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들은
결국은 오고야 마는 것이다
싫어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숨기고 싶은 마음과도 별개로
올 것들은 용케 알고 찾아와서는
저리 화장대 앞을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는 것들을
아빠라고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치마 대신 바지 교복이 어울린다는 가당찮은 소리는
어디 이조 시대나 어울리는 소리
아래로 후하고, 위로는 박했다는
그 옛날 치마와 저고리의 하후상박(下厚上薄)도
이제는 아래로 더욱 박하고
짧은 세상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밤, 나는
주름진 마음을 치마처럼 다리는 것이다
결국 오고야 마는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와
한편으론
주름진 치마는 입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리고, 또 펴는 것이다
그런 하루의 시간을 허락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이 밤,
치마를 다리는 일은
아름다우나 차마 아름답지 못한 펼침
그러므로 이 밤을
나도 굳이 칭찬받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