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배려

by 김종열

살고 있는 집 주변에 비어있는 작은 땅이 있어, 놀리기 아깝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상추, 부추, 머위 등 채소류를 심어보았다. 2~3평의 작은 텃밭이지만 거름도 해야 하고 풀도 뽑아주어야 하는 등, 손길이 자주 가는 일이었고, 손길이 가는 만큼 애착도 가는 장소가 되었다.

그런데 길가에 위치하고 있는 이 작은 텃밭에 갈 때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인 담배꽁초를 만나게 된다. 도대체 누가? 하고 짜증스럽게 꽁초를 치우다, 문득 아무렇게나 꽁초를 버리던 내 젊은 날이 떠올라 혼자 머쓱해졌다.

그땐 왜 그랬을까? 철없음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테지만 호주머니에 넣고 가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번거로움 보다, 그냥 휙 던져버리는 편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내 작은 텃밭뿐만 아니라 길가 어디서라도 버려진 쓰레기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 모두가 나를 모른다는 익명성과 나만 편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일인 것 같다.


단군 이래 가장 윤택하게 사는 게 지금이란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서로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보이지 않는 상대방에게는 – 예컨대 주인이 보이지 않는 내 텃밭의 꽁초 같은 – 여전히 배려심 없고 불친절한 것 같다. 이제는 보여주기 위한 배려가 아닌 보이지 않는 상대방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족이지만 내 텃밭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분들은 담배를 끊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담뱃값도 비싼데....


미로-종달새를 쫒는 빨간원판.jpg 미로-종달새를 쫒는 빨간원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