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하는 것처럼 충실하게 운동하러 간다. 만나는 사람은 매일 보는 분들이어서 반갑고 정겹다. 추운 날씨라 모두 중무장을 하고 오셨다. 두꺼운 옷을 입으신 분도 있고 여러 겹 껴입은 분도 있다. 누군가 이런 날엔 그렇게 입지 말고 이렇게 입어야 한단다. 쓸데없이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그런가? 이러나저러나 춥지 않으면 될 일인데….
옷이란 게, 패션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원색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흑백색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주렁주렁 매달린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단순하고 깔끔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그런 거. 취향이 다를 뿐이니 시비할 일이 아니지 않나. 비록 패션테러리스트라 할지라도. 그런데 꼭 있다. 그렇게 입으면 안 된다는 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틀렸다는 분.
운동을 시작한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안되는 분이 있다. 옆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하라고 대답한다. 그랬더니 다른 분이 요렇게 하지 말고 조렇게 하란다. 뭐가 맞을까? 정답은 둘 다 맞는다는 거다. 체형과 체력에 따라 하는 방법이 다를 테니 자기 몸에 맞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자기가 하는 방법이 정석이고 바른 것이니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 쓸데없이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다른 방법도 있는데 쩝.
간식을 겸한 휴식 시간이다. 운동을 해서인가 아니면 나이를 먹어서인가 달달한 게 좋다. 누군가 단것 많이 먹으면 안 된단다. 짜게 먹어도 안 된단다. 기름진 것도 해롭단다. 쓸데없이 단호한 어조로.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짠 거, 단 거, 기름진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도 있지 않은가? 라면만 먹고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 라면회사에서 평생 라면을 제공하기로 했다던가. 어쨌든 식성이 다르고 체질이 다른 것이지 틀린 건 아닌데 틀렸다고 한다.
무슨 무슨 회의에 참석한다. 한 분이 이렇게 저렇게 자기의 의견을 말한다. 다른 분이 자기의 의견은 요렇고 조렇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를 외치면서 말을 싹둑 자르고 앞의 분이 등장한다. 분위기가 살짝 불편해진다. 들어보니 두 분의 말이 다 일리가 있다.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게 아니고”를 남발하며 상대의 말이 틀렸다고 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인데. 이를 어쩌누,
가장 심한 곳이 정치의 영역인 것 같다. 세상의 일이라는 게 이게 맞고 저게 틀린다는 것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정책을 채택하면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고 불리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반드시 옳기만 한 정책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전체의 이익이 손실보다 크다는 이유로 정책을 채택하는 것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표면적으론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세상일은 반드시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하는 것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틀렸다고 주야장천 싸우는 곳이 정치판이다. 바람이 있다면 상대방 진영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하면서 접점을 찾아갔으면 하는 것인데, 이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어리석은 일인가.
물론 다른 게 아니라 대놓고 틀린 것도 있다. 소소하게는 잘못 사용하는 맞춤법부터, 예의 없는 잘못된 말이나 행동, 누구나 다 아는 해로운 음식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각종 범죄행위까지, 해서는 안 될 틀린 일들 말이다. 그렇게 대놓고 틀린 것들을 다르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알 것 같으니, 나와 달라도 되는 건 인정하자는 얘기다.
사실 ‘상대방이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논조의 문구는 누구나 알고 있어서 거의 상식에 가까운 건데, 문제는 그 다름을 인정한다는 게 그렇게도 어렵다는 거다. 어쩌면 이것도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시험을 위해 공부하듯이, 더 나은 실력을 위해 연습하듯이. 그래서
오늘도 외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