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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Apr 28. 2016

결핍됨으로부터 우리는 비로소 성장한다

 조금은 부족한 당신이 좋다

저번 주 화요일, 나는 입원을 하게 되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박 4일 간. 

월요일에 친구와 만나서 먹었던 닭갈비가 매웠던 탓에 장염에 걸린 것이다. 

처음엔 매운 걸 먹어서 속이 쓰린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새벽 4시, 복통이 심해서 잠에서 깨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화요일 오전, 제대로 잠을 못 잔 탓에 컨디션도 좋지 않은 데다가 복통이 점점 심해졌다. 

이윽고 물만 마셔도 구토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복통과 탈수 증세가 계속되었다.

물도 마시지 못하니 약을 먹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119를 통해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검사 결과, 장염이며 피검사 상 염증 수치가 높으니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입원하게 되었고 다음날 점심까지 금식을 해야 했다. 

첫날은 심한 복통으로 인해 너무 힘들었다. 

심지어는 장염이 원래 이렇게까지 아픈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주에 약속을 잡아놨던 사람들에게 약속을 미뤄야 할 것 같다며 겨우 연락을 했다.

오로지 링거에만 의존한 채 화장실과 병실을 오가며 간신히 시간을 보냈다.  

매 식사시간마다 다른 사람들은 밥을 먹더라도 나는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었다. 

그렇게 금식의 시간이 하루를 넘기고, 드디어 흰죽과 물을 먹어도 된다고 했을 때, 정말 설렜다. 


하루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탓에 흰죽이 얼마나 맛있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아무 맛도 나지 않으며 평소에는 찾지 않는 음식이지만, 당시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속을 게워내야 했고, 배가 아팠던 것들을 겪고 난 뒤라 더욱 그랬다. 


그렇게 나에게 이번 입원은 감사한 것들로 이뤄져 있다. 

내 옆에 계셨던 아주머니는 링거를 맞지 않으셨는데, 그래서였는지 두 어 번 내 식판을 대신 치워주셨다. 

내가 괜찮다며 한 손으로 식판을 잡으려 했지만 그런 나에게 아주머니는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 숟가락까지 직접 씻어 주셨다.

나는 당시 아주머니의 친절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현재 입원하고 있음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되었다. 

내가 링거를 맞고 있지 않았다면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을 터였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살아갈 방법은 있다는 말처럼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 아주머니를 기점으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하나씩 되새겼다.  

나의 아픔으로 인한 '결핍됨'은 비로소 감사한 마음들로 채워졌다. 


왼손에 맞고 있었던 링거의 피가 역류하여 링거 바늘을 빼고 오른손에 새로 링거를 맞게 되었다. 

본래 오른손 잡이었던 나는 왼손으로 생활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특히 밥을 먹을 때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것이 힘들기에 숟가락만 사용하여 죽과 반찬을 건져 먹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오른손을 다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사용이 어렵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나에게 두 손이 멀쩡하게 있음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사람이 초심으로 돌아가려면 힘들어봐야 한다.

결핍된 삶을 느껴봐야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야 과거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고, 지금은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은 것에 감사하는 습관은 결국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해준다.  


금식에 링거에만 의존하고 하루에 주사를 두 대 씩 맞으니 알 것 같았다. 

그 전의 내 삶은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이다. 

링거를 잘못 맞은 탓에 손등과 손목이 부어올라 피가 통하지 않으니 알 것 같았다. 

자유롭게 손을 움직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말이다. 

물만 먹어도 구토를 하고, 탈수 증세로 인해 어지러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니 알 것 같았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물이라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나는 어떤 반찬이 나와도 감사한 마음으로 팍팍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금식이었을 때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행복과 기회가 다가왔을 때 그것을 누리지 못하면 소용없다.

왜냐면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에 항상 감사하도록 하자. 

언젠가는 지금이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알지 못하면 놓치게 된다.

 지금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꼭 말해야 한다.  


결핍은 오히려 부정적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였다. 

지금 결핍되어있다는 것은 언제든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삶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에. 


그래서 퇴원을 하면서 일상의 작은 일들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에게 오늘을 보내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고, 

거울을 보며 나의 삶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밥을 먹게 되어서 감사한다, 좋은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시력을 가짐에 감사한다, 좋은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게 되어서 감사한다.


그렇게 나는 퇴원을 하고, 미뤄뒀던 약속들을 다시 잡아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온몸으로 느꼈다. 

소중한 사람들과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말이다. 

나는 나의 삶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 글을 다시 볼 것이다. 

그래서 그 삶 역시 사실은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되새기려고 한다. 

그로 인해 나의 결핍을 항상 풍족한 에너지로 채워가겠다. 


당신의 삶은 정말 아름답다. 

비록 지금은 완성된 삶이 아닐지라도 절대 걱정하지 말라. 

당신의 퍼즐 조각은 그 누구보다 멋진 풍경을 담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과거의 당신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닐까? 

나와 타인의 비교가 아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의 비교.  

그리고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질 거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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