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청소를 하던 어느날 책꽂이 맨 밑칸 끝에 있는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상자 안에는 대안학교의 추억이 담겨있었다. 친구들과 수업을 빠지고 놀러 나가 찍은 사진, 자퇴할때 내향이가 생색을 내며 선물해준 4만원짜리 시계, 친구들이 잊지 말라며 준 편지들. 그 상자를 열때마다 밀려오는 추억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친구들과 보낸 추억에 수업중 있었던 일도 빼놓을수 없다. 내가 다녔던 대안학교는 종교적 특색을 살리기 위해 교육부에 소속되지 않은 비인가 학교였다. 그러다보니 과목이 더 많았고, 수업 방식이 달랐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과목은 모두가 다 아는 과목인 수학, 국어, 영어이다.
우리학교는 수준별로 반을 나누는 수업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영어와 수학이다. 영어는 8학년때 반을 나누지만 수학은 9학년때 나눠서 난 수학반이 나뉜적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목이 필독서 수업이라 교과서를 안쓰기도 한다. 교과서를 쓰지않는 과목은 대표적으로 국어가 있다. 내가 먼저 설명할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은 다음에 나올 두 수업에 비해 특별한건 별로 없다. 교과서가 일반학교것과 다르다. 아마 내 교과서를 본다면 다들 무슨 이런 교과서가 있냐며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당연한 반응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우리 교과서는 빈칸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다 같이 공식을 찾아보고 활동을 하며 느낀점과 스스로 이해한 점을 적는 그런 수업이다. 또, 게임이나 실험을 많이했다.
내가 다녔던 대안학교는 공동체 생활을 중요시했다. 그러다보니 조별과제도 잦은편이었고 수업중 두레모임을 자주했다. 우린 수학 수업중에 조별로 나눠져서 문제를 푸는 수업이있었다. 조는 매번 바뀌었지만 내 조에 고정 멤버는 바로 또라이였다. 7학년때에 비해 내 수학성적은 꾸준히 오르는 스토리가 있어 재밌는 성적표였지만 그래도 하위권은 맞았다. 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또라이가 옆에 있으면 그땐 잘 풀었다. 또라이가 사람 하나는 스파르타식으로 짜증나게 잘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지지리도 못해서 '이게 왜 이렇게 되는데?'하고 질문을 하면 답답해하며 '걍 좀 입 닫고 풀어!' 라며 입에 욱여 넣어주었다.
전에 말했다시피 수학수업은 조별과제를 많이했다. 그러다보니 그 안에서는 로맨스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스릴러도 있었다. 내 조는 코미디 스릴러였다. 8학년 초. 우리조는 나와 또라이, P, J, S로 총 5명이었다. 잠시 인물 소개를 하자면 P는 통합답사때 나온 그 P가 맞다. J는 P의 친구로 자기가 불리해질때마다 우는 버릇이 있다. 운다고 뭐 해결되는거 아닌데 왜 우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저 애가 울면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답이 없다. S는 8학년때 편입온 애다. 일반학교를 다니다 왔는데 왜 우리학교를 왔는지는 의문이다.
우리조를 동물로 비유하자면 비열한 뱀이었다. 우리 조의 특기가 빈틈을 찾아 물어 뜯는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 독한 사람은 나와 또라이였다. 우리는 눈만 마주치면 '뭘 보냐'며 눈을 부라렸고, 온라인 수업은 온라인 수업대로, 오프라인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대로 시비를 걸었다. 그 날은 온라인 수업날이었다. 좋은거라곤 머리밖에 없는 또라이가 문제 풀이를 다 해줘서 우리 조에겐 시간이 많이 남았던 날이었다. 속이 더부룩해 나는 옆에있던 씨그램을 마셨다. 그걸 본 또라이가 '수업중에 술을 마시냐'며 말도 안되는 얘기로 비아냥거렸다.
[뭐래, 내가 뭐만 마시면 술이지]
[지금 본인 술마ㅅ]
[오타. 물음표 안붙였어]
[와 섬김이로써 이건 넘어갈수가 없네~ 낮은울타리에 술마시지 말라고 적혀있는데~ 그걸 어기고~ 그럼 되냐~ 너가 그러고도 소명인이냐~]
우리가 나누던 채팅을 조용히 보고있던 S가 소심하게 채팅에 참여했다.
[씨그램 마시는거 보고 술 생각하면 본인이 마시는거 아니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S. 최고의 친구'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야. 너 술마시냐?]
[나? 나 와인 마셔보려다가 안마셨는데]
이 멍청이가 빈틈을 보였다. 나는 그대로 물면 된다.
[마셔보려고 했다고? 야~ 넌 한 반을 이끌어간다는 섬김이가 술을 마셔본다니~ 이래서야 널 믿을수 있겠냐? 낮은울타리에 술, 담배 금지인데~ 섬 김 이 가 술을 마셔보려했다니 글렀네~ 너가 그러고도 소명인이냐? 야. 좀 실망이다~]
나의 키보드 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야 너 많이 늘었다?]
[응. 너 덕분이지 뭐.]
[아니야 뭘.]
분위기가 좋아지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지금 봤는데 겁나 웃기네"
J였다. 나는 순간 하나 의문을 가졌다. 뭘 하고있었길래 지금보지? 또라이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J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뭘 했길래 지금봐?"
"아니 뭐가 뜨긴 했는데 귀찮아서.."
"그거 떠도 대화 내용 보이잖아."
"아..아니.."
"너 딴짓한거 아니야?"
"아니야..!"
"딴짓한거 아닌데 왜 지금보냐고."
"뜬걸 못봤어.."
"왜 아까랑 말이 달라? 딴짓한거 맞잖아."
"아니..."
"거짓말을 할거면 니 얼굴에 반짝거리는 그 빛이나 좀 어떻게 하던가."
J가 울기 시작했다. 또라이가 J와 P를 별로 안좋아하는건 알았지만 저 정도일줄 몰랐다. 역시 또라이 저 놈은 잘못 건들면 안된다. 또라이는 뱀을 넘어서 사자같은 애다. 하이에나는 사자를 이길수 없다. 정색하고 몰아 붙이는 또라이를 보고 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피하거나 시비를 걸지 않을건 아니지만~
다음은 국어다. 국어는 필독서와 소나무 과제, 중국어(중학 국어 어휘를 줄여서 중국어라고 부른다, 사실 책 제목은 '어휘가 독해다' 지만 귀찮아서 부제를 줄여 그렇게 불렀다. 참고로 말하자면 수학 교과서도 '수학의 발견'을 줄여 수발이라 불렀다.) 총 세권의 교재로 수업을 했다. 소나무라는 책이 있는데 우리는 필독서를 읽고 질문에 맞는 내 생각을 적고 서평(처음엔 서평으로 시작했지만 자유형식으로 바뀌었다.)도 이 책에 적는다.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이 많아서 좀 재밌었다. 무엇보다 내 생각을 쓰는것이기 때문에 편하게 쓸수 있었다. 매주 단어시험을 봤는데 단어시험을 볼때마다 애들끼리 경쟁이 있었다. 단어시험은 중국어에 나온 단어책으로 봤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나는 단어시험을 못본적이 없었다. 항상 만점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국어 단어시험이 좀 질린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8학년때 국어 담당선생님이셨던 열매쌤은 이런 날 좋아하셨다. 열매쌤이 처음 내게 관심을 가진것은 필독서로 <소나기>를 나갈때였다. 모두가 이게 뭐냐며 왜 설래는거냐며 의문점을 내놓을때 나 혼자 가슴에 손을 얹고 아름다운 소설이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당시에 내 MBTI는 파워 F였다.) 소나무를 채워 쓰는 시간을 줘도 구석에 박혀 눈물을 흘리고있는 내 모습을 선생님은 인상깊게 보셨나보다. 수업이 끝나고 열매쌤이 조용히 소나무를 들고 오라며 나를 불러냈다. 열매쌤이 소나무를 읽으시더니 내게 한마디를 하셨다.
"너 책 읽는거 좋아하니?"
"네."
"그럼 글쓰는건?"
"좋아는 하는데 잘 안써요"
"그럼 오늘부터 간단한 글을 써보는거 어때?"
"글이요? 좀 귀찮아서"
"일기라도 써봐 그렇게 글 쓰는걸 습관으로 만들어보자. 그럼 너한테 큰 도움이 될것같아."
"아..네"
선생님이 기쁜듯한 눈빛을 하고있었다. 조금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선생님 말씀대로 하면 내게 큰 도움이 되겠지 싶어 나는 꾸준히 일기를 썼다. 주로 학교 일상에 대한거였지만 나름 괜찮았다. 그렇게 꾸준히 쓴 결과 내 소나무의 질이 더 높아져 버렸다. 아침 일찍 등교해 제출해야하는 소나무를 친구와 같이 쓰고있었다. 친구가 내게 '오! 너가 쓴문장 괜찮다 반만 따라써도 됨?' 하곤 내 문장을 자기 소나무에 옮겨썼다. 그러곤 매점에서 초코에몽을 사주었다.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소나무 검사를 하는 날이 왔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니 누군가가 울고있었다. 나는 뭐지 싶은 마음으로 반에 들어갔다. 내 자리로 가려던 그때 티비 밑에있는 소나무들이 보였다. 성적이 바닥쳤던 7학년때부터 A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나는 자신감 있게 소나무를 펼쳐보았다.
"이게 뭐지?"
내 소중한 점수가 무려 8점이나 깎여있었다. 이유는 '다른 사람과 내용 동일'이라는 말이 거기에 적혀있었다. '아니 그럼 스토리를 물어본 질문인데 내용이 비슷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문제가 된 문장을 봤다. 그 문장은 친구가 베낀. 소나무를 쥐고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맞아? 장난해?' 억울함이 몰려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 앉았다. 너무 화가 났지만 이 상태로 선생님을 찾아가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게 뻔했다. 나는 부들거리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띄었고 초승달같이 눈을 휘어 기분이 괜찮은듯이 웃었다. 그제서야 친구들도 하나둘씩 웃기 시작했다. 겉으론 후련하다는듯한 미소를 띄고있었지만 속은 많이 썩어있었다. 그래도 모두가 감정을 주체하기 위해 미소를 유지한 채 자리에 앉아 자습을 했다. 그렇게 우린 시험을 멘탈이 부숴진 채로 봤다.
영어는 내 성적표에 큰 스토리를 만들어준 과목중 하나이다. 7학년때부터 매 학기마다 영어 상을 받았고, 7학년때는 D, 8학년 1학기땐 B+ 2학기땐 A로 정말 빠르게 쑥 올랐던 과목이다. 영어도 수학처럼 반을 나눠서 듣는 수업이지만 영어는 8학년때 나눈다(E1, E2, E3로 나누고 숫자가 올라갈수록 수준이 높은반이다. E1은 7학년때 배운걸 복습하고, E2는 8학년때 배워야 할것을, E3는 9학년때 배울것을 배운다.) 7학년이 끝나고 영어선생님이 내게 걱정하는 투로 '성적이 애매해서 E1과 E2중에 고를수 있지만 E1을 듣는게 어떻겠냐고, E2로 가면 엄청 힘들것 같아서 E1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1이 편할것 같았지만 E2를 안가면 엄마한테 혼날것 같아서 E2를 갔다. 솔직히 별로 안힘들었다. 달라진거라곤 과제가 나올때 꼬박꼬박 낸것밖에 없다. 노력도 별로 안했다. 단어시험은 수업 시작 20분 전부터 준비했고, 조별과제나 개별 과제를 성실히 기한만 딱딱 지켜서 낸것밖에 없었다. 발표도 대충 목소리 작고 발음도 뭉개서 했다. (혀가 잘 꼬이는 탓에 발음을 뭉개서 말을 한다.) 왜 좋은 성적을 받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8학년때 담당 선생님(앨리스 쌤)은 발표때 대본을 못갖고있게 했는데 그 이유가 파파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아는 단어를 써서 발표를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있던 선생님중 한 명이었다. 영어 선생님중 귀여운 외모로 인기가 제일 많았지만 수업을 좋아하는 학생은 별로 없었다. 어떻게 수업을 했냐하면 영어 필독서를 읽고 두레를 만들어 그 안에서 파트를 나눈 후 파트별로 모여서 같이 해석을 했다. 모르는 단어나 문장은 사전을 찾아가며 해석하고 해석을 다 하면 두레별로 모여서 해석한 문장을 두레원들에게 알려주는 방법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좀 별로였다. 큰소리를 내는것을 안좋아하는 나는 그 수업을 할때마다 답답함에 소리를 질렀고(그 시간이 말하는 시간이다보니 소리를 질러도 우리 두레원 빼고는 아무도 몰랐다.) 그럴때마다 친구들과 선생님은 '얘가 소리를 다 지른다'며 웃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시간은 부족하고 그 시간안에 모두에게 내가 해석한 파트를 설명해야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두레로 나눠서 하는 수업이 많다보니 두레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내가 그 학교를 다니면서 했던 조별 프로젝트만 해도 16개가 넘을정도로 많이, 자주했다. 그러다보니 대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조별과제 빌런을 조금 알것같았다. 내가 처음으로 조별과제 빌런'들'을 본건 사회과제였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났던건 영어에서였다. 가고싶은 곳을 영어로 설명하는 영상을 만드는 과제였다. 포토샵과 영상 편집을 할줄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지라 내 스케줄에 맞춰 애들이 녹음본과 사진을 줘야 내가 편집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과제 시간을 일주일밖에 주지 않아서 나는 학교 끝나고 집에 도착한 7시부터 과제를 할수 있어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도 빠릿빠릿하게 한다면 아슬아슬하게 낼수 있을것 같았다.
"얘들아 늦어도 3일 전까진 나한테 영상을 줘야해. 그래야 영상을 만들지"
라고 말했을때 모두 알겠다며 웃어주었다. 왜인지 잘 할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느낌을 부정하듯 H가 잠수를 탔다. 답답한 마음에 같은 두레원 한명과 얘기를 나눴다.
"H연락 안돼? 아니 왜 전화를 안받아"
"H오늘 학교도 안왔어.."
"오늘은 H가 메일 보냈어?"
"아니.. 아무것도 안왔어"
그렇다. H는 잠수를 탔다. 그것도 과제 제출 3일전 나에게 녹음본을 보내주기로 했던 그날에 말이다. 그날 이후로 H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 초조해진 나머지 나는 음침이에게 연락을 했다
"야 음침아 쌤한테 전화좀 해봐."
"어 안그래도 해봤는데 쌤이 걔 이름 빼지말래"
답답함이 몰려왔다.
"아니 왜?"
"몰라"
"일단 만들고 내일 학교가서 쌤한테 말해보자."
"야 내일까지 제출이야."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화가 나서 손이 떨렸다. 그래도 점수를 까먹을순 없어서 편집을 시작했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그래도 수업시간 전까지만 내라고 해서 밤을 새고 학교에서도 편집을 해서 냈다. 마침내 수업시간이 되었다. H는 뻔뻔하게도 의자에 떡하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선생님께 불려갔다.
"얘들아 H 꼭 넣으라니까 왜 빼고냈어. 선생님 진짜 실망했다. 시간도 많이 줬는데!"
"선생님 H가 잠수를 타서 저희도 어쩔수 없었어요."
"그래도 넣어줄순 있잖니? 전화도 할수 있고 학교에서도 H를 볼수 있는데"
"H가 등교를 안했잖아요."
"어쨌든! 공동체를 소중하게 대하는 학교를 다닌다는 학생들이 이래도 되니? 선생님 정말 실망이야! 너네 다음주까진 정말 준비해와라. 이번에 제출 못한거로 할거니까 점수는 당연히 다같이 깎는다!"
"네?"
너무 분했다. 공동체가 뭐라고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하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니었다. '해가되는것을 잘라내는것이 그리 잘못된건가? 정말 내가 잘못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이 굳어가는게 느껴졌다. 웃어 넘겨야되나? 그러면 잘 넘어갈수 있을까?
그날 이후로도 나는 H에게 메일을 받지 못했다. 마지막날 우리는 H를 위해 남겨뒀던 영상을 메꾸기 위해다시 회의를 했다.
"영상을 새로 만들어야할것 같아. 사진은 그대로 넣고 녹음본만 바꾸자 더 길게 설명해서 녹음해줄수 있어? 나한테 대본도 보내주고."
"걔한테 아직 연락 안왔어?"
"응..."
"쌤한테 뭐라하려고? 걍 넣으면 안되냐?"
"아 몰라 별수 있냐"
이젠 정말 어쩔수 없었다. H를 빼고 하는 수 밖에.
"나 편집할거니까 봐줘. 수정해야되는거 알려주고."
편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도 아니기때문에 나는 금방 만들수 있었다. 다 만들고 친구들에게 영상을 보여줄때즈음 H에게 메일이 왔다. 짧은 대본과 30초 정도의 녹음본.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이 달랑 보낸걸 보니 짜증이 났다.
"얘들아 미안 조금만 더 기다려줘. H한테 메일와서 다시 편집하고올게."
"걔 그냥 빼면안되냐?"
"뭐래 아까 걔 넣자한건 너였어. 난 걔 넣을 이유 없어. 너 아니었으면 나 걔 안넣었어."
나는 파일을 다운받고 편집을 시작했다. 그날 밤을 샌 덕분에 나는 기한에 맞춰 낼수 있었다. 조금의 실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우린 받을수 있는 점수는 다 받았다.
잘 끝나긴 했지만 그 일에대해 생각해봐야한다. 공동체라는건 뭘까? 우리가 피해를 입더라도 공동체를 지켜야하는걸까? 선생님은 왜 우리에게 공동체 의식을 가지라는걸까? 나는 많은 의문을 가진 채 이 일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