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지듯
튤립은 시들었다 물감이 번지듯
지는 튤립을
딸애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같다고 했다
꽃이 지면서 꽃을 그리나 보다
나는 그동안 꽃은 잘 모르고 살았는데
고흐라면 별과, 빛나는 밤하늘 정도만 알았는데
그가 붓꽃 같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과
그 꽃 같은 것들이 와 있으면
함께 오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살림의 덩치를 키우느라 미처 초대하지 못했던 것들
그 손님들 중엔 저 먼 이국의 화가나 그림들도 있었다
아내는 못 보던 접시까지 내며
투명한 꽃노래를 피워냈다
처음엔 웬 꽃이냐고 타박을 놓았지만
번지듯 풀어지듯
안으로 만나고 싶은 것들이 있어
아이도 아내도 지금
그것을 만나고 있는 중이니까
나도 그냥, 꽃이 사치스럽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