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by 김종열

온종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자취를 감췄음에도 불구하고 더위는 쉬이 물러나지 않고 어둠 속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에어컨을 켜놓고 잠자리에 든다. 까무룩 초저녁 잠에 빠져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처음엔 살갑게 몸의 온도를 낮춰주던 찬 공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스러운 차가움으로 변한다. 밤이 이슥하니 이제 더위도 좀 물러 낮겠거니 하고 창문을 연다. 더운 공기가 훅 얼굴을 덮친다. 역시 열대야답다.


선풍기를 켠다. 더위를 부둥켜안은 후텁지근한 바람이 몸을 감싼다. 낮 시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프로펠러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왜 지금은 저 소리가 시끄럽지? 아! 모든 건 상대적이구나. 시끄러울 땐 느끼지 못하고 사위가 조용하니 느끼게 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잠에 빠져든다.


다리가 가려워 잠을 깬다. 앵~~ 하는 모기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쟤들이 어떻게 이 높이까지 왔을까? 매우 똑똑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으려나. 그나저나 잡아야 할 텐데’ 눈에 불을 켠다. 그런다고 보일 리가 없다. 할 수 없이 무슨 킬러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살충제를 집어 든다. 휘발유와 비슷한 냄새가 방 안을 채운다. 싫다.


냄새가 없어지는 동안 샤워를 하자고 마음먹는다. 미적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잠이 잘 온다고 하지 않는가. 샤워를 한다. 새 마음 새 뜻으로 잠자리에 눕는다. 일반화의 오류다. 미온수에 샤워를 한다고 반드시 잠이 잘 오는 건 아니다. 이제 잠 못 이루는 밤의 대공사, 머릿속으로 집을 짓기 시작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언제나 그랬듯이 완공은 하지 못하고, 이제는 견딜만한 밤공기와 함께 다시 잠을 마주한다.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이제 슬금슬금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여름밤 잠 못 이루게 했던 열대야는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대야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갈 테고,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별은 점점 더 더워질 것이다. 개는 이유 없이 짓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 없이 더워지고, 이유 없이 열대야가 길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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