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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Apr 18. 2016

아름다움에 관하여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삶



 나태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 중 '풀꽃'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은 단 번에 눈길을 끌만큼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보지 못하고 지나가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처의 벚꽃, 장미, 개나리 등 화려한 색을 품은 꽃들 앞에선 멈춰 선다.

그리고 그 꽃들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등 간직하려고 한다.

화려한 꽃들은 대부분 나무에 매달려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을 내려간 바닥에 풀꽃이 있다.

땅에 있어 자칫 밟히기 쉽고, 몸집이 작아 누구에게도 눈길을 끌지 않는 풀꽃.


하지만 그 풀꽃들에게도 각각의 이름이 있고, 냄새가 있다.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정말 소중하고 아름답다.


금낭화


살갈퀴



주름잎


하다못해 우리가 필요 없다고 여겨온 잡초에도 이름이 있고, 특성 또한 다르다.

과연 필요 없는 것은 정말 필요 없는 존재일까?

그런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이름이 있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의 삶이 있다는 것이며,

그만의 삶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하나의 또 다른 존재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고로 누군가는 길가의 풀꽃을 보며 아름다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길가에 있는 풀들 사이에 피어난 작은 꽃을 보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과 직면하게 된다.

단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 이상으로 이 길가에 어떻게 이런 꽃이 피었는가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로

꽃을 기억하려 할 것이다.

그런 관심과 진심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의외의 장소들에서 발견되곤 한다.

만약 본인이 암벽등반을 하는 중이라고 가정했을 때 앞에 피어난 꽃이 한 송이가 있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울 것이다.

그 꽃은 희망이며, 삶이고 존재 그 자체가 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인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사실 이런 것이다.

보기에 예쁘고, 멋있다는 감탄 외로 그것을 통해 내 삶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힘을 얻고 변화하게 된다.

예컨대 한 여인이 있다.

누가 봐도 예쁜 외모를 가졌다.

그때 한 남자의 입장에서 '예쁘다.'는 생각만 든다면 이것은 그저 그 사람의 외모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내면 역시 예쁘고, 나는 그녀와 잘해보고 싶다면 그때 비로소 아름답다는 의미가 형성하게 된다.

아름다운 그녀와 잘해보고 싶다, 내가 더 멋있어져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며 그녀는 아름다움 그 자체가 된다.

이렇게 아름다움은 단순히 단어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한 사람에게 있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힘들었던 시간들 역시 자세히 보면 깊은 향을 품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삶은 자세히 바라보고 그 안에 담고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느끼는 감정뿐만 아니라 조금 더 길고 넓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 소중한 것들, 아름다운 것들을 놓쳐버릴 수 있기에.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은 사람을 만날 때 확실히 공감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그렇지만, 특히 사람은 자세히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첫 만남 때는 그 사람의 외적인 것들이 주로 보이지만 진정 소중한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내면은 마치 수수께끼와도 같아 천천히 풀어내야 볼 수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소중하게.


가장 효과적인 건 내가 만나는 사람을 하얀 도화지라고 대입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만나기 전의 그 사람 모습과 그 사람의 외적인 면은 배제하고 오로지 나의 기억과 나와의 만남으로만 그 사람을 다시 그려내는 것이다.

그로서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수만큼의 다양한 자기 모습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내가 천천히 풀어낸 그 사람의 모습은 다양한 물감이 섞여 나의 기억에 녹아내리고 가치를 얻는다.

외면이 어떻고, 다른 사람들에겐 어떤 모습이 고를 떠나서 오로지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으로만 사람을 조각하다 보면, 진심을 볼 수 있게 된다.

선입견이 사라지니 진정 소중한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

첫인상이 무서운 사람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의외로 순수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그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풀꽃이 된다.


첫눈에 반하는 외모는 아닐지라도 지내면 지낼수록 향이 깊은 사람.

처음부터 강렬한 끌림은 없을지라도 조곤조곤한 말투 속에 진심이 묻어나는 사람.

투박한 성격을 가졌을지라도 그 누구보다 진실된 사람.

말 속도가 빨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많은 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만큼 들을 줄도 아는 사람.

그래서 많이 들어온 만큼 전해줄 말도 많았던 사람.


이렇게 단번에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많다.

단번에 파악하여 놓쳐버리기엔 너무도 아쉬운 것들이 많다.


모든 것들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랜 시간 견디고 기다려야만 결실을 맺고, 진정 어울리는 이름으로 피어나는 것들이 있다.

개인의 성취, 연인 간의 사랑, 아이의 성장 등.

불꽃은 재만 남긴다는 말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이뤄져 있다.


화분을 사서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물을 주고 볕을 쬐게 하며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정성을 들였을 때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지.

매일 틈틈이 화분을 관찰하고, 무언가 올라오진 않았을지 기다리는 감정이 어찌나 소중한지를 말이다.

그리고 결국 화분에 작은 싹이 트였을 때 몸이 찌릿찌릿, 설레어온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화분을 검색해보며 잘 키워낼 방법에 대해 강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또 한참 오랫동안 바라보게 된다.

물을 주고 볕을 쬐고 온도를 맞추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결국 꽃이 피었을 때 신기하기도 하고, 행복할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부터 지켜봤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떻게 하여야 오래 키울 수 있는지 방법도 찾아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렇게 진정 소중한 것들은 긴 기다림 끝에 고결한 아름다움을 피어낸다.    


나도 당신에게 오랫동안 소중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오래 바라봐주세요. 가만히 간질여주세요.

그것이 진심이라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네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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