 하자고 했다. 나는 얼마나 해야 하는지 물었다. 우선 3개월 집중 치료를 해보고 꾸준히 관리해 주어야 한단다. 결론은 끝도 없는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내가 아는 레이저 치료는 치료 시 상당히 아픈 걸로 알고 있다효과 또한 보장할 수 없었다.     


딸에게 끝도 없는 레이저 치료는 아닌 것 같다고 하자, 딸도 인정했다. 문제는 피부과 약이다. 피부과 약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피부과 약이 독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부작용도 엄청나다    

 



20대 때, 치질이 심했었다. 수술 안 하고 견디려고 유명한 약국에 가서 약을 몇 주 먹었다. 내가 어릴 때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사가 얼마든지 약을 지어주는 시대였다. 그 약을 먹고 치질은 좋아졌지만독한 약으로 오장육부가 약해졌다.     


약해진 몸을 다시 올리기 위해 몇 년을 고생했는지 모른다그렇게 한번 망가진 몸은 원 상태까지 오기 힘들다. 남편도 몸이 약해졌던 이유가 젊었을 때 무좀약을 먹은 후부터라고 했다.     




양약의 무서움을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의사 말만 듣고 양약을 1개월 이상 복용할 때는 득과 실을 꼭 따져봐야 한다하물며 딸이 항생제를 먹고 난 후 먹겠다는 여드름 전문치료제 “이소티노” 약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소티노의 부작용을 살펴보면건조함입안과 입술 건조눈 건조가 있고 심하게는 우울증자살기형아 출산까지 무시무시하다.     


딸은 학교 가서 동기나 선배에게 이 약에 대해 알아보았다. 생각보다 이 약을 먹고 있는 동기나 선배들이 많았다딸도 먹겠다며 여드름만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엄마인 나로서는 항암제가 원료라는 이 약을 먹게 할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한의사와 상의했다. 한의사는 하체에는 열이 없고 열이 몸의 상체로 올라가면서 얼굴로 집중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전번 병원에서도 그렇게 말하면서 약을 꾸준히 먹으라고 했지만, 한 달 정도 먹고 중단한 적이 있었다.    

 

한약으로 체질을 바꾸면 혈액순환도 잘되고 생리 때 힘들어하는 것도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기간은 적어도 6개월 이상을 잡았다. 나는 딸에게 한약으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딸은 저번에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거절했다.     


나는 예전 나와 남편의 부작용을 말해주면서, 이 약을 먹고 눈이 건조해지면 라식 수술도 어려울 수 있다며 협박 반 설득 반 식으로 이야기했다. 모든 결정은 딸에게 맡기겠지만, 득과 실을 잘 따져보자고 했다. 

    



“얼굴에 지금 나는 게 신경 쓰이고 없애고 싶은 마음은 엄마도 이해해 이쁘나! 엄마도 가끔 얼굴에 하나만 생겨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더라고. 하지만, 지금 급한 마음에 독한 약을 먹고 부작용이 오면 이쁘니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거야     


우울증이 오기 전 벌써 뇌의 작동부터 달라져그러면 기억력 나빠지지엄마나 딸은 눈도 약한데 매일 건조해서 눈물 질질 흘리지여기저기 가렵지그러면 지금처럼 밝게 웃음이 나올까또 어떤 부작용이 올 줄 알아     


지금도 생리 중이거나 힘들 땐 전철만 타도 저혈압이나 저혈당이 온다며? 오장육부는 무조건 망가져젊은 여성들의 가장 중요한 얼굴의 여드름을 없앤다면 뭔들 못 먹겠어딸처럼 심하면 사약이라도 먹고 싶겠지? 하지만, 지금만 사는 거 아니잖아.     


이쁘나! 엄마는 우리 이쁘니가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걸 원해. 얼굴은 한약으로 1년 해보고, 좋다는 치료 이것저것 받아보고 3학년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양약을 먹도록 하자. 취업하기 전까지만 해결하면 되잖아.      


양약의 효과는 확실하다니깐 마지막에 해보자. 하지만, 그래도 딸이 양약을 지금 선택하겠다면 엄마는 딸의 결정을 존중할 거야딸도 대학생이고 엄마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잖아.     


분명한 건 인터넷에 올라온 글만 믿으면 안 돼. 그 약 부작용으로 죽은 사람이나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긍정적인 글을 올리지 않는다는 거야. 엄마가 암에 걸려서 많은 사람을 보았잖아. 엄마를 아는 사람들은 엄마에게 멀쩡한데 왜 자꾸 병원에 가냐고 묻는 사람들도 몇 명 있어.     


어떤 사람은 주위에 유방암 걸려도 다들 멀쩡하던데 엄마 보러 왜 그렇게 힘들어하냐는 사람도 많아. 딸아!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산 사람만 봤으니깐그들은 남의 일이라 쉽게 말하는 거야     


그들이 아픈 사람 마음을 알까? 엄만 아무리 아파도 남 앞에서는 아픈 척 안 해. 하지만 그들은 엄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거야암 수술 4번하고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라는 의사들이 수두룩해.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간혹 부작용 없는 사람들 몇 명 말을 듣고 함부로 약을 먹으면 안 돼. 양약이 무서운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특히 피부과 약에 부작용은 널리 알려져 있잖아.     


또한 딸처럼 젊은이들이 한약을 먹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많지 않을걸성질 급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한약을 얼마나 시도해 봤을까한약을 생각해 본 젊은 여성은 거의 없을걸? 엄마는 딸이 현명하게 결정하길 바래. 한약값은 엄마가 부담할 거야.”라며 며칠을 달래고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마음의 결정이 끝난 딸은 오늘 내가 있는 병원으로 한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왔다. 선생님은 1년 만에 본 딸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 한약을 어느 정도 먹어보고 진전이 없으면 양약 항생제와 같이 쓰자고 했다. 딸은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의문점을 조금씩 풀어나갔다.    

 

한의사 선생님은 약제도 톡으로 보내주면서 한약의 안전성을 딸에게 확인 시켜주었다. 비싸고 힘든 한약을 먹고 제발 딸의 건강과 여드름이 치료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거기에 나는 얼음찜질을 병행하자고 권유했다. 피부과 전문의가 염증 치료에 가장 좋은 건 냉찜질이라며여드름도 염증의 한 종류로 보고 처방해 주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딸은 회의적으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엄마의 권유로 믿고 따라 주었다.     


몇 시간 하고 난 딸은 효과는 확실히 있는데 아프고 춥다고 했다. 나도 통증이 심하고 춥다는 건 알고 있었다. 딸에게 꼭 따뜻한 장판 켜고 몸을 따뜻하게 한 후 하기를 권유했다. 한의사 선생님도 효과는 있지만구안와사(입이 돌아가는 현상)를 조심해야 한다며 몸을 따뜻하게 하라는 주의를 주셨다.    

 



어렸을 때부터 피부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딸의 얼굴을 좀 더 빨리 치료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한참 이쁘고 화려해야 하는 이쁜 딸의 얼굴에 멍게 같은 못된 염증들이 딸의 자존감을 낮출까? 걱정되었다.     


나는 딸의 피부 문제가 단순한 외적인 문제가 아니라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내적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딸의 피부가 점차 회복되기를 바라면서도, 이 경험이 딸에게 더 큰 자존감과 내면의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딸의 여드름 문제를 통해 인내와 이해의 중요성을 배웠다치료의 과정에서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딸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어떠한 치료법을 선택하든, 그것이 딸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      


우리 딸의 얼굴은 다시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물론, 여드름과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더 강해졌고, 어떠한 도전도 함께 극복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 경험은 우리 가족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외모가 아닌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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