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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Apr 22. 2017

사랑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랑의 느낌은 누구나 비슷하다 

날 사랑하긴 하는 거냐며 물었고, 


당신은 당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신만의 방식.     

나는 당신의 사랑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당신에게 화가 날 때도, 

기분이 언짢을 때도 

당신은 나에게 혼자 풀고 기분이 나아지면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당신의 생활이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당신은 그것을 오로지 나의 집착으로만 받아들였는지 

각자 자유롭게 살자고 했다. 


나는 당신에게 애걸복걸 매달리지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적도 없는데 

그것이 왜 집착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게 당신만의 사랑 방식이겠거니 하고.     


사랑한다는 말에 

당신 역시 나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따뜻한 포옹이라도 해주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당신은 오히려 

낯간지럽게 그런 얘기를 꼭 해야 하냐며 

자리를 피했다.     


그때는 그저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거니 하고 

당신의 방식을 이해하려 했었다.     


나는 사랑해서 궁금했고, 기대했고, 기대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은 나의 마음을 부담스러워했고,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나는 그저 조심스럽고 간질 한 당신의 사랑을 바랐었다.

마치 솜사탕을 먹듯 부드럽게 날 감싸주길 바랐다.           


나를 좀 더 소중하게 대해줘.

나를 좀 더 사랑해줘.     


조금 더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에,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여러 번 표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당신은 오히려 애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바라냐며, 우리가 사춘기 시절 풋사랑도 아니지 않냐고 했다.     


풋사랑.


청소년은 아니었지만 

나는 당신을 학창 시절의 풋사랑처럼 

순수하게 사랑하고 있었다.      


당신 외로도 몇 번의 사랑을 겪어봤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만날 때는 신기하게도 첫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에게 또 새로운 풋사랑이 시작된 것 같았다.

방금까지 데이트를 하다가도 집에 오면 또 보고 싶어 지고

매 순간 당신의 시간들이 궁금해졌다.     


헌데 당신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결국 그렇게 사랑을 기다리다 지쳐 

사랑을 해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곤 했다. 

가장 먼저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었고

그 소식을 들을 당신의 표정과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그렇게 두근대는 가슴으로 달려가 

당신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줬지만

늘 당신은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며 

나를 타박했다.      


나는 당신의 반응에 갈증을 느꼈다.     

사랑이 고달프고, 그리웠다.     

나는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했었다.     


나를 사랑하는 눈빛, 표정을 보며 폭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커져갔고,

무덤덤하게 포기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당신 생각에 잔뜩 마음이 부풀다가도 

무덤덤한 반응에 바람이 빠져버린 풍선처럼 

마음에 힘이 없었다.      


빈 마음이 머물 곳이 없어 정처 없이 

떠돌며 울다 그렇게 당신과 헤어졌다.     


그렇게 한동안 지쳐버린 마음을 달래고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당신이 없는 빈 공간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재미있는 프로를 봐도,

좋은 친구를 만나도 즐거운 기분은 잠시뿐이었다.     


금세 허전해졌고, 당신이 생각났다.      



그러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새로운 사람들과의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당신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의 허전함을 채워줬다.     


신기하게도 내가 힘들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 곁에 와 손을 잡아줬다.     


나의 이야기들을 묵묵히 들어줬고, 

투정 한 번 내지 않았다.     


사랑을 요구하지 않아도 

나를 포옹했고, 사랑한다 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줬다.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했고, 

기대했고,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쉼터가 되어줬다.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자신의 소식을 전해줬고 

나의 반응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리고 나의 소식에는 언제나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다.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 늘 설렌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사랑도 있었구나.     


소중하게 대해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랑을 요구하지 않아도 

마냥 기다리지 않아도 

사랑을 주고 채워주는 사람도 있었다.     


사랑은 사랑해주는 사람과 해야 하는 거구나.     

세상엔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랑은 그런 사람과 맺어야 

행복하고 간절해지는 법이었다.     


간절하고 절실하게 

곁에 두고 싶은 사람과 사랑을 해야 했다.


내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마워하고 

소중하게 보듬어주는 사람을 만나야 했다. 


이야기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었다.     

들어달라고 하지 않아도 

내 이야기를 듣고 눈을 맞춰주는 사람도 있었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하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큰 사랑을 줘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주는 사랑만큼 상대의 마음을 받을 수 있을 때

상대에게 받은 사랑만큼 나 역시 줄 수 있을 때      

말랑말랑 따뜻하기만 했던 사랑이

비로소 깊은 곳에서부터 채워지는 단단한 사랑이 되어갔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구나.

사랑은 나와 마주 보고 앉아 눈빛을 바라보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과 해야 하는구나.     


내가 사랑스러워하고, 

나를 사랑스러워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구나.     


그래야 그 사랑을 오래 품을 수 있는 법이었다.           


사랑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은 

대체로 비슷하다.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 감정은 

실로 사랑이 아닐 수 있다.      


그가 날 사랑하는 게 맞는 걸까?

싶을 땐 

한 번 곰곰이,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그의 말과 눈빛에는 따뜻함이 어려있는지.

그가 나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지.

그가 나의 삶에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는지.     


생각해보면, 

그가 내게 줬던 마음이 사랑이었는지.

혹은 단순 정이거나 거짓된 사랑이었을지     

천천히 답이 보이게 된다.     


사랑은 숨긴다 하여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엔 말과 표정, 눈빛에서 드러난다.     


나의 방식, 너의 방식.

사랑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누구나 다르지만 

느껴지는 마음은 모두 같다.     


직접적인 표현은 잘 하지 못해도 

츤데레처럼 사실은 아닌 것처럼,  


툭 던지듯 전해주는 진심과 같은 것들

그리고 나를 궁금해하는 말들은 

바로 보이진 않아도 

천천히 지켜보면 얼핏 사랑의 온기가 짙어진다.      


언제나 늘 사랑을 줘 

관계를 풍족하게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려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궁금해하고 기다리고 기댈 수 있게 하는 

사람이 되어 

사랑을 하려 한다.      


손에 쥘 순 없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그런 사랑을 언제나 하려 한다.      


적절한 따스함과 시원함으로 

마음의 공간을 달래줄


그런 당신이 되려 한다. 


당신이 힘들 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지쳐있을 때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함께 마셔줄 수 있는

답답해할 때 곁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필요할 때 늘 언제나 곁에서 

소중한 존재가 되어  

함께 공감하는 사랑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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