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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Jun 10. 2016

기회가 와도 그것이 기회인지 모르면, 의미가 없다 1

당신이 아직 운명적 사랑을 하지 못한 이유  (영화 비포 시리즈와 함께)



 '운명'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삶이나 행동들이 애초 정해져 그 틀 안에서 행동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 정해져 있다면,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한다한들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하얀 도화지와도 같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영화 비포 시리즈를 보면서부터 운명적 사랑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우선 비포 시리즈의 줄거리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1 - 비포 선라이즈


기차 안에서 만난 두 남녀가 기차 안에서 대화를 하다가 서로 잘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둘은 행선지가 달랐는데 남자는 여자에게 함께 비엔나에 내려서 반나절 동안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한다.

여자는 망설이다가 남자를 따라나선다.

그리고 그들은 밥을 먹고, 비엔나 거리를 걸어 다니고, 대관람차를 타며 반나절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남자는 미국에서 살고 있었고, 여자는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현실적인 면에서 사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에게 자석처럼 이끌려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 남자는 여자를 기차 플랫폼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들은 6개월 뒤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2 - 비포선셋


비포 선라이즈로부터 9년이 지났다.

남자는 여자와 9년 전 있었던 일을 책으로 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파리의 한 서점에서 남자는 사인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파리에서 살고 있는 여자는 남자가 서점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쪽에서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사인회를 마무리하고 여자가 있는 쪽으로 간다.

남자는 비행기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태였지만, 미리 공항에 가서 기다리 느리 여자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하에 여자와 대화를 하기로 한다.

남자는 결혼하여 아들이 있는 상태였고, 여자는 애인이 있었다.

9년 전, 당시 남자는 비엔나에 갔었지만 여자는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인해 가지 못했다.

둘은 그때 만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하고, 남자는 결혼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남자가 결혼하게 된 이유 (아내의 임신)





남자는 여자 집에 가서 여자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고, 남자는 그것을 보며 웃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3 - 비포 미드나잇


비포 선셋으로부터 9년이 지났다.

남자와 여자는 그날 밤, 사랑을 나눈 것으로 딸 쌍둥이를 가졌다.

남자는 와이프와 이혼하고, 아들과는 방학 때 잠깐 보는  정도로 지낸다.

그리고 여자와 두 딸과 함께 산다.

둘은 두 딸의 부모이자 동반자로서 함께 살고 있는데 자녀양육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로 부딪히고, 싸움이 커진다.

결국 감정적인 싸움 끝에 여자는 남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며, 헤어지자고 한다.

30분 정도 지나고, 남자가 밖으로 나간 여자에게 가서 대화하고 다시 풀었다.



비포 선라이즈가 낭만이라면, 비포 선셋은 낭만과 현실 사이의 갈등, 비포 미드나잇은 현실을 나타낸다.

사랑의 현실과 이상에 관해 잘 알게 해주는 영화였다.

그로 인해 사실 두려움도 크다.

어떤 것이든 계속 아름답기만 할 수는 없는 걸까?


비포 선라이즈를 보며 들었던 의문은 과연 내가 영화 속 여자였어도 처음 만난 남자를 따라 비엔나에 내릴 수 있을까? 였다.

- 당신이라면,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은 역에서 내려 반나절을 보낼 수 있나요?  


나는 같이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고,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남자를 쉽게 믿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낭만과 설렘만으로 사랑을 하기에는 위험한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때론 저런 삶이 부럽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삶이 아니라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얼마 전, 인터넷에서 봤던 글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한 부부가 장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옆집에 사는 꼬마 아이를 만났다.

그래서 남자는 꼬마 아이에게 예쁘다고 하며, 장 봐온 것 중 요구르트 하나를 줬다.

그런데 잠시 후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옆집 꼬마 아이가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준 거 받아오지 말랬지!"


부부는 죄송하다고 했지만, 아이 엄마는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며 화를 냈다.

물론 이 요구르트에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아이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을 습관적으로 받아먹게 되면 나중에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요즘 세상엔 정말 상상 초월할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때론 사람들의 진심과 친절마저 왜곡되기도 한다.

강아지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심지어는 사람의 장기까지 파는 시대이다.

쳐다봤다는 이유로 심하게 때리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처음 만난 사람과 아무리 말이 잘 통 한다한들 같은 역에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순수한 목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한들 상대는 아닐 수 있으니까.


현대의 삶이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음에, 이것 저것 재고 모든 것이 확실해져야 감정이 짙어지는 지금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운명의 사랑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그렇지만, 우리는 조금은 무모해질 필요가 있다.
영화 속 남녀처럼 말이다.


 비포 선셋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과연 내가 결혼한 상태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였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연락처도 모르는 상대와의 약속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갔을지? 였다.


-당신이라면, 결혼한 상태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


-당신이라면, 연락처도 모르는 상대와의 약속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인가?


우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한다면, 비포 선라이즈의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은 이유로 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연락처를 알고 근근이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탔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사람들을 사귀곤 했는데 그곳에서 사귄 사람들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중 한 명과는 따로 만나 2박 3일 간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 번 만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엔 처음 여행에서 만났을 때 많은 대화를 나눴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서로의 번호를 알고 있어서 최소 2~3달에 한 번 씩 안부를 묻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만약 연락처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하게 몇 개월 뒤에 어느 장소에서 보자고 정했다면, 나는 두려웠을 것 같다.

상대가 약속을 잊었을 수도 있고, 한 번 만난 것 외로는 연락을 한 게 아니니 상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추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므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면, 내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운명의 상대를 모른 척 지나칠 것이다.

왜냐면, 결혼은 둘 사이의 만남을 넘어선 그 외 다른 상황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랑이란 끝나기 마련이라면 우리는 젊은 날 단순히 서로에게 빠져 사랑했던 무모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주변 환경을 위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를테면 아무 죄가 없는 자녀의 상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리 운명의 상대를 만난 다한들 결혼하였다면,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성인의 사랑은 무모함보다는 책임감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자가 아닌 애인이 있는 것이라면,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하고 운명의 상대에게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은 평생 사는 것이기에 누군가를 가슴에 품은 채 시작할 수 없다.

이미 결혼생활을 시작된 상태라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온 기회라고 생각하겠다.

단, 현재 애인에게 반드시 이야기하고 사과할 것이다.

이야기하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는 등 사람의 마음을 장난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난 무엇이든 깔끔한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는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추후 내 아이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떳떳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삶에는 많은 유혹거리와 본능을 자극시킬만한 상황들이 많지만, 우리는 성인이다.

무작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즐기며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내가 여자라면, 남자가 전 와이프와 이혼하고 나에게 왔을 때 불안했을 것 같다.

왜냐? 추후 또 다른 운명의 여자를 만나 나를 떠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사례가 실제로 많다.

이런 이유로 이혼을 한 번 한 사람들은 두 번, 세 번도 쉽게 하게 된다.

애초 책임감과 자신이 선택한 결혼이라는 제도를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와의 결혼이 영원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착각 말이라.

세상은 드라마가 아니다.

주인공 둘이 행복하게 산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뒤에 가려진 상처받은 무수한 희생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녀에게 부모의 양육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 필요가 있다.

자녀는 부모의 방식을 그대로 흡수한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쉽게 이혼하고, 자기를 버린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기억해 추후 자녀 역시 헤어짐을 쉽게 생각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요즘 극성인 묻지 마 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가정을 꾸렸다면, 적어도 아이의 삶을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끌리는 대로 살 것이라면 결혼은 왜 했는가!

아이의 삶을 위해 기다려야 한다.

사랑이 없어도 아이 앞에서만큼은 쇼윈도 부부로라도 살아가야 한다.


나는 성선설을 믿는다.

아기들은 모두 선하다.

다만, 뱃속에 있을 때부터의 부모의 생각과 그 후 양육방식에 따라 자녀의 삶이 달라진다.

그토록 선하고 깨끗한 영혼에게 상처 주지 말자.


실제로 얼마 전 뉴스에서 유치원에서 여아를 상대로 성행위를 따라한 5세 남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5세 아이가 성행위에 대해 어떻게 알았겠는가?

부모가 아이 앞에서 행했던 것을 아이는 그대로 흡수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했기에 당연히 옳다고 판단했고, 자신도 똑같이 따라한 것이다.

아이 앞에서는 물 한 잔을 마셔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여린 영혼이기에 사소한 말과 행동도 가슴 깊게 박히는 법이다.


그러니 결혼은 신중해야 하며 더는 미련이 없을 때, 충분히 희생할 수 있을 때 천천히 결정해야 한다.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

서류상으로는 되돌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자녀의 상처는 점점 더 깊어질 것이므로.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이성적, 감정적으로 모두 충족이 될 때 결정하자.

결혼은 결코 애들 소꿉장난이 아니다.


나는 헤어진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지 않는다.

헤어졌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혹여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랑이 식어 헤어졌다한들 한 번 끝난 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컵은 아무리 정교하게 붙인다 해도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또한 새 컵보다 훨씬 잘 깨지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추억을 상기하다 보면, 아름다운 기억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겠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재회는 오래 못 간다는 통계도 있다.

그 이유는 재회 시 헤어진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자제하다 보니 자신의 본모습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또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처를 다시 받는 셈이며, 시간과 감정만 소모하게 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좋았던 추억만이라도 좋게 간직하기 위해서는 재회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포 미드나잇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은 세 가지다.


- 만약 불우하고, 불안한 가정에서 자란 아들이 (전처도 애인이 있는 상황) 추후 자신을 원망한다면?


- 상대를 사랑하지만, 상대가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한다면?


-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아들을 위해 미국으로 갈 것인가? (현재 사는 와이프는 직장이 파리이고, 전처 사이에 낳은 아들은 미국에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아들이 사춘기니 같이 있어달라고 했으나 여자는 자신의 직장이 중요하다며 거부했다)  당신은 사랑과 자식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나는 정말 미안할 것이다.

아이를 볼 면목조차 없을 것 같다.

부모가 헤어져 아빠는 재혼을 하고 엄마는 애인과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볼 때마다 사과하고, 늦었지만 최대한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할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가 없는 상황이라면 헤어질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난 다한들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애초부터 나를 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있다면 부부상담을 신청하여 어떻게 해서든 풀어보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가 바람이나 도박과 같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알게 된 즉시 헤어질 것이다.

이런 행동은 한 번 하면, 계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행동을 하는 부모를 두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 오히려 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어지고, 아이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또한 아이의 상처를 덜기 위해 평소보다 몇 배의 관심을 가져 대화하는 시간을 늘릴 것이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랑을 택할 것이다.

왜냐면 애초 와이프에게 미국에서 함께 살아달라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삶은 가엾지만 이 또한 내 선택의 결과이다.

그렇게 아이를 생각했다면, 재혼하지 말았어야 한다.

어찌 됐든 나는 새로운 사랑을 선택했고, 그렇다면 그 사랑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는 그 누구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애초 나는 옛사랑을 버리고, 새 사랑을 가졌기에 그 사람의 방식에 맞춰가야 한다.




이렇게 비포 시리즈에 관한 질문과 답을 정리해봤다.


나는 아직 무모하지 못하다.

상처받을 내가 두렵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것이 두렵다. 

이런 복잡한 생각들로 인해 인연을 떠나보내야 했던 것은 아닌지 가슴이 저릿해진다.


사랑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서로의 생활 방식을 공유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

물론 취미를 공유하고 어떤 즐거움과 슬픔도 함께 하기를 바랄 것이다.


또 누군가는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각자의 삶 안에서 서로의 생활방식을 존중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는 싫어할 수도 있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싫어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받아들이며, 각자 원하는 삶을 살되 책임감의 범위 내에서 즐기는 것이다.     


어떤 삶이 더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성격이 다양하듯 사랑의 방식 역시도 다양한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맞춰가는 것이 온전한 사랑이다.     


나는 반씩 좋은 점들만 수용하는 편이다. 

상대가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시도는 해보려고 한다. 

그 행동 자체는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그렇게 하면 상대의 삶과 생활방식이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행동, 습관을 보면 그 사람 자체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서서히 그 사람에 물들어가고,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반면 내가 좋아하지만 상대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 관해서는 강요하지 않는다.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훨씬 생산적인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건전한 관계는 누구 한 명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온 두 남녀가 행복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너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냐고 질타하기보다는 온전히 그 삶 자체를 존중해줘야 한다. 


각자의 생각으로 원하는 시간을 보내고 서로 있었던 일을 대화로 공유하면 된다. 

굳이 그 사람이 나의 모든 행동을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래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는 순간, 비로소 사랑의 질이 높아진다.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별 것 없다. 

다만,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그 설렘을 간직하며 산다면, 언제든 엔돌핀이 솟을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무모해질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 의심은 하지 말고, 상대 그 자체를 온전히 믿어보자. 

여행지나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사랑에 빠져?’ 이런 의문은 잠시 접고, 가만히 상대를 바라보도록 하자. 

그런 작은 노력에서부터 운명은 개척된다.     


낭만적 사랑, 운명, 인연이라는 것들도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그렇게 좋아 죽던 두 남녀가 비포 미드나잇에서 헤어지려고 하는 걸 보면 알 것이다. 

모든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잔잔해지기 마련이다. 

영원한 설렘, 떨림은 없다. 

인내하고 존중하며 맞춰가는 것이다. 

그러니 불같은 사랑에 가려져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채 지나치지 말고, 찬찬히 관찰해야 한다. 

신중하고, 꼼꼼히 그 사람을 그려나가라. 


30,50년이 지난 뒤에도 이 사람의 삶을 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 

결혼 전 크게 싸워보고, 술버릇도 확인하며 최소 4계절을 함께 지내보자. 

그렇게 천천히 미래를 그려나간다면, 또한 서로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준다면.        

비로소 온전히 아름다운 사랑이 된다. 

저 멀리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이 조화롭게 헤엄치고,

그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비록 설렘은 없지만, 존중과 이해로 훨씬 차원 높은 사랑을 간직하게 된다.


    

절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쉽고, 신속하게 결정하려 하지 말라. 

중요한 것은 설렘이 잔잔해져야 드러난다. 

콩깍지에 써진 상태에서는 그 어느 것도 냉정하게 볼 수 없다. 

깊고 오랜 관계를 위해서, 또 당신의 사랑스러운 자녀를 위해서, 당신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꾸준히 인내하고 천천히 나아가자.    

 

당신만의 선라이즈, 선셋, 미드나잇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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