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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Sep 16. 2016

평범한 일상

가장 소박한 아름다움 


 서로 바빠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했다. 


잘 지냈지? 

응, 난 잘 지냈어. 너도?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다 문득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요즘 회사생활은 어때? 

주변 사람도 다 잘 지내지?

별일 없지?

요즘 거기가 좋다던데 가봤어?


그러자 친구가 

행복하진 않은데 그냥 견딜 만 해.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은 내 마음을 세게 훑으며 지나갔다. 

나는 과거의 그녀 모습이 떠올라 서러워져 눈물이 났다. 


전에는 그렇게 행복해 보이더니 지지배.

우리 만나면 하루 종일 웃기만 했었는데. 

일이 많이 힘들지? 상사가 이상한 사람이야?


그러자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다 겨우 입을 뗐다. 


야근이 너무 많아. 게다가 부장이 너무 까다로운 거 있지. 반복이야 반복. 

그래도 어쩌겠니 먹고살아야 하는 걸. 


자존심 때문에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족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 다들 행복할 거라고 짐작한다고 했다. 


요즘 취업난이 얼마나 심한데 잘됐네 축하해.


그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한다.

그래서 더 드러내기 힘들었다고 한다. 


행복해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축하받아야 할 일인데 

실제론 그렇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걸 말 한다한들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며 웃어넘기겠지.


그녀는 이런 말을 하는 게 처음이라며, 

들어줘서 고맙다고 연신 말했다. 


나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삶이 참 외로웠겠다는 생각과 

나 또한 지금까지 그녀의 외로움을 알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차마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방금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것만으로 내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걸까,

의심스러웠다. 


평소엔 나 역시 그녀에게 "잘 지내지? 별 일 없고?"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행복한 사람으로 꾸며버렸기에. 


가슴 한쪽이 쓰라렸다. 


앞으론 주변 지인에게 전하는 안부를 바꿔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있어도 문제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외로움 속에 살지 않도록 나만큼은 사람들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잘 지내지?라는 인사 대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진심으로 응원할게.  


라는 인사로 대신하여 힘든 사람을 더 힘든 상황으로 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에게 고마웠다. 

나에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너의 이야기를 털어줘서 고맙다고. 

나는 연신 그녀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야 추후 힘든 일이 생겨도 혼자 이겨내려 하지 않고, 적어도 한 사람쯤은 곁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테니. 

적어도 전보다는 덜 외로울 테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곤 한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줄 사람, 나에게 진심 어린 말을 해주는 사람. 


그녀와 이야기를 마치고 집에 걸어가는 내내 밤공기가 기분 좋게 몸을 감쌌다. 

저 멀리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공원에 앉아 사람들이 소곤대는 소리들이 겹쳐 

행복한 이야기들이 내게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일상, 이런 하루.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런 삶이 아닐까?


서로의 살아온 삶을 공유하고, 그 사람의 시간에 공감하며 마주 보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나는 참 좋아한다. 


별 거 아닐지라도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은 사실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를 알고, 그 사람의 시간에 물들어가며 함께 무언가를 나누는 과정.

단 돈 오천 원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값진 것, 바로 그 사람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


나와 다른 한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간들을 배워가는 여정.

그리고 나 역시 그 사람의 행동에 닮아가는 것. 


나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로에게 좋은 향기로 남겨지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사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함이 아닐까?


나는 너와 한 잔의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사랑하세요. 그리고 대화하세요. 

당신의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소박한 일상을 조용히 들려주며 하루를 개운한 마음으로 마무리하세요.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세요.


너와 소박한 하루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해. 

소박한 일상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해.


소중한 인연은, 소중한 시간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별 것 아닌 하루를 이야기할 수 있고, 들어주며 서로의 마음에 기댈 수 있는가.

거창한 곳에 가지 않고 동네 공원에서 만난다 해도 가장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런 소박한 시간들이 가장 거창한 행복이 아닐까.


언제나 너의 편이 된다는 것.

나만큼은 너의 편이 되어줄 거란 것.

어떤 삶을 살든 항상 응원할 거란 것.

진심을 다해 너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


자신의 곁에 한 명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당신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인지.


그렇다면, 그 사람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만남 이후 깊은 향을 남긴다. 

그래서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길을 걷는 내내 근처에서 좋은 향이 맴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하나의 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나는 너에게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향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언제나 은은한 , 맡을수록 편안해지는 진실된 향으로 남겨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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