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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오이 Sep 25. 2022

노을이 보내오는 것들

요 며칠은 정말 역대급 저녁 하늘이 펼쳐지고 있는 중입니다.


모두 노을 덕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구독하는 한 작가님께서 최근 노을 관련 글을 한 편 올려주셨는데요. 우연찮게 오늘 또 노을 관련 글을 올려주신 다른 작가분이 계셨습니다. 이쯤 되면 계시 아닌 계시로 생각하여 저도 노을 관련 한 편의 글을 쓰지 않고선 배길 수 없을 듯합니다.


성격 탓인지 자라온 환경 탓인지 그간 저는 자연경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상이나 경외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관광지도 경관보다야 건축, 미술, 조각 등으로 이름난 도시나 유적지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죠. 이러한 관점은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까지 쓴 글들을 살펴보니 사는 곳에 대한 특별한 경관적 감상이나 소고 등을 적은 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에게도 딱 하나 노을만큼은 아주 예외입니다.


노을을 특별히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바라볼 때에 느끼는 조금 인상적인 부분이 있긴 합니다.


가령 퇴근하는 저녁길로 문득, 서쪽하늘로 길게 지고 있는 노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노을은 노을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노을을 바라볼 때면 저는 꼭 어떤 메시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누군가 제게 보내는 어떤 목소리처럼요.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고서야 저기 저 산마루가 저리 온통 붉게 탈 이유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너를 듣지 못하여 눈으로 보는 붉은 목소리처럼요


바쁜 일상에 쫓기던 저는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듯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그리움일까요?

물론 오해는 마십시오. 옛 애인이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노을이 너무 예뻐서인지, 아니면 극도로 센티해져서인지 노을을 볼 때면 항상 누군가가 곁에 다가와 - 편의상 '그'라고 해두겠습니다. - 함께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그러곤 오랜만에 근황을 주고받는 것이죠.

 

"잘 지냈어?" 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누군가와 시선을 같은 곳에 두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것은 많은 면에서 특별한 감상이 됩니다. 약간의 1인 2역의 상황극이 연출되곤 합니다만, 때마침 좋은 노래라도 흘러나오면 금상첨화죠.

그래서 퇴근길 우연히 마주치는,

무엇보다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가-을 노을은 제게 있어 말할 수 없는 힐링이자 카타르시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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