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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Aug 23. 2016

오래 바라봐야 사랑이 된다

영화 '노트북' 관련하여. 진정한 사랑에 관한 고찰`


사람들은 간혹 지금 이 사랑의 끝이 어떨지 생각한다.

과연 언제까지 사랑이 지속될지, 그 사람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 곁에 있을지.


나 역시 그랬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도 마음 한편 어딘가 조마조마했다.

언젠가는 끝이 있지 않을까, 둘 중 누군가 마음이 떠나진 않을까.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났다고 하진 않을까.


사랑의 유통기한이 3년이라는데 몇십 년간 사랑이 변치 않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정겹게 손잡고 걸어가는 중년커플은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등산로에서 떨어져서 걸으면 부부, 다정하게 올라가면 불륜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정말 첫눈에 반한 사랑도, 진중한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식어가는 건지.


그러다 최근 '노트북'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어떤 사랑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함께 할수록 점점 사랑이 커지고,  서로만을 바라보는 인연도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노트북'은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처음은 병원에서 시작된다.

한 할머니가 병실에 있는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들어온다.

한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러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노트를 펼쳐 거기에 적혀있는 이야기를 읽어주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에 젊은 남녀가 등장하는데 남자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대시한다.



그러다 여자도 마음을 열고,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거리 한복판에서 춤을 추는 앨리와 듀크


어느 날, 숲에 있는 폐가를 발견하곤 그곳에 들어가 사랑을 확인한다.

듀크는 언젠가 이 집을 사서 고치겠다며, 앨리에게 어떤 집을 원하냐고 묻는다.

앨리는 화장실에서 강이 보였으면 좋겠다, 집 전체를 베란다로 둘렀으면 좋겠다는 등 몇 개의 희망사항을 이야기한다.




그러다 그들은 새벽이 넘도록 같이 있는데 앨리의 부모님이 화가 나 경찰까지 부르게 된다.

앨리의 집은 부유층이었고, 듀크의 집은 가난했다.

게다가 듀크는 공사장에서 일을 했는데 듀크의 직업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앨리의 부모는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바로 그다음 날 앨리는 미국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앨리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 약혼을 하게 된다.

약혼자는 앨리처럼 부유한 사람이었다.


한편 듀크는 과거 앨리와 사랑을 나눴던 폐가의 땅을 구입해

집을 새로 짓기 시작한다.

7년 전, 그녀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다 듀크는 집을 완성하고, 기자들이 와서 사진을 찍는다.


집을 완성한 듀크


앨리는 신문에 난 듀크의 사진을 보고 실신하고 만다.

신문에 난 듀크의 사진을 보는 앨리


앨리는 한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 그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다시 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앨리의 엄마가 찾아온다.

그래서 앨리는 약혼까지 한 상황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흔들리게 된다.

앨리의 약혼자 역시 그 동네로 찾아와 무슨 행동을 했든 다 이해할 테니 제발 자기의 사람이 되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며칠 뒤 앨리는 듀크를 다시 찾아가고 그렇게 둘은 행복하게 산다.


이야기가 끝나고 할머니는 뭔가를 기억해낸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듀크와 앨리가 결혼해 오랜 시간이 흘러 노부부가 된 것이었다.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을 했고,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혼자 둘 수 없다며 같은 병원에 입원한 것이었다.




그가 할머니에게 꾸준히 이야기를 들려줬던 이유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가 그때의 일들을 간혹 기억해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억은 5분 만에 끝나기도 하고, 더 빨리 끝나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함께 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마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을 때가 됐음을 감지한다.

그래서 그날 밤, 할머니 병실로 가 할머니 손을 잡은 채 잔다.

다음 날 아침, 침대 위 둘은 손을 잡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은 앨리에 대한 부러움과 듀크에 대한 감동으로 가득 찼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을 하고 싶고, 받고 싶어서.


치매에 걸린 그녀를 위해 과거 이야기를 여러 번 들려주고,

입원까지 감행한 그는 세상 그 누구보다 멋있었다.


감히 누가 그 사랑을 흉내 낼 수 있을까?


7년이나 지난 그녀와의 약속을 위해

땅을 사서 그녀의 요구대로 집을 만드는 남자.


대부분의 남자라면, 다른 사람을 찾거나 잊으려할텐데

그 공백기동안 그 여자만을 그리워한 사람.


나는 남자가 그 사람과의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흘려서 말한 것도 귀담아듣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싶다.

또한 나 역시 그 사람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만으로도 아름다운 사랑.


사랑은 지금 이 순간뿐 아니라 20,3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도 자연스러운 사람과 해야 한다.

사랑은 훗날 나의 초라해진 모습에도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예뻐해 주는 사람과 해야 한다.  


그런 사랑은 과연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첫눈에는 분별할 수 없다.

첫눈엔 진실한 사랑도, 언젠가 변할 사랑도 간절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의 행동이 변하는가를 보면 된다.

항상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설령 싸우더라도 내 걱정을 해주는가.

내가 아는 사람은 애인과 싸워도 하루에 한 통 정도는 꼭 전화한다고 한다.

"밥은 챙겨 먹어라."

 

비록 싸웠지만, 마음은 상대에 대한 걱정으로 차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전화를 받은 여자 친구가 화가 풀려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곤 했다.

비록 한 마디의 말이지만, 그 한 마디에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얼마나 상대를 사랑하는지, 그 마음의 진실됨을 말이다.


사랑에 빠질수록 콩깍지에 씌어 상대에 관한 것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랑이 진심인지 알지 못한 채 추후 상처만 남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은 빠져들되 생각은 항상 냉정하게 깨어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분명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냐.

연애를 시작하고 한 달 주기로 종이에 그 사람에 관한 것들을 모조리 적어보는 것이다.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선 썸이나 소개팅을 받은 직후부터 적어도 좋다.


소개팅 당일 - 고백받은 날 (연애 1일 차) - 연애 한 달 차 - 연애 두 달 차 - 연애 세 달 차 - 연애 네 달 차


이런 식으로 적어서 적을 때마다 과거 종이와 비교를 해본다.

중요한 건 그 사람에 관한 것을 적을 때 감정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위주로 적는다.

그래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연락을 잘한다. 운동을 좋아한다. 집에 매일 바래다준다. 애정표현을 잘한다. 다혈질이다.'


이런 식으로 적다 보면 그 사람이 나에게 행동하는 것들 중 몇 가지는 달라졌을 수도 있고,

혹은 지금까지 꾸준히 한결같다는 걸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혹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면, 주변 지인들에게 그 종이를 보여주자.

굳이 내 애인이라고 밝힐 필요는 없고, 이런 사람 어떤 거 같아? 하고 넌지시 물어보자.

그랬을 때 지인이 하는 말을 신뢰하면 된다.


연애에 관해선 제삼자의 말이 가장 정확하다.

왜냐면 당사자들은 콩깍지 혹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정으로 인해 냉정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애에 전혀 관련 없는 제삼자의 판단은 대부분 믿을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에 대한 행동이 변함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믿어도 좋다.

그 사람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기에.


돈이 많았던 약혼자와 7년 전 자신이 흘려 말한 것을 지켜준 전 남자 친구 사이에서의 갈등.

만약 당신이라면 누구를 택했을까요?


나는 7년 전 전 남자 친구를 택했을 것이다.

왜냐면 돈이나 건강, 외모는 나이가 들수록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돈이 많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빚쟁이가 되기도 하듯,

아름다웠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나이가 들듯.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언젠가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의 진심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푸르고 아름다워지는 소나무처럼,

사람의 진심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한순간 불타오르는 사랑에 현혹돼 모든 것을 판단해선 안 된다.


보이는 것보단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믿는다면

20~30년 후를 봤을 때 정녕 행복한 삶일 것이다.


현실에 급급하지 말 것.

30년 후 당신이 아파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이 없이

아픈 몸을 끌고 힘겹게 홀로 자신을 챙기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사람을 선택하는 데 마음이 흔들린다면

당신이 나이가 들었을 때, 아플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그 사람을 기억할 것인가.

혹은 언젠가 사랑이 식어버릴 그 사람을 기억할 것인가.


사랑은 나를 외롭지 않게, 매번 꾸준한 사랑을 주는 사람과 해야 한다.


우리는 추후 치매 걸린 자신을 위해 자신과의 연애스토리를 반복해서 이야기해주고,

기억이 되살아나는 단 5분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할 필요가 있다.


처음 내게 줬던 관심과 사랑을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이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다.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그 사람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그 마음이 진심인가를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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